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진 銅 김우민 "마지막 50m 사지 타들어가는 느낌…메달 위해 견뎠다"[파리2024]

김희준 기자 2024. 7. 28.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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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선 7위로 1번 레인 배정 받았지만 메달 획득
"초반에 치고 나가는 나만의 수영 했다"
[파리=뉴시스] 김희준 기자 = 김우민이 28일(한국시각) 파리 라데팡스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남자 자유형 400m 결승에서 3위를 차지해 동메달을 딴 뒤 믹스트존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4.07.28jinxijun@newsis.com

[파리=뉴시스]김희준 기자 = 2024 파리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따내며 한국 수영에 12년 만의 메달을 안긴 김우민(23·강원도청)의 눈가에는 눈물이 맺혀있었다.

"3년간 준비했던 시간들이 생각나고, 뿌듯하다. 그래서 감정이 북받친 것 같다"며 "노력의 결실을 올림픽 메달로 보상받는 기분이라 정말 기쁘고 행복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계영 800m 멤버들과 강도높은 훈련을 진행한 것이 생각이 많이 났다. 힘든 훈련을 할 때마다 힘이 된 트레이너, 동료, 코치 모두 고마웠다. 그런 부분을 생각하니 눈물이 났다"고 덧붙였다.

김우민은 28일 오전 3시42분(한국시각) 프랑스 파리 라데팡스 아레나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수영 경영 남자 자유형 400m 결승에서 3분42초50의 기록으로 터치패드를 찍어 3위를 차지했다.

3분41초78의 루카스 마르텐스(독일), 3분42초21의 일라이자 위닝턴(호주)에 이어 3번째로 터치패드를 찍었다.

한국 수영에는 무척 의미가 있는 메달이다. 김우민은 '살아있는 역사' 박태환에 이어 한국 수영의 두 번째 올림픽 메달리스트로 이름을 올렸다. 12년간 끊겼던 한국 수영의 올림픽 메달 명맥을 이었다.

터치패드를 찍고 3위임을 확인하는 순간 어떤 생각에 들었냐는 질문에 김우민은 "전동현 코치님께서 '너만의 수영을 하라'고 주문해주셨다. 코치님이 저를 굉장히 믿고 있었고, 훈련에서 보여준 것이 있었기 때문에 그걸 믿었다"며 "초반에 말려들지 않고 계속 나의 레이스를 했다"고 전했다.

이어 "나는 스피드가 좋은 편이다. 다른 선수들에게 말려들지 않고 초반부터 빠르게 가는 것이 나만의 스타일"이라며 "이런 레이스 운영을 하려면 뒷받침하는 체력이 필요했다. 오늘 뒤에 오던 선수들에게 조금 따라잡혔지만, 잘 버텨서 만족한다"고 설명했다.

김우민은 300m 지점까지 마르텐스에 이어 2위를 달렸다. 이때까지 김우민과 마르텐스는 세계신기록 페이스였다.

그러나 300m 지점을 돈 후부터 둘 모두 속도가 떨어졌고, 위닝턴이 막판 스퍼트를 올렸다. 김우민은 350m 지점을 2위로 돌았지만, 마지막 50m 구간에서 추격을 허용하며 3위로 레이스를 마쳤다.

김우민은 "350m 지점에서 턴을 하면서 다른 선수들을 봤는데 해볼만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턴을 하고 50m 구간을 헤엄치는데 사지가 약간 타들어가는 느낌이었다"며 "하지만 올림픽 메달을 위해서는 감당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잘 참고 이겨냈다"고 자평했다.

그는 "마지막 50m에서 터치패드를 빨리 찍어야한다는 생각 뿐이었다. 터치하고 오른쪽을 봤는데 태극기를 드신 분들이 많더라"며 "그분들이 좋아하는 것을 보고 '내가 해냈나'하는 생각을 했고, 전광판을 봤는데 3위였다. 뿌듯했다"고 떠올렸다.

지난 23일 파리 라데팡스 아레나에서 처음 훈련한 김우민은 "메인 풀 바로 옆에 있는 시상대에 올라가보고 싶었지만, 메달을 따고 올라가고 싶어 참았다"고 말했고, 이날 스스로와의 약속을 지켰다.

김우민은 "오늘 시상대에 올라가면서 그 생각을 조금 했다. '결국 걸고 올라가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울컥했다'며 "시상대에서 티내지 않으려고 했는데 인터뷰를 앞두니 눈물이 났다"고 했다.

[파리=뉴시스] 최동준 기자 = 27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라 데팡스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수영 남자 자유형 400M 결승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대한민국 김우민이 경기장을 나서며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2024.07.28. photocdj@newsis.com

앞서 벌어진 예선에서 김우민은 아찔한 상황을 겪었다. 새뮤얼 쇼트(호주)가 따라붙으면서 자신의 페이스가 흔들렸고, 4조 4위까지 밀렸다.

예선에서 전체 7위에 올라 아슬아슬하게 결승에 오른 김우민은 레이스에 불리한 점이 많은 1번 레인을 배정받았다.

하지만 1번 레인에서 레이스를 펼친 것은 오히려 김우민이 자신만의 페이스를 유지하는데는 유리함 점이 있었다.

김우민은 "올림픽 시작 전 예선이 고비가 될 것이라는 예상을 했었다. 오전에 워낙 몸이 무겁고, 기록이 잘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빠른 선수들과 경쟁해야 했기 때문"이라며 "간당간당하게 결승에 갔는데 오히려 그게 자극이 됐고, 결승 레이스를 잘 마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예선 7위로 김우민이 1번 레인을 배정받았을 때 동료들 사이에서는 2022년 12월 황선우(강원도청)가 쇼트코스(25m) 세계선수권대회 자유형 200m 결승에서 8번 레인을 배정받고도 금메달을 땄던 이야기가 나왔다고 한다.

김우민은 "동료들이 '한국 선수들은 1번 레인, 8번 레인에 강하다는 소리를 듣는다'고 격려해줬고, 더 힘을 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최근에 1번 또는 8번 레인에서 해본 적이 언제인지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나름 좋은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부모님이 선물해준 목걸이를 하고 레이스를 펼친 김우민은 "이 목걸이를 하면 힘이 나고, 금메달을 따고 싶어 금 목걸이를 했는데 금메달은 따지 못했다"며 앞으로의 각오를 드러냈다.

이제 박태환과 함께 한국 수영의 '유이'한 메달리스트가 됐지만, 김우민은 "박태환 선배는 금메달리스트였고 나는 아니다"고 손사래를 친 후 "동메달로 만족할 수 없다. 더 높은 곳은 다음을 기약하겠다"고 다짐했다.

2위 위닝턴에 불과 0.29초 차로 밀린 것도 자극제로 삼을 참이다.

김우민은 "3위를 했기에 1, 2위 자리를 언제든 넘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음 올림픽을 할 때 동기부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jinxij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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