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열 “북·러 군사협력 평화 위협”…북·러 “미국의 위협으로 긴장 고조”

정희완 기자 2024. 7. 28. 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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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열 장관, EAS 및 ARF 참석
“북·러 군사협력 전 세계 평화·안정 위협”
북·러 “역내 긴장 고조 책임은 미국에”
중국, 북·러 입장 두둔하지 않아
조태열 외교부장관이 27일(현지시간) 오전 라오스 비엔티안 국립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외교장관회의에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연합뉴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27일 라오스에서 개최된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관련 외교장관 회의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과 북·러의 군사·경제 협력 강화 등을 비판했다. 반면 북한과 러시아는 미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동맹국을 끌어들여 군사적 대립을 조장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한국이나 북·러 가운데 어느 한쪽에 가까운 견해를 표명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태열 장관은 이날 라오스 비엔티안 국립컨벤션센터(NCC)에서 개최한 동아시아정상회의(EAS) 및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 회의에서 북한이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에 매진하면서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협력에 동북아와 전 세계의 평화·안정을 위협하고 있다고 했다. 조 장관은 EAS와 ARF 회원국들이 북한의 도발 중단과 완전한 비핵화, 유엔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이행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발신해야 한다며 지지를 요청했다.

EAS는 아세안 10개국 및 한·중·일, 미국과 러시아 등이 참여한다. ARF는 EAS 참여국에 더해 북한 등 27개국으로 이뤄졌다. ARF는 북한이 유일하게 참여하는 역내 다자 안보 협의체이다.

조 장관은 EAS 회의 직전에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회의장에서 만나 짧은 대화를 나눴다. 먼저 입장한 조 장관은 블링컨 장관이 들어서자 자리에서 일어나 다가가 인사하며 가볍게 포옹했다. 이후 조 장관은 진지한 표정으로 무언가를 설명했고 블링컨 장관은 고개를 끄덕이며 듣는 모습이었다. 두 장관이 자리로 돌아간 뒤, 블링컨 장관이 다시 조 장관에게 다가가 다시 말을 걸기도 했다. 두 장관이 어떤 대화를 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리영철 주라오스 북한 대사가 27일 오전 아세안 관련 외교장관회의가 열리는 라오스 비엔티안 국립컨벤션센터에서 이동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연합뉴스

반면 러시아와 북한 측은 EAS 및 ARF 회의에서 역내 긴장 고조의 원인을 미국에 돌렸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EAS 회의에서 한·미가 최근 체결한 ‘한반도 핵억제 핵작전 지침’을 두고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라브로프 장관은 ARF 회의에서는 미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위협적인 행동을 통해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리영철 북한 주라오스 대사 또한 러시아 측과 비슷한 내용의 발언을 했다고 한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북한은 그들 특유의 표현을 써가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미국을 비판했다”라며 “이에 조 장관은 한·미 핵지침 등은 북한의 핵 도발을 억제하기 위한 한·미 간 핵확장억제 강화의 노력으로써 정당한 대응이기 때문에 이를 호도하는 부당한 주장은 중단하라고 촉구했다”고 전했다.

조 장관은 EAS 회담 이후 라브로프 장관과 별도로 약식 회동을 했다. 두 장관은 주요 현안 및 한반도 상황에 대해 논의했다. 조 장관은 라브로프 장관에게 최근 북·러 군사협력 강화 등에 대한 엄중한 입장을 전달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조 장관은 우리의 안보에 위협이 될 추가적 조치가 없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러시아 측에 전달한 것”이라며 “이번 약식 회동은 상황을 관리한다는 측면에서 소통 채널과 컨택 포인트(접점)를 마련하고, 필요하면 (소통을) 이어갈 수 있다는 정도의 양해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이 27일 라오스 비엔티안 국립컨벤션센터에서 약식 회동을 하고 주요 현안 등을 논의했다. 외교부 제공

중국은 EAS 및 ARF 회의에서 공개적으로 북·러 측의 입장을 두둔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당국자는 “중국은 평화·안정을 위해서 건설적인 역할을 한다는 이미지로 비치도록 노력하는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중국은 지난 6월 북·러의 조약 체결 등 밀착을 달갑지 여기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반면 한국과는 고위급 소통 및 교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지난 5월 한·중 외교장관 회담 이후 두 달 사이에 고위급 교류가 5번 있었다”라며 “중국이 한·중 관계 관리에 분명한 태도 변화가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이어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 환경 변화와 중국 내 문제 등을 고려해 한국과 관계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라며 “미국 등 서방과의 관계를 원만하게 관리하려는 점도 연동돼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조태열 장관은 이번 아세안 관련 외교장관 회의 기간 동안 여러 양자 회담을 진행했다. 대부분의 양자 회담에서 미국 대선과 관련한 내용이 언급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다른 나라들도 우리와 거의 비슷한 상황에 있는 것 같다”라며 “미국과 친소 관계를 떠나서 대선 결과에 대한 불확실성과 이후 정세와 안보 문제가 어떻게 진행될지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섞여 있었다”라고 말했다.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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