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북한’ 파리 개회식 대형 참사, 결국 바흐 위원장 윤 대통령에 사과 “꿈에도 생각 못한 일”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2024년 파리 올림픽을 시작부터 파행으로 몰고 간 사건이 일단락되는 양상이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공개적으로 사과했다. 자칫 외교적인 문제로 비화될 수도 있었는데 일단 IOC가 사과하고, 우리도 이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하는 선에서 접점을 찾아가는 양상이다. IOC의 빠른 사과는 다행이지만, 파리 올림픽을 기억하는 하나의 사건이 불미스러웠다는 점은 유감이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2024 파리 올림픽 개회식에서 발생한 한국 선수단 소개 오류에 대해 27일(한국시간) 공식 사과했다. 대통실에 따르면 바흐 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과 10분 정도 이어진 통화에서 “변명의 여지가 없는 일이 발생했다. 정중하고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흐 위원장이 대회 시작부터 한 국가 원수에 사과 전화를 하게 된 건 어처구니 없는 사건에서 벌어졌다. 27일 파리 센강에서 열린 대회 개회식에서 아마추어도 못한 참사가 벌어졌다. 파리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그간 주 경기장에서 개회식을 치르는 전통을 깨고, 파리를 상징하는 자연 지형인 센강을 개회식 무대로 삼았다. 참가국 선수단이 배를 타고 순차적으로 입장하는 프로그램이었다. 한국 선수단은 프랑스어 표기의 알파벳 순서에 따라 48번째로 입장했다. 선수들은 비가 오는 와중에서도 환한 미소를 잃지 않으며 개회식을 즐겼다.
그런데 여기서 믿기 어려운 일이 벌어졌다. 방송 화면에는 국가명이 제대로 노출됐지만, 어찌된 일인지 장내 아나운서가 한국을 '북한'으로 소개한 것이다. 그것도 불어와 영어 모두 그렇게 소개했다. 아나운서는 불어로 'Republique populaire democratique de Coree'고 외쳤고, 곧바로 영어로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라고 소개했다.
대한민국은 불어로 'Republique de coree', 그리고 영어로는 'Republic of Korea'라고 소개됐어야 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수많은 리허설을 거쳤을 올림픽 개회식에서 한 나라의 이름을 잘못 부르는 참사가 벌어진 것이다. 방송 화면에는 제대로 자막이 나갔는데, 결국 준비의 미숙과 무관심이라고밖에 볼 수 없는 일이었다. 많은 누리꾼들이 이 음성을 똑똑하게 들었고 IOC의 잘못을 지탄하는 글이 SNS상에 넘쳐났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과 파리에 체류하고 있는 장미란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은 즉각 대응에 나섰다.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었다. 국가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였다. 우리는 48번째로 입장했고, 북한은 153번째였기에 헷갈릴 일도 없었다. 하필 남북 대치 상황에서 북한의 이름이 나와 논란이 더 컸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외교부가 즉각 움직였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우리시간으로 27일 아침 긴급 설명 자료를 내고 파리 올림픽 개회식에서 있었던 사건에 대해 강력한 유감을 표시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7월 26일(현지시간), 2024 파리하계올림픽 대회 개회식에서 대한민국 선수단 입장 시 나라명을 '북한(프랑스어: Republique populaire democratique de coree, 영어 :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으로 소개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이어 문화체육관광부는 “문체부 장미란 제2차관은 현지에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토마스 바흐 위원장에게 면담을 요청해 놓았고, 정부차원에서 프랑스 측에 강력한 항의 의견을 전달할 것을 외교부에 요청했다. 선수단장에게는 국제올림픽위원회와 파리올림픽조직위원회를 상대로 조속하게 대응해 줄 것을 당부했다"고 덧붙였다. 단순히 올림픽과 체육의 문제가 아닌 외교 문제로 비화될 수 있을 정도로 파급력이 큰 것이었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우리 시간으로 27일 오후 9시 30분 다국적 기자들이 상주하고 있는 메인프레스센터(MPC)에서 기자 회견을 열고 “개막식 도중에 이 사태를 인지를 하고, (IOC) 사무 부총장하고 이 문제를 논의하기 시작했다. 저녁에 논의를 하고, 문제 제기도 하고 서한도 보냈다. 구두로 직접적이고 솔직한 표현을 해줘야 한다 해서 IOC도 밤에 회의를 하고 아침에도 여러 차례 회의를 했다”고 간밤의 과정을 설명했다.
이어 이 회장은 “대통령님과 바흐 위원장님께서 여기 시간으로 1시에 통화를 하시기로 했다. 대통령님에게도 오늘 아침에 두 차례 보고를 드렸고, 공식적인 서면으로 사과를 하고 위원장께서 사과를 하고”면서 “만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공식적인 사과를 먼저 하라고 했다. (사과문) 작성을 하고 문안을 정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바흐 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이 문제에 대한 IOC의 책임을 통감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는 사과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바흐 위원장의 사과를 받고 각종 미디어 및 SNS를 통한 추가 사과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27일(한국시간) 바흐 위원장과 약 10분간 이어진 통화에서 "대한민국은 하계, 동계 올림픽과 월드컵을 개최한 나라로서 대한민국 국민들이 이번 일에 많이 놀라고 당혹스러웠다"고 말했다고 대통령실이 전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각종 미디어와 SNS를 통해 이번 일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을 방지해 달라"며 "남은 올림픽 일정이 성공적으로 진행되어 진정한 세계인의 축제가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기흥 회장은 “이런 문제는 전혀 예측을 못했다. 명칭을 부르는 게 잘못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을 못했다”고 말하면서 “경기장 입구라든지 메달 수여를 할 때 태극기를 앞뒤나 위아래로 잘못 다는 건 가끔 있다. 자원봉사자들이 모르기 때문에 그렇다. 하지만 호칭을 잘못 부른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다”고 이해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 회장은 “선수단은 시합은 시합이고, 행정적인 것은 체육회가 해야 할 일이다.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 선수와 행정적인 것은 별개의 문제다. 시합에 전념하라고 했다”면서 “오늘 아침에 사격에서 좋은 성과가 나왔다. 선수들의 (경기력이) 이 정도까지 나타날 것이라고는 예측을 못했다. 잘하기는 잘하지만 3~4등 정도를 객관적인 실력으로 봤는데 스타트가 좋다”고 위안을 삼았다.
장미란 차관 또한 "개인으로나 국민으로서, 또 주무 부처의 차관으로서 굉장한 유감을 표명한다. 우리나라에 IOC 위원이 세 분 계시는 만큼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적극 대응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일단 바흐 위원정과 윤 대통령이 직접 통화하며 ‘정상’끼리의 대화를 끝냈기 때문에 장 차관이나 이 회장이 바흐 위원장을 따로 접견할 계획은 취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IOC의 절차상 관례다. 대한민국 선수단이 개회식에서의 어이 없는 사고를 딛고 기대 이상의 성과와 함께 파리를 떠날 수 있을지 주목되는 가운데 추후 IOC의 대응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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