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민영화의 모든 것
[해설] 보수정부 '1공영 다민영' 기조에서 거론되는 MBC 민영화 현실성 있나
매각 가능성 관건…"시장 상황 판단 없는 정치적 어젠다" 주장 속 우려도 여전
[미디어오늘 윤유경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이진숙 전 MBC 기획홍보본부장을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또다시 'MBC 민영화'가 쟁점 현안으로 거론된다. 이 후보자는 2012년 MBC 지분 30%를 보유한 정수장학회의 최필립 이사장과 지분 매각을 밀실 논의해 비판 받는 인물이다.
일부 보수 성향 언론과 여권 정치인들은 MBC 보도의 편파성을 주장하면서 MBC 민영화를 요구한다. 그러나 공적 소유구조의 방송사 민영화는 간단치 않다. '징벌적 민영화'라는 지적처럼 정치적 목적을 위한 선언적 구호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MBC 민영화를 둘러싼 쟁점들을 정리했다.
1. 우선 MBC 구조를 뜯어보자
MBC는 공익재단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가 대주주이지만, 경영은 광고 등 수익사업에 의존하는 주식회사형 공기업이다. 정부 지분 100%의 '공사' 형태로 운영되는 KBS(한국방송공사), EBS(한국교육방송공사)와 가장 큰 차이점이다. 비상장사인 MBC 지분은 방문진 70%(14만 주), 정수장학회 30%(6만 주)로 구성돼있다. MBC 민영화를 위해서는 방문진이나 정수장학회 지분을 건드려야 한다.
방문진은 MBC를 위해 만들어진 재단이다. 1988년 12월 방송문화진흥회법(방문진법)에 따라 MBC의 공적 책임 실현과 방송문화 진흥 및 공공복지 향상에 이바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됐다. 방통위가 방문진 이사·감사를 임명하고, 방문진은 MBC 사장 등 경영진 인사권을 갖는다. '박정희-육영수' 이름을 따서 만든 정수장학회는 과거 516 장학회로 불리기도 했다. 실질적 주인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다.
2. MBC 민영화를 시도한 전적들
정치권발 MBC 민영화 시도는 여러차례 논란이 됐다. 특히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 국가정보원이 작성한 'MBC 정상화 전략 및 추진방안' 문건은 세 가지 민영화 방안을 제시했다. △지방 MBC 광역화 완료 후 방문진이 지방 MBC 매각 대금으로 정수장학회 지분 30%를 인수해 우리사주조합과 국민주 형태로 매각 △현 자산규모에 맞춰 유상증자를 실시하고 신주발행으로 인수자 공모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왜곡 보도 제재 축적, 방송 재허가 거부로 폐업 후 자산매각 방식으로 신규 사업자 인수 추진 등이다.
2012년에는 이진숙 당시 MBC 기획홍보본부장이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과 만나 정수장학회 지분 매각 방식과 활용방안을 논의했다. 한겨레 보도로 회동이 알려진 뒤, 실제 MBC 민영화가 추진되진 않았다. 인사청문회를 앞둔 이 후보자는 22일 국회에 보낸 서면 답변에서 “(최 이사장과 자리는) 비밀회동이 아니었으며 정수장학회 요청에 따라 정수장학회의 지분 매각 절차를 안내한 것으로 민영화 논의를 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다음날 경향신문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 불법사찰 수사기록을 근거로, 비밀회동은 김재철 당시 MBC 사장 지시로 민영화 논의를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고 보도했다.
3. MBC 민영화 시나리오들
MBC 민영화 방안으로는 몇가지 이론적 시나리오들이 거론된다. 먼저 유상증자를 통한 상장으로 주식을 시장에 내놔 지분구조를 바꾸거나, 방문진이 현금을 주고 정수장학회 지분을 가져오는 '주식 소각' 방법 등이다. 전자의 경우 정수장학회가 찬성하기 어렵고, 후자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매각 대금으로 특혜를 준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방문진법을 없애서 70% 지분을 국고로 귀속시킨 뒤 시장에 내놓는 방법도 언급되는데, 국회 의석 과반(192석)을 차지한 야당 동의 없이 불가하다. 당장 MBC 자산재평가를 하려면 1년 이상이 소요되기에, 3년차에 접어든 현 윤석열 정부가 민영화 작업에 몰두할 여력이 없을 거란 시각도 있다.
