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때 이야기하시죠"…'방출 3번→LG 우승 마당쇠' 39살 인간 승리의 항명 사태 사과했다, 언제 돌아올까

김민경 기자 2024. 7. 28.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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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 트윈스 김진성 ⓒ곽혜미 기자
▲ 염경엽 LG 트윈스 감독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올 때 이야기하시죠."

염경엽 LG 트윈스 감독은 27일 잠실야구장에서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베테랑 투수 김진성(39)의 이야기가 나오자 말을 아꼈다. 1군에 복귀하기 전까지는 따로 김진성을 언급하지 않겠다고 했다. 감독이 괜히 한마디를 얹어서 일단락된 항명 사태에 다시 불을 지필 이유가 없다는 뜻이었다.

김진성은 27일 에이전시 '그로윈스포츠'를 통해 자필 사과문을 게재했다. 지난 22일 자신의 SNS로 구단을 향한 불만을 드러낸 지 엿새 만이었다. 김진성은 지난 23일 곧장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되면서 사실상 근신 처분을 받았다.

김진성은 사과문에서 "지난(번) 저의 SNS에 올린 글로 구단과 팬분들에게 많은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합니다"라며 "저의 순간적인 잘못된 생각과 판단으로 SNS에 불필요한 게시글을 올리며 구단과 코칭스태프 그리고 항상 응원을 보내주셨던 팬분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드렸습니다. 저는 지금도 엘지트윈스를 좋아하고 항상 저에게 최고의 응원을 보내주시는 팬분들 또한 사랑합니다. 앞으로 선수생활 하는동안 반성하고 감사한 마음을 항상 기억하며 마운드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밝혔다.

사태의 시작은 22일 김진성이 SNS에 올린 글 한 문장이었다. 그는 "몸을 바쳐 헌신한 내가 XX(비속어)이었네"라고 짧은 글을 올렸다. 김진성은 지난 21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서 8회 구원 등판했다가 ⅔이닝 만에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실점은 없었으나 홀드를 얻지는 못했다. 2사 후 최상덕 투수코치가 공을 들고 마운드에 올라오자 당황한 기색을 보이더니, 잠시 실랑이를 벌이다 더그아웃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SNS에 불만을 드러냈다.

염 감독은 김진성이 뒤늦게 사과문을 게재한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으나 말을 보태지 않았다. 염 감독은 "모르겠다. 올 때 이야기하겠다. 괜히 지금 이야기해 봐야 선수들만 동요한다"며 말을 아꼈다. 김진성을 언제 다시 1군에 올릴 생각인지 구체적인 계획과 관련해서도 밝히지 않았다.

김진성은 2021년 시즌을 마치고 은퇴 위기에서 자신을 구해준 LG에 늘 감사한 마음을 표현했다. 감사한 만큼 마운드에 서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2022년 67경기에서 58이닝, LG가 통합 우승을 차지했던 지난해에는 80경기에서 70⅓이닝을 책임졌다. 지난 2년 동안 11승, 4세이브, 33홀드, 평균자책점 2.59라는 엄청난 성과를 내면서 LG 불펜에 없어서는 안 될 마당쇠로 자리를 잡았다.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유영찬과 시즌 내내 고정 필승조로 활약하며 맏형으로서 중심을 잡아줬다. 5월에는 13경기 연속 무실점(14⅓이닝)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작성하면서 노장은 죽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기도 했다.

▲ 김진성 ⓒ곽혜미 기자
▲ 김진성 ⓒ곽혜미 기자

그러나 6월부터 페이스가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6월 12경기에서 평균자책점 9.00으로 매우 부진했고, 7월 들어 조금 나아졌으나 8경기 평균자책점 4.50으로 필승조 치고는 실점이 많았다. 부진하다 했던 최근 2개월 동안에도 7홀드를 챙기면서 보탬이 되려 했던 것은 사실이다.

김진성의 노고를 염 감독과 구단도 모르지 않는다. 그래도 팀을 이기는 선수는 없다. 야구라는 팀 스포츠는 더더욱 그렇다. 팀의 결정을 선수가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지금처럼 전력 외로 분류될 수밖에 없다. 베테랑 김진성은 이 당연한 진리를 또 한번 깨달았을 것이다.

한순간의 실수로 그동안 쌓아온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김진성도 깨달았을 것이다. 김진성은 방출 통보를 3차례나 받았을 정도로 누구보다 우여곡절이 많은 선수 생활을 했다. 성남서고를 졸업하고 2004년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에 지명됐으나 1군 등판 기회도 없이 2006년 방출됐고, 2010년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에 입단 테스트를 받고 육성선수로 입단했을 때도 1군 마운드를 밟지 못한 채 방출 통보를 받았다. 2011년 신생팀 NC 다이노스가 진행한 트라이아웃에 통과하면서 3번째 프로 유니폼을 입었고, 2013년부터 2021년까지 9시즌 동안 470경기에 등판해 32승, 67홀드, 34세이브, 494⅔이닝, 평균자책점 4.57을 기록하며 뒤늦게 꽃을 피웠다. 그리고 2021년 시즌 뒤 NC의 베테랑 정리 기조 속에 또 한번 방출됐다. 나이 30대 후반에 강제 은퇴 위기에 놓인 김진성을 구한 게 LG였다.

김진성은 26일 LG 선수단이 준비한 케이시 켈리(지난 21일 방출) 송별회식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 사과문을 게재했다. 이 자리에서 김진성이 LG 선수들과 대화를 나누며 마음을 풀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선수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한 가운데 염 감독이 언제쯤 김진성을 다시 찾을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김진성은 말소 일수 열흘을 채우고 다음 달 2일부터 1군에 합류할 수 있는 자격이 생긴다.

◆ 다음은 김진성이 작성한 사과 편지 전문.

안녕하세요 엘지 트윈스 김진성입니다. 지난 저의 SNS에 올린 글로 구단과 팬분들에게 많은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지난 3년간 엘지트윈스에서 저는 구단과 코칭스태프 덕분에 유의미한 성적을 거둘 수 있었습니다. 또 항상 어김없이 저에게 많은 응원과 박수를 보내주셨던 엘지트윈스팬분들 덕분에 정말 마운드에서 행복하게 공을 던졌던 것 같습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엘지트윈스에서의 선수 생활은 제 야구인생에 감사한 기억뿐인데, 저의 순간적인 잘못된 생각과 판단으로 SNS에 불필요한 게시글을 올리며 구단과 코칭스태프 그리고 항상 응원을 보내주셨던 팬분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드렸습니다.

저는 지금도 엘지트윈스를 좋아하고 항상 저에게 최고의 응원을 보내주시는 팬분들 또한 사랑합니다. 앞으로 선수 생활 하는동안 반성하고 감사한 마음을 항상 기억하며 마운드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언론에 나온 저에대한 기사나 영상으로 많은분들께서 오해가 없으셨으면 합니다. 다시 한 번 모든분들에게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 김진성 ⓒ곽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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