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상권 보호에 '동상이몽'…대기업 빵집들의 속내

전다윗 2024. 7. 2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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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6일 '제과점업 상생협약' 만료…규제완화 후 연장 '가닥'
'역차별' 주장하는 대기업 빵집…이해관계 따라 미묘한 입장차

[아이뉴스24 전다윗 기자] 대기업 프랜차이즈 빵집의 골목상권 진입을 사실상 제한하는 '제과점업 상생협약' 연장이 유력해졌다. 이에 규제 대상인 주요 기업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협약이 시작됐던 10년 전과 시장 상황이 달라지며 사실상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주장이다.

다만 대기업 사이에서도 미묘한 표정 차이가 읽힌다. 업계 2위 '뚜레쥬르'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반면, 새로 규제 대상에 편입될 가능성이 큰 '빽다방 빵연구소'와 1위 '파리바게뜨'의 경우 상대적으로 느긋한 분위기다.

서울 중구 한 빵 가게에서 직원들이 당일 만든 빵을 판매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8일 제과·제빵업계에 따르면 동반성장위원회와 대형 제과·제빵 프랜차이즈, 대한제과협회 등은 내달 6일 만료되는 제과점업 상생협약 연장 여부를 논의하는 실무회의를 지난 25일 진행했다. 지난달 27일, 지난 11일, 지난 17일에 이어 네 번째다.

이번 논의 과정에 정통한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대기업 프랜차이즈와 대한제과협회는 규제 범위를 다소 완화하는 범위에서 협약을 연장하기로 큰 틀에서 합의한 상태다. 다만 네 차례 진행된 회의에서도 규제를 어느 수준까지 완화하느냐에 대한 의견이 엇갈려 최종 합의엔 이르지 못했다.

앞서 제과점은 지난 2013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돼 규제를 받기 시작했다. 중소형 동네 빵집을 보호하기 위해 대기업의 시장 진입과 확장을 제한하는 것이 골자다. 이에 따라 대기업 프랜차이즈 빵집의 경우 동네빵집 반경 500m 이내에서 매장을 열 수 없고, 신설 점포 역시 전년 대비 2% 이내로만 출점 가능하다. 지난 2019년 공식적으로 제과점업이 중소기업적합업종에서 제외됐으나, 같은 해 제과협회와 체결한 제과점업 상생협약으로 인해 대기업 빵집들은 현재까지 사실상 동일한 규제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규제 연장이 유력해지자 SPC 파리바게뜨, CJ푸드빌 뚜레쥬르, 그리고 이번 협약이 연장될 경우 규제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큰 더본코리아 빽다방 빵연구소 등 대기업 프랜차이즈들의 우려는 커지고 있다. 해당 규제가 처음 생겼던 10년 전과 달라진 시장 환경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커피 전문점, 편의점, 대형마트, 온라인몰 등 빵을 유통하는 채널이 다양해졌고, 초대형 매장의 독립 빵집이 우후죽순 들어서는 마당에 이들에 대한 규제는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협약이 유지됐던 지난 10년간 대기업 프랜차이즈 빵집의 국내 매장 수는 비슷한 수준을 맴돌았으나, 편의점·카페 등의 베이커리 매출은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이는 추세다.

다만 대기업 프랜차이즈 빵집 사이에서도 미묘한 온도차가 느껴진다. 지난해 기준 파리바게뜨는 전국 3400여 개, 뚜레쥬르는 1300여 개의 매장을 보유 중이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파리바게뜨는 약 100여 개, 뚜레쥬르는 약 60여 개 매장 수가 늘었다. 해당 규제가 사라지지 않는 한 이 격차가 늘어날 수는 있어도, 줄어들 가능성은 희박하다. 추격할 수 있다는 기대도, 따라잡힐 수 있다는 위기감도 없는 상황이다. 협약 연장 분위기가 짙어질 경우 추격하는 입장인 뚜레쥬르 측이 더 곤란할 수밖에 없다.

상생협약 대상에 포함되는 것이 유력한 빽다방 빵연구소는 '정해지는 대로 따르겠다'는 입장에 가까운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2018년 1호점을 낸 신규 사업자가 초기부터 암초를 만났다고 평가할 수 있으나, 공격적인 확장 정책을 펼치는 브랜드가 아닌 만큼 당장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판단한 듯 보인다. 규제 대상에 포함되기 전부터 이미 내부적으로 소상공인과 상생 차원에서 동네 빵집과 일정 거리 이상 떨어진 장소에 출점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기도 했다. 실제로 빽다방 빵연구소의 매장 수는 2021년 6개, 2022년 13개, 2023년 18개로 양적 성장보다 질적 성장에 더 집중하는 경향이 읽힌다.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 프랜차이즈 입장에선 협약 연장 자체가 불리하다고 느끼겠지만, 각자 이해관계에 따라 미묘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상대적으로 더 절실하거나, 덜 절실한 쪽이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전다윗 기자(dav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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