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부 만리장성' 넘는다…도전 나서는 韓기업[베이징 리포트]
콜드체인·유통기한 등 경쟁력…일본서 인기 끈 '두부바'도 시종
[베이징=뉴시스]박정규 특파원 = 날이 갈수록 한국 기업들이 줄줄이 빠져나가고 있는 중국 땅에서 되레 투자를 늘려나가고 있는 한국 식품기업이 있다. 중국에서 '푸메이둬(圃美多)'라는 이름으로 현지 생산라인을 운영하고 있는 풀무원이다.
풀무원은 지금 중국 두부시장 공략에 여념이 없다. 지난 23일 찾아간 중국 베이징 핑구구의 풀무원 중국법인 제조공장에서는 기존 제품에 더해 현지 소비자를 상대로 테스트에 들어간 두부바를 생산하느라 더욱 바빴다.
이미 일본시장에서 성공한 제품인 두부바가 광대한 내수시장을 지닌 중국시장에서도 통할지 새로운 시도에 들어간 것이다.
한국에서는 다양한 식품을 생산해 판매하는 데 비해 풀무원 중국법인은 현지 시장에서 냉장파스타로 대륙을 제패한 기업이다. 현지 진출 과정에서 냉면과 칼국수 등 다양한 제품들을 들여와 시도해보기도 했지만 여러 테스트를 거쳐 냉장파스타 시장의 가능성을 보고 적극 공략했다.
이에 2015년 현지 출시 이후 2016년 1035만 위안(한화 약 20억원) 수준이었던 풀무원의 파스타(냉장·냉동 포함) 제품 매출액은 코로나19 당시 간편식 수요 급성장에 힘입어 2022년 3억5468만 위안(약 678억원)에 달했다. 올해 매출 규모도 3억3555만 위안(약 641억원)에 이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로써 중국의 냉장·냉동 파스타 시장에서 풀무원의 점유율은 70%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면서 진작에 1인자로 군림했다.
이는 지속적인 중국 투자로 인한 결과다. 2010년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2012년부터 베이징 제1공장을 가동한 풀무원은 2022년 1월 두부제품에 주력하기 위한 제2공장을 완공하고 지난해 6월 리모델링까지 마쳤다.
베이징공장의 총 토지 면적은 2만8247㎡에다 2개 공장을 비롯해 폐수처리장, 창고, 경비실 등의 건물을 갖췄으며 지금까지 전체 투자 규모는 약 1500억원에 이른다. 이어 향후 수요가 많은 남부지역 공략을 위해 광둥지역에 추가 공장 설립도 검토하고 있다.
이제 푸메이둬의 두 번째 주력 제품은 두부다. 한국을 비롯해 중국과 일본 등 두부를 즐겨먹는 동아시아 중에서도 중국은 두부에 대한 애착이 큰 나라다.
명확한 기원이 밝혀져 있진 않지만 두부는 중국 한나라 때부터 먹기 시작한 것으로 흔히 알려져 있다. 이에 중국인들은 우리가 흔히 먹는 일반 판두부와 순두부, 연두부 외에도 포두부(건두부), 취두부 등 더욱 다양한 방식으로 두부를 즐긴다.
중국의 전국 두부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으로 119억 달러(약 16조원)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만큼 도전이 어려운 시장일 수밖에 없다. 기호가 다양한 현지인들의 입맛에 맞추려면 이를 뛰어넘는 경쟁력이 필수적이다.
풀무원은 중국 내륙 전반에 구축한 콜드체인을 바탕으로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산둥성과 지린성, 광둥성 등의 6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협력업체를 포함한 7개 생산기지와 7개 물류거점, 32개 원부재료업체를 통해 중국 전역에 매일 제품을 공급한다.
신선식품인 두부의 특성상 공급망이 필수적인데 풀무원은 이 같은 물류시스템을 통해 중국 두부 제조업체 중 유일하게 전국에 공급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중국에서 두부 제조 승인을 받은 업체가 약 5000곳에 이르지만 각각 인근 지역에 납품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는 반면 풀무원은 냉장파스타 등과 함께 유통망을 공유하고 있어 가능하다는 것이다.
또 두부 가공과 냉각, 살균, 포장 등에 이르는 자동화 공정을 통해 두부의 유통기한은 현지 경쟁사들보다 늘렸다.
일반 포장두부의 경우 현지 기업들의 유통기한은 7∼15일인데 반해 별도의 노하우를 갖고 있다는 풀무원은 기한이 30일에 이른다. 중국 전통방식으로 생산되는 포두부의 경우엔 유통기한이 3∼4일에 불과한 점과 비교하면 10배에 가까운 정도다.
풀무원이 중국 두부시장에서 자신감을 보이는 이유다. 김용주 베이징공장장은 "현지 두부 제조업체들의 경우 위생상의 문제 등으로 인해 유통기한이 짧지만 풀무원은 독자 기술을 통해 유통기한이 훨씬 길다“고 자신했다.
아울러 두부 제조공장의 경우 오폐수 정화처리가 중요한데 베이징의 농업용수 기준치 이내의 수질을 유지하면서 정부의 신뢰도 높였다.
중국 기업과 합작해 두부사업을 운영해온 일부 국내 대기업은 유통망을 전국으로 확산하지 못한 채 최근 투자 지분을 정리하기도 했다. 현지 기업과의 지분 문제 등의 한계로 인해 결국 영역을 확대하지 못하면서 이뤄진 결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만큼 두부시장 공략에 적극적인 풀무원은 이제 일본시장에서 한 차례 검증을 거친 두부바 제품을 중국 현지에 도입하는 중이다.
어묵처럼 간편하게 바 형태로 즐길 수 있는 두부제품으로 2020년 일본 세븐일레븐 자체브랜드(PB)제품으로 선보이면서 인기를 끈 제품이다. 이날 방문한 베이징 2공장에서도 따끈따끈한 두부바 제품이 생산라인을 통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베이징과 허베이 지역의 편의점 세븐일레븐 330개 매장에 입점해 소비자 반응을 확인 중인데 국경절 전까지 매장당 하루 1개만 판매되더라도 성공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럴 경우 전국 330만개 매장 진출을 통해 또 하나의 히트상품이 될 수 있다는 기대다.
다음달에는 미국 등에서 붐을 일으킨 냉동김밥도 들여와 현지 판매를 시도한다는 계획이다. 재료 등에서 중국 현지에서 생산하는 제품과는 차이가 있는 만큼 중국인들의 호응도를 살펴보고 추후 판매 확대 여부 등을 검토할 예정이다.
박태준 풀무원 중국법인 영업본부장은 "중국에서 푸메이둬는 젊은 이미지를 지닌 식품기업이라는 인식이 형성돼있다는 점도 향후 현지에서 다양한 가능성을 기대하게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두진우 중국법인 대표는 "예전에는 한국 식품들의 인기가 굉장히 좋았지만 이제는 밀키트 등 제품 경쟁력에 있어서도 중국 식품들이 확 따라붙었다"며 "유통 채널과 소비자, 경기 문제 등 여러 가지 요소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한국 기업들의 치열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pjk76@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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