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사도광산, 세계유산 등재…지울 수 없는 '군함도' 우려?
27일 세계문화유산 등재, 정부도 동의
日 "전체 역사 반영하겠다" 전시물 설치
군함도 때도 약속 안 지켜...이번에는?
[더팩트ㅣ김정수 기자] 일제 강점기 시절 조선인 강제노동의 아픔이 서려 있는 일본 사도광산이 27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정부는 일본이 사도광산 전체 역사를 반영하고 가혹했던 과거를 기리기 위한 전시물을 신설했다며 등재 결정에 동의했다. 다만 군함도 사례가 반복된다면 '식민지 시대 유적의 세계유산 등재에 정부가 협조했다'는 비판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외교부에 따르면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WHC)는 이날 일본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를 결정했다. 정부는 전체 역사를 사도광산 현장에 반영하라는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 권고와 WHC의 결정을 일본이 성실히 이행할 것과 이를 위한 선제적 조치를 취할 것을 전제로 등재 결정에 동의했다.
외교부는 이번 WHC에서 일본 측이 밝힌 일련의 약속은 전체 역사를 반영하라는 ICOMOS와 우리 입장을 토대로 지난 수개월간 일본과 가진 '진지한 협상의 결과물'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측은 "일본 정부는 사도광산 전체 역사를 종합적으로 반영하는 해석과 전시 전략 및 시설을 개발할 것이고 사도광산의 모든 노동자, 특히 한국인 노동자를 진심으로 추모한다"고 말했다.
이어 "위원회 권고를 이행함에 있어 일본 정부는 그동안 WHC에서 채택된 모든 관련 결정과 이에 관한 일본의 약속들을 명심할(bearing in mind) 것이고 앞으로도 한국과 긴밀한 협의 하에 해석과 전시 전략 및 시설을 계속 개선하고자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약속 이행 의지를 분명히 하기 위해 일본은 한국인 노동자들이 처했던 가혹한 노동환경과 그들의 고난을 기리기 위한 새로운 전시물을 사도광산 현장에 이미 설치했다"며 "향후 사도광산 노동자들을 위한 추도식을 매년 사도섬에서 개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당 발언문은 WHC 결정문에 각주로 포함돼 결정문의 일부로 간주한다. 일본 측 발언을 살펴보면 사도광산에서 있었던 노동의 '강제성'은 직접 언급되지 않았다. 물론 외교부는 일본 측이 '약속들을 명심하겠다'라는 발언에 대해 "2015년 군함도 등재 당시 채택된 결정문과 일본 수석대표의 발언문을 포함한다"고 일러뒀다. 직접 강제성을 밝히진 않았지만 강제성을 인정한 당시의 입장이 유지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본은 군함도가 세계유산으로 등재될 당시 이번 사도광산 때와 마찬가지로 '전체 역사'를 알리겠다고 약속하며 도쿄에 산업유산정보센터를 설치했지만, 당시 조선인 노동자 학대 등 인권 침해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일본의 군함도 보고서에도 '조선인 차별이 없었다'는 주장이 되풀이됐다.
정부가 사도광산 등재 결정에 동의한 이유 중 하나인 일본의 선제적 조치와 관련해서도 평가가 나뉜다. 일본은 아이카와 향토 박물관에 조선총독부가 조선인 노동자 모집·알선에 관여하고, 위험한 작업은 조선인 노동자가 일본인 노동자에 비해 더 많이 종사했다는 점 등의 사료를 전시했다. 현재는 공터로 남아 있으나 조선인 노동자들이 생활했던 기숙사 등 직접적으로 관련된 장소에는 안내판이 설치되고, 안내자료 등을 통해서도 해당 장소가 소개될 예정이다.
다만 전시물에는 "국가총동원법에 근거한 국민징용령이 한반도에 도입돼 1945년까지 사도광산에 1000명 이상의 한국인 노동자가 있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국가총동원법 등 관련 법령은 일본이 식민 지배의 합법성을 강변할 때 쓰인다. 국내법에 따라 동원한 것으로 불법이 아니라는 논리다.
외교부는 "정부는 일본이 이번에 사도광산에서 선제적으로 이행 조치를 취하기로 한 취지를 살려 사도광산 관련 전시에 있어 약속을 계속 이행하고 도쿄 산업유산정보센터 전시의 미흡한 부분에 대한 개선을 포함해 진정성 있는 조치들을 취함으로써 한일 관계 개선의 흐름을 계속 이어 나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js8814@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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