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온다고!" 동물도 느낀 위험신호 묵살…23초 만에 도시 폐허[뉴스속오늘]
[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1976년 7월 28일 새벽 3시 42분. 규모 7.8의 지진이 중국 허베이성(河北) 탕산(唐山)시를 강타했다. 23초 만에 도시 전체가 폐허가 됐다.
히로시마 원자폭탄 400개와 맞먹는 폭발력의 지진으로 24만2000여 명이 사망했고, 16만4000여 명이 다쳤다. 중국 역사상 기록될만한 대참사였다.
탕산이 유난히 지진 피해가 클 수밖에 없었던 건 거대한 단층 바로 위에 놓인 도시였기 때문이다. 지표면이 내려앉는 형태의 직하형 지진이 발생하면서 탕산은 한순간에 땅으로 꺼져버린 충격을 받았다.
지진의 지속 시간은 23초로 그리 길지 않았지만, 탕산은 기반암 없는 충적평야 일대였기에 그 위에 지어진 건물은 모두 버티지 못하고 녹아내리듯 무너져버려 피해가 막심했다.
한국 포항 지진 당시 나타났던 땅이 늪처럼 변하는 '액상화 현상'은 당시 탕산에서도 나타났다.
액상화 현상은 퇴적층 내 흙 알갱이 사이의 공간에 있던 물 입자들이 강진으로 지진파가 지나갈 경우 밖으로 배출되는 것을 말한다. 단단했던 지표면 위로 물렁물렁한 흙이 쌓이면서 지반이 약해지게 된다.
또한 탕산이 광공업 도시인 것도 피해가 큰 이유였다. 지진으로 갱도가 무너지면서 매몰된 사람들만 수천 명에 달했다. 이들을 찾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다.
당시 생존자들의 증언을 다룬 '화상보'에는 탕산 제 1의원 건물에 묻혔던 왕쯔란 등 두 명의 20대 여성은 8일 만에 구출됐고, 루구이란은 13일 만에, 천수하이 등 5명의 자오거좡 탄광 광부들은 15일 만에 구출됐다. 이들은 모두 서로 껴안아 체온을 유지했고, 자기 소변과 진흙을 먹으면서 버텼다고 한다.
중국은 탕산 지진 복구를 위해 군 병력을 10만 명이나 투입했지만 구조와 복구 작업은 지지부진했다. 장비가 빈약했기 때문이다. 구조 인력들은 중장비보다는 삽과 곡괭이로 작업에 나섰다. 지진으로 폐허가 된 탕산간수소(교도소)의 죄수들까지도 구조 작업에 참여해 맨손으로 112명을 구해냈다는 기록이 남았다고 한다.
당시 중국 국가 지진국 양유천을 비롯한 몇몇 전문가들은 "가까운 시일 내에 탕산 근처에 강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지진 발생 하루 전날에도 번개가 치고 동물들의 이상 현상이 보고되기도 했다. 그러나 지진 경보는 내려지지 않았다.
문화대혁명이 한창일 때라 혼란스러웠던 만큼 공산당 지도층은 지진에는 관심이 없었고, 경고는 묵살됐다. 심지어 지진을 최초로 경고했던 양유천은 "민심을 어지럽힌다"며 공안에 잡혀가 조사를 받았고 '노동 개조' 대상이 돼 사무실에서 쫓겨났다.
그러나 이 경고에 귀 기울인 이들도 있었다. 친황다오 시 칭룽(靑龍) 만족 자치현의 공무원들은 지진에 대비했다. 지진 발생 직전인 7월 25일과 26일 비상 회의를 소집하고 주민 47만 명에게 지진 대피 요령을 알렸다. 관리들을 동원해 현 내 건물 안전을 점검했다.
그리고 점검 이틀 만인 28일 새벽. 천지가 흔들리는 듯한 지진이 발생했고, 수십만 명의 인명 피해가 났지만 40만 인구의 칭룽 현의 사망자는 단 1명이었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탕산 대지진 당시 정확한 피해 상황을 알리지 않았고, 구조 작업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었다. 나중에야 이런 사실이 알려져 많은 비난을 받았다.
지진 발생 34년째 되던 2010년에는 탕산 대지진을 다룬 영화 '탕산대지진'이 개봉하기도 했다. 펑샤오강(馮小剛)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이 영화는 중국 영화 사상 최고 흥행을 기록하는 등 많은 관심을 받았다. 한국에서는 2010년 '대지진'이라는 제목으로 개봉했다.
이은 기자 iameu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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