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서준 해시드 대표 “정부 관심 부족이 韓日 블록체인 격차 키웠다”

도쿄(일본)=이학준 기자 2024. 7. 28.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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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업은 호기심, 일본 기업은 비즈니스”
“가이드라인 명확치 않아 법적 리스크 커”
“기업 가상자산 계좌 신설과 기관투자자 참여 필요”
김서준 해시드 대표가 지난 24일 일본 도쿄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하고 있다. /해시드

“일본은 가상자산 산업에 정말 진지한 것 같다. 일본을 대표하는 많은 대기업이 블록체인 관련 행사에 참여하는데, 관계자들 명함에 웹3라고 적혀 있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반면 한국 대기업 명함에서 웹3 관련 직함은 거의 보지 못했다. 블록체인 비즈니스 에너지가 일본에 더 많다는 걸 느낀다.”

한국을 대표하는 블록체인 투자사 해시드의 김서준 대표는 지난 24일 일본 도쿄 핫포엔(八芳園)에서 열린 블록체인 리더스 서밋 도쿄 2024에서 조선비즈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한국의 많은 기업이 가상자산 산업에 관심을 나타내고 있지만, 일본 정도의 적극성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한국에서 블록체인 행사에 참여하면 국내 기업은 기회가 있을지 탐색하는 쪽에 그친다”라며 “일본은 직접적인 사업부가 존재하고 성과를 내는 책임자들이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이러한 관심의 차이는 산업에 대한 규제에서 비롯됐다고 봤다. 윤석열 대통령과 여야 모두 가상자산 공약을 내세웠지만, 아직 기업이 가상자산 계좌 신설을 하지 못해 사업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는 게 현실이라는 것이다.

반면 일본은 2021년 기시다 후미오 총리 취임 이후 경제산업성 산하에 웹3 전담 사무처를 신설하고, ‘웹3 백서’를 발행하며 체제 전환을 선언했다. 이후 기시다 총리는 블록체인·웹3 행사에 직접 여러 차례 참여해 기조연설을 통해 웹3가 새로운 형태의 자본주의라는 점 등을 강조하며 업계에 긍정적 신호를 보내고 있다.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가상자산 관련 법제를 마련한 곳도 일본이다. IT·소프트웨어 산업에서 주도권을 잡지 못했던 것을 반면교사 삼아 미래 새로운 혁신 플랫폼인 웹3는 꼭 선점하겠다는 메시지를 내놓는 것이다.

김 대표는 “(한국에서) 가상자산과 관련한 유효한 정책이 만들어지지 못했다”라며 “블록체인 산업을 왜 키워야 하는지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조차 마련되지 못했다”라고 지적했다. 다음은 김 대표와 일문일답.

―블록체인 리더스 서밋 행사를 개최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블록체인이라는 산업 특성상 오픈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이기 때문에 회사끼리 협업이 손쉽게 일어난다. 반면 전통산업의 경우 행사장에서 만난 관계자끼리 영감과 아이디어를 얻지만, 비즈니스로 이어지는 것은 극히 드물다. 가장 가까이에 있는 한국과 일본의 회사들이 블록체인과 관련한 아이디어를 교환하고 비즈니스로 이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한국 블록체인 투자사 해시드와 일본 투자사 B 대시 벤처스가 공동 개최한 '블록체인 리더스 서밋 도쿄 2024'가 지난 24일 일본 도쿄 핫포엔에서 개최됐다. /이학준 기자

―일본 기업을 만나보니 어떤가.

“한국의 많은 기업은 조심스럽게 테스트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 것에 비해 행사에 참여한 일본 기업은 이미 명함에 웹3라고 적혀 있다. 그래서 행사에 임하는 태도 자체가 학구적인 데다 비즈니스 기회를 만들어내기 위한 에너지가 훨씬 더 많다는 걸 느낀다. 한국 기업은 호기심 때문에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면, 일본은 비즈니스 기회를 찾기 위한 중요한 업무의 일환으로 참여한다는 느낌이다.”

―적극성 차이는 왜 생기는 것인가.

