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에 모인 美동맹국들...韓외교 “북핵 용인 않는다는 단호한 메시지 내야”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개최 중인 아세안(ASEAN) 관련 외교장관회의에서 한국, 미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미국의 동맹국들이 세를 과시했다. 연례 아세안 외교장관회의와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외교장관회의,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을 겸한 이번 회의에는 아세안 10국 외에 미국, 한국, 일본,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유럽연합(EU), 노르웨이, 스위스, 튀르키예, 인도, 러시아, 중국, 북한, 몽골 등도 대표를 보냈다.
아세안 10국과 그외 8국이 참가한 가운데 27일 오전 11시 열린 EAS 외교장관회의는 커다란 원탁의 한쪽 편에 의장국인 라오스를 중심으로 아세안 국가 장관들이 둘러 앉았다. 반대편에는 인도, 중국, 호주, 일본, 뉴질랜드, 미국, 한국, 싱가포르, 러시아 순서로 배치됐다. 미국과 그 동맹인 호주, 일본, 뉴질랜드, 한국이 가운데에 뭉쳐 앉은 모양새였다. 중국, 러시아 그리고 미국과 중·러 사이에서 등거리 외교를 하는 싱가포르, 인도는 끝쪽에 몰려 앉게 됐다.
회의 시작 전 장관들의 교류에서도 서로 간의 거리감이 드러났다. 10시45분쯤 회의장에 도착한 우리 측의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먼저 착석해 있던 비비안 발라크리쉬난 싱가포르 외교장관, 윈스턴 피터스 뉴질랜드 부총리 겸 외교장관과 환담했다. 10시53분쯤 입장한 페니 웡 호주 외교부 장관도 피터스 뉴질랜드 총리와 선 채 얘기를 나눴다.
10시55분쯤 회의장에 도착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가장 먼저 피터스 뉴질랜드 부총리와 환담을 나눴다. 잠시 후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블링컨 장관에게 다가갔고, 한·미 장관은 한참 동안 심각한 표정으로 대화를 나눴다.
수브라마냠 자이산카르 인도 외교부 장관이 잠시 다가와 ‘한·미·인' 3자가 환담을 나눈 후에는 다시 조 장관이 블링컨 장관에게 심각한 표정으로 무언가 열변을 토하는 모습이 언론에 포착됐다.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는 불분명하지만 전날 만찬장에서 이뤄진 조 장관과 북측 대표인 리영철 라오스 주재 북한대사의 만남과는 사뭇 달랐다.
전날 의장국인 라오스가 주최하는 갈라만찬장에서 리 대사와 마주친 조 장관은 먼저 그를 불렀지만, 리 대사는 아무 말 않고 앞으로만 걸어갔다. 그후 리 대사와 다시 마주친 조 장관이 그의 팔을 두드리며 말을 걸었지만, 리 대사는 못 들은 척 뒷짐을 진 채 묵묵부답이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올 초 “한국 괴뢰”를 “주적”으로 규정한 뒤 남·북 대화가 단절된 상황이기 때문에, 정책 결정 권한이 없는 리 대사가 공개된 장소에서 한국 측과 교류하는 것을 피했다고 볼 수 있다.
10시58분쯤 블링컨 장관에 뒤이어 EAS 외교장관 회의에 입장한 가미카와 요코 일본 외무대신은 곧바로 자기 자리 쪽으로 다가가 옆에 앉은 페니 웡 호주 외교장관과 반갑게 대화를 나눴다. 그 사이 입장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한·미 등과 적극적으로 인사를 나누기보다 자리에 앉아 서류를 검토했다.
미국의 동맹국들이 일찍 회의장에 모여 서로 환담을 나눈 반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살름싸이 꼼마싯 라오스 외교부 장관이 EAS 회의 모두발언을 시작한 후인 11시2분에야 ‘지각' 도착했다. 미리 도착해 사전 환담을 가진 다른 장관들과는 달리, 예정되지 않은 접촉을 피한 것이다.
한편 이날 EAS 회의에 앞서 열린 아세안+3(한중일) 외교장관회의에서 조 장관은 “회원국이 북한의 핵 개발을 용인하지 않으리라는 단호하고 단합된 메시지를 발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핵·미사일 도발을 지속하고 러시아와 불법 군사협력을 하며 한반도·역내 불안정을 야기하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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