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후원을 받는 우스꽝스럽고도 진지한 '알파메일' [PADO]

김수빈 에디팅 디렉터 2024. 7. 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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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미국 정치에서 트럼프의 부상(그리고 부활)은 그동안 주류 정치에서 소외됐던 집단의 울분에 기반한 것이라고들 합니다. 그런 집단 중에는 '남성'도 있습니다. 옛날의 참정권 이슈부터 근래에도 지속되는 임금 격차, '유리천장' 이슈에 이르기까지 현대 정치·사회의 발전은 여성의 권익 신장을 중심으로 이뤄져 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객관적인 지표에서 여성이 겪는 격차는 여전히 엄존합니다만 그 과정에서 일부 남성들이 느끼는 소외감 또한 분명히 존재합니다. 단순한 남녀 이분법으로 규명하기에 사회는 너무나 복잡하기 때문일 겁니다. 이러한 '불만에 찬 남성들'을 정치적으로 동원하려는 세력이 등장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한국에서도 근래 '여성가족부 폐지' 등의 이슈를 가지고 이러한 시도가 이뤄진 바 있으며 미국에서는 소위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트럼프주의자들이 그렇습니다. 호주 출신으로 21세 때 호주 역사상 최연소 부시장으로 선출됐다가 이후 미국으로 이주해 '강한 남자'(알파메일) 운동을 하고 있는 닉 애덤스는 그 중에서도 가장 독특한 인물입니다. 이런 인물들을 그저 '괴짜'로 취급하기는 쉽습니다. 과거 미국의 진보 성향 매체들이 취했던 입장도 비슷한데 워싱턴포스트는 뉴욕타임스와는 달리 최근 들어 미국 보수의 주변적인 흐름에 대해서도 면밀히 살펴보는 미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여기 소개하는 닉 애덤스에 대한 2024년 4월 9일자 피처 기사가 그런 예입니다. 기사 전문은 PADO 웹사이트(pado.kr)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닉 애덤스가 2024년 1월 29일, 젊은 공화당원 모임의 초청으로 워싱턴DC의 캐피톨힐 클럽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Jahi Chikwendiu/The Washington Post

닉 애덤스가 방 안의 남성들에게 말하고 있었다.

"절대 사과하지 마세요." 그가 말했다. "절대 마스크를 쓰지 마세요. 절대 게임기를 잡지 마세요. 게임기와 순살 치킨을 쥐기 시작하면 젠더 대명사와 공산주의로 마무리됩니다. 우리가 원하는 결과가 아니죠."

"옳소!" 주름 잡힌 카키색 바지를 입은 젊은 남자가 소리쳤다. "맞아요, 우리는 그걸 원하지 않아요."

사람들이 웃었다. 남자의 반응은 농담 같으면서도 진지했다. 행복한 문화전쟁 투사 애덤스에게 잘 어울리는 것이다. 애덤스가 선택한 무기는 게임기가 아니라 '닉 애덤스 (알파메일)'이란 이름의 X(트위터) 계정이다.

그는 거기서 후터스에 대한 사랑을 고백하고, 이미 억만장자인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가 NFL 스타 공격수 트래비스 켈시와 사귀는 이유가 그의 상금 약 7만 달러(9400만 원)를 원해서라는 식의 엉뚱한 주장을 하며, 엠앤엠즈 초콜릿이 포장지에 여성 캐릭터만 넣은 것이 "극악무도한 성차별"이라며 모회사 마즈(Mars)를 보이콧하자는 영상을 올린다.

그는 자신의 팬들을 '닉 애덤스의 제자들', 줄여서 '나즈'(Nads)라고 부른다.

이날, 새로 생겨난 '나즈'들은 젊은 공화당원들이었다. 그들은 캐피톨힐 클럽에 모여 값싼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도자기 코끼리 조각상과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 존 매케인 상원의원의 사진으로 장식된 방에서, 그들은 수염이 덥수룩하고 호주 억양을 가진 건장한 남자가 "'못된 여자들'이 여러분의 정신과 고환을 노리고 있어요!"라고 말하는 걸 듣고 있었다.

어떤 면에서 애덤스의 수법은 전통적으로 보수적이다. 그는 기독교인이며, 성별이 오직 두 가지뿐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워우크'(woke)를 비난한다. 다른 면에서 그가 보여주는 독특한 트럼프 지지자 스타일의 남성성은 너무나 과장되고 기이해서 거의 행위예술처럼 보인다.

애덤스의 X 게시물이 성적인 의미가 담긴 듯한 중의적 표현을 쓸 때마다 혹시 이 계정은 패러디 계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그는 자신 단골 정육점에 대한 글("마리오가 내 고기를 다루는 걸 보는 게 좋아요")이나 골프에 대한 글("남자들과의 포섬(foursome)은 인생에서 가장 재미있는 경험이 될 거예요")로 적들의 비웃음과 팬들의 열광을 동시에 이끌어낸다.

닉 애덤스의 책 '알파 킹즈'. 도널드 트럼프가 서문을 썼다. /사진=Jahi Chikwendiu/The Washington Post


그는 아내가 "유지비가 많이 드는" 여자라면 아무리 섹시해도 당신은 "패배자"라고 한다. 그리고 스테이크에 대한 그의 사랑에 대해서도 자주 이야기한다.

"알파메일은 시간 변경에 신경 쓰지 않아요. 우린 어떤 상황이든 매일 아침 4시에 일어나죠." 그는 지난 3월 서머타임으로 시간이 앞당겨진 지 며칠 후 X에 썼다. "빨리 64온스(1.8kg) 짜리 토마호크 립아이 스테이크를 먹어야죠!"

닉 애덤스는 진지한 걸까?

트럼프화된 공화당과 트럼프화된 워싱턴에서 그 답은 '그렇다'이다. 그는 워싱턴의 우드로윌슨센터 이사회에 대통령이 임명한 위원이다. 웹사이트에 따르면 윌슨센터는 "정책 입안자들에게 초당파적 조언과 국제 문제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한다." 도널드 트럼프는 지난 임기 중 그에게 이 영예를 수여했고, 근래에는 백악관 재탈환을 위한 캠페인에서 트럼프의 공식 선거 대리인으로 애덤스를 임명했다.

(계속)

PADO 웹사이트(https://www.pado.kr)에서 해당 기사의 전문을 읽을 수 있습니다. 국제시사·문예 매거진 PADO는 통찰과 깊이가 담긴 롱리드(long read) 스토리와 문예 작품으로 우리 사회의 창조적 기풍을 자극하고, 급변하는 세상의 조망을 돕는 작은 선물이 되고자 합니다.

김수빈 에디팅 디렉터 subin.k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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