“정부의 규제가 크다. 블록체인 개발자들은 가이드라인이 불분명한 상태를 싫어한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해도 되는지 명확하지가 않다. 자신들의 활동이 사후에 법적·세무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다. 확실한 가이드라인이 있어야 자본도 투자될 수 있고 열정 있는 창업자들이 자신 있게 사업을 한다. 일본은 국가 차원에서 방향성을 가르쳐줬지만, 한국은 아직 아쉬운 부분이 많다. 한국이 만든 규제도 투자자들을 보호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일례로 한국의 금융기관이 발행하는 스테이블 코인이 요원한데, 일본은 미쓰비시 은행 등 많은 기관이 스테이블 코인 발행을 위한 컨소시엄을 만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도 후보자 시절 가상자산 관련 공약을 냈고, 지난 총선 때도 여야 가릴 것 없이 가상자산 공약을 발표했다. 아직 부족하다는 뜻인가.

“너무 더디다. 한국의 기업은 현재 가상자산 계좌를 열 수 없다. 기업이 가상자산 활동을 하지 못하도록 막아 놓은 것이다. 기관투자자 활동도 막혀 있어 가상자산을 펀드에 담을 수 없다. 일본만 해도 다 열려있다. 한국과 비교해 제도적으로 더 개방돼 있는 것이다. 블록체인이 만드는 경제 생태계는 국경이 없다. 넷플릭스·유튜브가 콘텐츠를 잠식한 것과 마찬가지다. 넷플릭스·유튜브에 콘텐츠 산업이 집중되는 것처럼 금융산업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면 한국이 큰 산업을 잃어버리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픽=정서희

―가장 시급한 것은 무엇이라고 보나.

“기업이 가상자산 관련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계좌를 열어주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두 번째로는 기관투자자가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가상자산 시장이 투기적이라고 이야기하는데, 주식 시장에서 기관을 빼고 개미만 활동하라고 하면 얼마나 투기적이겠나. 기관투자자가 책임감을 가지고 활동을 하면서 시장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기관투자자 활동을 막아 놓고 가상자산 시장이 투기적이라고 이야기해선 안 된다. 기관투자자 활동이 가능한 미국·일본은 비트코인 등 ‘블루칩’의 거래량이 상위권이지만, 한국은 시가총액이 작은 토큰을 중심으로 투기적 거래가 일어나고 있다. 기관투자자 활동을 막아놨기 때문이다. 이는 모두 여야의 공약에 있지만, 실행이 늦어지고 있는 게 안타깝다.”

―여전히 가상자산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많은 사람이 비트코인은 이미 증명됐다고 이야기한다. 지난 분기 스테이블 코인의 거래량이 비자 거래량보다 많아졌다. 페이팔도 자체적인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해 가상자산 산업군에 들어가 있다. 결제 영역에서는 이미 파괴적 혁신이 일어나고 있다. 일반 대중이 가상자산 효과를 느낄 수 있는 분야가 게임 등 콘텐츠 영역인데, 조만간 증명할 수 있는 영역이라 생각한다.”

―앞으로 계획은 어떻게 되나.

“일본 시장의 어려운 점 중 하나가 언어적 장벽이라고 생각한다. 언어와 지역적 특성 때문에 글로벌 블록체인 커뮤니티와 동반 성장하기보다는 고립된 채 성장하는 경우가 있다. 반면 해시드는 글로벌한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어 전 세계에 일본이라는 큰 시장을 소개해 줄 수 있다. 행사에 참여한 일본 기업 관계자도 이러한 점 때문에 행사가 가치 있게 다가왔다고 말하고 있다. 이런 기회를 많이 만들어보려고 계획하고 있다.”

☞ 김서준 대표는

▲서울과학고등학교 ▲포항공대 컴퓨터공학 학사 ▲노리(Knowre) 공동창업, 부대표 ▲해시드(hashed) 대표이사 ▲소프트뱅크벤처스 벤처파트너 ▲국회 4차 산업혁명 특별위원회 자문위원 ▲교육부 미래교육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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