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외교수장 라오스회담…"中, 남중국해 불안정 초래" 對 "패권 추구 안 해"
[서울=뉴시스] 박준호 기자 =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중국의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이 27일(현지시각) 라오스에서 양자 회담을 가졌지만 남중국해 갈등을 비롯해 우크라이나 전쟁, 대만 문제 등에서 기존 입장 차만 재확인했다.
AP, 신화 통신 등에 따르면 블링컨 국무장관과 왕이 외교부장은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열린 연례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과 별도로 약 1시간 20분 동안 비공개 회담했다. 이 자리에서는 중국과 미국의 동맹국인 필리핀 간의 남중국해 분쟁에 대한 긴장이 주요 논의 주제였다고 한다.
이날 회담 분위기에 대해 AP는 "미국의 불확실한 정치 상황과 아시아 및 기타 지역에서 중국의 자기주장(assertiveness)이 강해지고 있는 것에 대한 우려가 증가하는 가운데 미국과 중국은 토요일(27일)에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중국 측 카운터파트(왕이 부장)가 지난해 이후 여섯 번째 회동을 갖고 상호 불만을 새롭게 표출했다"고 전했다.
매튜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블링컨 장관과 왕 부장이 "공개적이고 생산적인" 논의를 했지만 인도-태평양, 유럽, 아메리카에서 가장 큰 갈등을 빚는 문제에 대해 의미 있는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말했다.
밀러 대변인은 "미국은 인권을 포함해 우리의 이익과 가치, 그리고 동맹국 및 파트너국의 이익과 가치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계속 취할 것이다"라고 블링컨 장관이 왕 부장에게 말했다고 전했다.
밀러 대변인은 또 블링컨 장관이 "미국이 동맹국 및 파트너국과 함께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에 대한 비전을 추진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며, 중국이 본토의 일부라고 주장하고 필요하면 무력으로 재통일하겠다고 맹세한 대만에 대한 중국의 최근 공격적인 행동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밀러 대변인은 또한 블링컨 장관은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동을 했다"고 비난하고 "미국이 국제법에 따라 항해와 상공 비행의 자유와 분쟁의 평화적 해결을 지지한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다만 블링컨 장관은 중국과 필리핀이 이번 주 초에 필리핀이 이날 중국군과 마찰을 빚지 않고 분쟁 지역으로 물자 보급을 할 수 있도록 이동을 허용한 협정을 체결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는 협정이 체결된 이후 처음으로 이뤄진 것이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왕 부장과의 회동 전 아세안 외무장관 회의에서 "우리는 오늘 (남중국해) 제2토마스암초(중국명 런아이자오·仁愛礁, 필리핀명 아융인)에서 성공적인 재보급을 기록하게 되어 기쁘다"며 "앞으로도 지속되기를 바라며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이 합의 이전에 필리핀과 중국 간의 긴장은 수개월 동안 고조돼왔고, 중국 해경국과 군대는 강력한 물대포와 위험한 봉쇄 기동을 동원해 필리핀 해군 인력에 식량과 기타 물품이 도달하지 못하도록 막았다.
다음 주에 아시아 6개국 순방의 일환으로 필리핀을 찾을 예정인 블링컨 장관은 이날 회동에서 중국이 "지난 몇 달 동안 남중국해에서 필리핀에 대해 취한 확대적이고 불법적인 행동"을 비난하기도 했다.
아울러 블링컨 장관은 왕 부장과의 회담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서 사용할 무기 생산을 늘리기 위해 사용하고 있다고 믿는 러시아의 방위 산업 부문에 대한 중국의 지원에 대해 미국과 유럽의 깊은 우려를 다시 표명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은 이 무역에 관여한 300개 이상의 러시아와 중국 기업에 제재를 가했다. 블링컨 장관은 "(중국이) 유럽 안보에 대한 이 위협을 해결하기 위해 행동하지 않을 경우 미국은 적절한 조치를 계속 취할 것"이라고 분명히 밝혔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왕 부장은 "대만은 중국의 일부이며, 결코 국가가 아니었고 앞으로도 국가가 될 수 없다"고 블링컨 장관에게 말했다.
왕 부장은 "중국은 '대만 독립' 세력의 모든 도발에 맞설 것이며, 완전한 재통일이라는 목표를 향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왕 부장은 또 블링컨 장관에게 "미국은 중국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고수하고 있으며 항상 자국의 패권 논리로 중국을 반영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왕 부장은 "중국은 미국이 아니며 미국이 되고 싶어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또 "중국은 패권이나 권력 정치를 추구하지 않으며 세계 주요 국가로서 평화와 안보에 대한 가장 좋은 기록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왕 부장은 아울러 중국 공산당 제20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3중전회)에서 개혁을 더욱 전면적으로 심화하고 중국식 현대화를 촉진하기 위한 주요 결정을 채택했으며 중국은 본래의 열망에 충실하고 중국인민의 행복과 국가의 부흥을 추구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국은 앞으로도 평화적 발전의 길에 전념하고 인류의 공동 미래와 함께 공동체를 건설할 것"이라며 미국 측이 이번 결정을 통해 중국 공산당과 중국의 현재와 미래를 이해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라오스에서 열린 아세안 회의에는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도 참석했지만, 국무부 고위 관리에 따르면 블링컨 장관은 라브로프 장관과는 아무런 접촉도 없었다고 한다.
라오스에서 블링컨은 하노이로 이동해 응우옌 푸 쫑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의 별세에 조의를 표한 후 일본, 필리핀, 싱가포르, 몽골을 방문할 예정이다.
블링컨 장관은 28일과 29일에는 도쿄와 마닐라에서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과 합류해 일본과 필리핀의 외교·국방 각료들과 만나 방위 협력을 강화할 예정이다. 블링컨은 또한 인도와 남미 정상들과 도쿄에서 회동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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