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그랑팔레를 채운 프랑스의 열정…종주국의 뜨거운 펜싱 사랑
(파리=연합뉴스) 최송아 이의진 기자 = 27일 오전(현지시간)부터 프랑스 파리의 역사적 건축물 그랑 팔레는 장내가 떠나갈 듯한 함성으로 가득 찼다.
그랑 팔레는 '거대한 궁전'이라는 이름답게 웅장하다. 파리 만국박람회를 위해 건립될 때 7만2천여㎡ 부지에 6천t이 넘는 철근이 쓰인 걸로 널리 알려져 있다.
2024 파리 올림픽 펜싱 경기가 열리는 중앙홀도 1만3천500㎡가량 면적을 자랑한다. 이 공간을 덮은 그랑 팔레의 상징과도 같은 유리 천장 표면적도 약 1만7천500㎡에 이른다.
이 큰 공간 내부를 진동시킨 환호성의 주인공은 프랑스 시민들이었다.
파리 올림픽 펜싱의 첫 일정이 개회식 다음날인 이날 여자 에페와 남자 사브르 개인전으로 시작됐다.
연이은 오리안 말로(프랑스)의 짜릿한 역전극은 수천여석 규모의 가변석 대부분을 점유한 프랑스 사람들을 더욱 흥분시켰다.
여자 에페 8강에서 블라다 카라코바(우크라이나)를 만난 말로는 7-10으로 끌려갔으나 이후 극적으로 8점을 연속으로 올려 4강에 올랐다.
말로가 승리를 확정하는 15점째를 내자 프랑스 사람들은 입 모아 응원 구호를 외치며 준비해온 자국 국기를 흔들었다.
천장 높이가 40m가 넘어 상부가 뻥 뚫린 공간을 채운 시민들의 외침이 피스트에서 프랑스를 대표해 뛰는 선수들에게 힘을 준 것이다.
국제펜싱연맹 랭킹 6위인 말로는 32강전에서도 우크라이나의 페이비 베주라를 14-13으로 이겼다. 이때도 연장 접전 끝에 역전승을 거뒀다.
9-12로 끌려가다가 13-13 동점을 만든 후 연장에서 웃었다. 경기 막판 승부처가 펼쳐지자 응원 소리가 더 커지면서 말로가 힘을 냈다.
말로의 승리가 결정되자 얼굴에 프랑스 삼색기를 물감으로 그려 넣고, 커다란 삼색기를 망토처럼 걸친 관중들은 벌떡 일어나 환호성을 내질렀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인 축구 국가대항전에서나 찾아볼 법한 광경이었다.
그랑 팔레를 채운 시민들을 열광시킨 선수가 말로뿐만은 아니었다.
이날 피스트를 밟은 프랑스 선수는 말로를 포함해 7명이었다. 에페뿐 아니라 사브르 등을 합치면 프랑스가 올림픽에 내보낸 선수가 24명이나 된다.
이탈리아와 함께 이번에 가장 많은 선수를 출격시킨 나라로 기록됐다. 펜싱 강국인 우리나라는 14명으로, 프랑스보다 10명이 적다.
모든 자국 선수에게 열광적인 응원을 전한 프랑스지만 '역전의 명수' 말로만큼 큰 함성으로 세바스티앵 파트리스에게 힘을 줬다.
파트리스는 프랑스의 남자 사브르 간판이다. 국제펜싱연맹 랭킹(8위)이 프랑스 선수 중 가장 높고, 이날 마지막 경기에서는 '명경기'까지 선물했다.
파트리스는 마티야스 사보(독일)에게 13-15로 져 안방에서 열린 올림픽 8강행이 좌절됐다.
일진일퇴를 거듭하던 두 선수 중 사보가 12-14로 앞서갔다. 파트리스가 한 점을 따라붙었지만 마지막 회심의 공격을 피하지 못했다.
재빨리 뒤로 물러서던 파트리스가 넘어지면서도 양다리를 쭉 찢은 채 균형을 잡았지만 사보의 공격이 성공했다.
파트리스는 패배가 정해지자 사보의 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축하를 전하는 '패자의 품격'을 보여줬고, 프랑스 관중들은 박수 세례로 화답했다.
펜싱을 사랑하는 프랑스는 이 종목의 종주국으로 통한다.
마스크를 쓰고 검을 휘두르는 검술 자체로 보면 기원전으로도 거슬러 올라간다.
하지만 현재 펜싱의 근간이 되는 검법은 프랑스에서 유래했고, 그게 귀족의 교양으로 발전하면서 스포츠로 자리 잡은 걸로 알려져 있다.
자신의 이름을 시몽이라고만 밝힌 한 관중은 "펜싱은 우리에게 정말 많은 올림픽 메달을 안겨준 스포츠다. 대단한 선수들과 챔피언이 대대로 많이 배출됐다"며 "에페, 플뢰레 등 각종 용어도 다 프랑스어로 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프랑스의 정신을 보여주는 스포츠라 보면 된다. 프랑스 사람 모두가 펜싱을 잘 안다"며 "우리에게 매우 특별한 종목인데, 그걸 그랑 팔레에서 한다고 생각해보라. 열광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pual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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