2010년 국정원 문건처럼 방심위 제재, 재허가 거부, 폐업 후 자산 매각 수순은 어떨까. MBC가 불복해 소송을 제기하면 재허가 감점 적용은 유예된다. 방송업계 관계자 A씨는 “MBN은 종합편성채널 출범 당시 자본금을 불법 충당한 것이 드러났지만 재허가 취소를 하지 않았다”라며 “특히 방심위 제재를 많이 받아 재허가를 불허한다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법 위반 사례에도 취소 못한다는 사실은 이미 증명됐다”고 했다.
4. MBC 매각 가능성은?
MBC 안팎에선 민영화 현실성이 낮은 이유로 '매각 가능성'을 꼽는다. MBC가 시장에 나와도 구매할 주체가 마땅치 않다는 시각이다. MBC의 현 자산 가치를 약 2조5000억 원으로 전제하고, 대주주로서 의결권 행사를 위해 지분 30% 이상을 보유하려면 최소 7500억 원을 투자해야 한다. 지역MBC 사옥을 비롯한 각종 부동산을 고려하면 MBC 자산 가치는 더 높아진다.
게다가 현행 방송법 8조는 자산규모 10조 이상 대기업이 지상파 방송사 주식 10% 이상을 갖지 못하도록 규제한다. 자산 규모 10조가 안 되는 기업이 7500억 원 이상을 들여 MBC를 인수할 가능성이 얼마나 되느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상파 방송사에 대한 투자 가치가 점점 떨어지는 현실도 있다. 방송업계 관계자 B씨는 “지상파는 돈이 많이 들면서도 온갖 규제가 다 있는데, 얻는 이익은 별로 없는 구조다. 광고는 계속 떨어지고 콘텐츠 판매로 버티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며 “결론적으로 지상파가 매력 상품인가?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거 말고, 경제적 상품으로서 보면 매력적인 상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5. 그럼에도 MBC 민영화 우려하는 이유?
A씨는 “원론적으로 민영화는 시장 논리를 따라야 한다”며 “시장 상황에 대한 판단 없이 나오는 (현재) 논의들은 선언적이고 정치적인 어젠다”라고 일축했다. B씨도 “말은 무성한데 현실적으로 많은 수단이 있는 건 아니다”라며 “2008년 당시 초기에 민영화 방안이 나왔지만 살 수 있는 기업이 없어 실행되지 못했다. 16년이 지난 지금 2024년의 지상파는 더 매력 없는 상품이 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MBC까지 민영화되어 시장에 뛰어들면 '민영방송 생태계'가 교란될 거란 견해도 있다.
다만 현 정부에서 민영화가 강행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윤석열 정부들어 YTN 민영화가 현실이 됐고, TBS도 폐국 위기로 내몰리며 민영화가 눈앞이다. 공영방송 TV수신료는 30년 만에 분리 고지·징수를 하게 됐다. 민영화를 위해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는 방문진은 후임 이사를 임명하기 위한 절차가 진행 중이다. 이진숙 방통위원장이 취임한 뒤 여권 다수로 구도가 바뀔 수 있다.
이호찬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장은 지난 12일 미디어오늘 인터뷰에서 “윤석열 정권은 너무도 비상식적인 일들을 많이 해왔다. 이진숙이 논란이 될지 충분히 예상하면서 이진숙을 임명한다는 건 'MBC 장악'을 최고 국정 과제라고 보고 있다는 것”이라며 “실제 민영화 시도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재산인 MBC를 사적 자본에 팔아 넘겨 국민들이 얻을 수 있는 게 단 하나라도 있는가”라고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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