정의선이 약속하고 기증한 ‘소방관 회복 지원 버스’ 둘러보니
지난해 초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경영진 회의에서 ‘소방관 회복 차량’의 개발을 지시했다. 소방관들이 화재 진압, 재난 구호 활동 중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차량이 노후화되고 전국에 10대밖에 없다는 소식을 접한 뒤였다. 정 회장은 개발 중인 수소 버스를 활용해보자는 의견을 냈다.
정 회장은 지난해 4월 울산북부소방서를 방문했다. 당시 정 회장은 “저희가 차밖에 더 만들겠나”라며 소방관들이 화재 현장에서 쉴 수 있도록 회복 지원 차량을 개발·기증하겠다고 약속했다. 정 회장의 제안으로 이날 행사에는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과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도 함께했다.
소방관 회복 지원 차량은 약 1년 간의 개발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다. 수소 버스의 대당 가격은 약 6억3000만원으로 여기에 개조 비용으로 약 5억원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직원들에게 “소방관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달라”고 요청했다.
현대차는 소방청과 10회 이상의 회의를 진행하면서 디자인과 설계 등 차량 제작 전반에 소방관들의 의견을 반영했다. 지난달 전달식에 참석한 정 회장은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매 순간 망설임 없이 사투의 현장으로 뛰어드는 소방관분들께 깊은 존경심을 느낀다. 앞으로도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지난 19일 대한상의 제주포럼이 열리는 제주신라호텔 앞에서 제주도에 기증된 소방관 회복 지원 버스를 탑승해봤다. 최태원 회장도 버스를 둘러보며 “좋다”는 감탄사를 연발하며 ”현대차에서 아주 좋은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 내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회복 지원 버스는 현대차그룹의 양산형 이동식 사무공간으로 개발된 ‘유니버스 모바일 오피스’ 수소 버스를 기반으로 개발됐다. 차량에는 ▲수분 및 열량 보충을 위한 조리 공간 ▲프리미엄 리클라이닝 시트가 적용된 개별 휴식 공간 10석 ▲누워서 휴식이 가능한 집중 휴식 공간 2석으로 구성됐다.
10석의 개별 의자는 비행기 일등석에 탄 듯한 안락감을 제공했다. 자리마다 콘센트와 USB 충전기가 있다. 버스 안쪽에는 소파와 접이식 책상이 있어 회의를 하거나 소방관들이 누워서 쉴 수 있게 했다. 책상에는 무선충전 단말기도 내장됐다. 벽면에는 대형TV와 사운드바가 설치돼 있어 영상을 보거나 현장 브리핑 때 활용할 수 있다. 양문형 냉장고와 정수기도 달렸다.
회복 차량 외부에는 전동식 룸 텐트를 설치할 수 있어 야외에서도 외부 시선에 구애받지 않고 편하게 쉴 수 있다. 버스 내외부는 접이식 의자, 테이블, 간이 개수대, 안마기도 별도로 제공된다.
차량 내부의 벽면, 천장, 바닥, 시트에는 오염에 강하고 내구성이 좋은 소재를 사용했다. 시트에는 폴리우레탄(PU) 방오원단을, 바닥엔 강화마루를 깔았다. 화물칸에는 오염 물질 제거를 위한 신발 건조기, 방화복 옷걸이, 고압 에어건 및 워터건이 탑재됐다.
수소 버스는 20분이면 충전이 가능하고 완충 시 최대 635㎞를 주행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경북, 강원, 인천, 전북, 충남, 울산, 제주 등에 총 8대의 회복 지원차를 기증했고 향후 기증처를 더 늘릴 계획이다.
소방관들은 공장 화재, 산불 등 대형 비상사태가 발생하면 장기간 현장에 체류해야 한다. 목숨을 걸고 화마(火魔)와 싸우지만, 마땅한 휴식 공간이 없어 바닥에서 휴식을 취하는 경우가 있다.
회복 지원 수소 버스는 장시간 시동을 켜놔도 매연가스 배출이 없다.
정몽구 명예회장의 사재 출연으로 설립된 현대차 정몽구 재단은 2012년부터 순직 및 공상(公傷·공무 중에 입은 부상) 소방공무원 자녀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국가와 국민의 안전을 위해 희생한 소방공무원들의 뜻을 기리고 그 자녀들을 우리 사회가 함께 돌봐야 한다는 취지다. 현대차 정몽구 재단은 지난 12년간 2166명의 소방공무원 자녀에게 장학금을 지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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