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지앵 없는 파리…올림픽에 재택령 내린 프랑스 회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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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 사는 지율씨는 요새 출근할 때마다 종종 길을 잃는다.
에펠탑 근처에 있는 지율씨네 집에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본사가 있는 파리 16구까지 주요 지하철역이 무정차로 통과하기 때문이다.
지율씨는 "관광객도 아니고 5년 전 처음 파리에 왔을 때처럼 구글 맵을 켠다"며 머쓱해 했다.
하루빨리 파리를 '탈출'하고 싶은 파리지앵들은 팀장의 제안에 불평을 했지만, 지율씨는 자전거 출근이 가능해진 다음부터는 오히려 파리가 더 좋아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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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 닫힌 창문들…"파리 탈출 신호"
파리에 사는 지율씨는 요새 출근할 때마다 종종 길을 잃는다. 늘 가던 길이 막혀있어서 돌아가다 보면 생전 처음 보는 길에 서있기도 한다. 에펠탑 근처에 있는 지율씨네 집에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본사가 있는 파리 16구까지 주요 지하철역이 무정차로 통과하기 때문이다. 지율씨는 "관광객도 아니고 5년 전 처음 파리에 왔을 때처럼 구글 맵을 켠다"며 머쓱해 했다.
지율씨가 고민 끝에 선택한 방법은 자전거였다. 하지만 개막식이 열렸던 26일까지는 자전거 출근도 녹록지 않았다. 에펠탑 근처에 파리의 랜드마크 격인 주요 관광지가 모여있는 만큼 통제구역인 레드존과 그레이존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통제구역 안에 거주지나 사무실이 있다고 해도 관광객과 마찬가지로 통행증(Pass Jeux·QR코드)을 신청해야 하는데, 도보와 자동차만 구분돼 있어 자전거 통행이 가능한지 확실하지 않아 처음에는 우왕좌왕했다는 것이 지율씨 설명이다.
이미 OECD는 사무총장 명의로 "올림픽 기간인 7월 26일부터 8월 12일까지는 재택근무를 강력하게 권고한다(strongly encouraged)"는 취지의 공문을 보냈다. 지율씨의 동료들 대부분 이같은 권고에 따라 파리를 비웠다. 지율씨는 "사무총장 권고도 있었던 데다 올림픽 관람객을 피해 남쪽으로 가거나 아예 유럽 다른 나라로 떠난 친구들이 많다"고 전했다.
미팅도 대부분 줌미팅으로 전환됐지만 지율씨처럼 어쩔 수 없이 대면미팅을 해야 하는 소수도 남아있다. 지율씨의 팀장은 미팅 전날까지도 "당일 아침 출근이 가능하면 오피스에서 미팅을 진행하고 아니면 줌미팅으로 대신하겠다"며 일정을 확정하지 않았다고 한다.
하루빨리 파리를 '탈출'하고 싶은 파리지앵들은 팀장의 제안에 불평을 했지만, 지율씨는 자전거 출근이 가능해진 다음부터는 오히려 파리가 더 좋아졌다고 했다. 요즘처럼 출근길이 마음 편했던 적도 없다.
지율씨는 "파리가 이렇게 조용하고 깨끗했던 적이 없다고들 입을 모은다. 관광을 한다면 오히려 지금이 적기라고까지 할 정도다"라며 "우리끼린 '경찰에 총 든 군인들까지 순찰하고 다니는 덕분에 그 많던 소매치기들도 바르셀로나로 원정 갔다'는 농담도 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런 지율씨도 올림픽 기간에 파리를 떠나기로 했다. 재택근무령이 내려진 만큼 사무실이 비다시피 해 출근을 해도 재택근무 하는 것과 별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파리 시내 아파트를 보면 여닫이문이 완전히 닫혀있는 집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이는 집을 한 달 넘게 비워두는 경우엔 관행적으로 여닫이문을 닫아두기 때문이다.
유명 금융회사의 파리 지사에서 일하는 한국계 미국인 존은 파리올림픽이 시작한 이번 주말만 지나면 그의 친구를 따라 보르도로 간다. 당초 그는 파리에 남아있으려고 했지만 파리 시내 곳곳이 통제되고 언제 풀릴지 모르는 것에 지쳤다고 한다.
그는 "걷다 보면 갑자기 바리케이드가 쳐있어서 20분을 더 돌아간 적도 있다"며 "아무리 여기 살더라도 어느 골목이 몇시부터 통제되는지 다 파악하기는 어렵다. 올림픽 분위기를 느끼기 위해 파리에 남아있으려다가 떠나기로 한 친구들도 꽤 많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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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CBS노컷뉴스 박희원 기자 wontime@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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