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파트너’ 장나라의 캐주얼한 결혼 결심, 이혼쇼는 예정됐다 [김재동의 나무와 숲]

김재동 2024. 7. 27.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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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김재동 객원기자] 더러는 복 짓는 마음이 죄 짓는 마음이 될 수도 있다.

SBS 금토드라마 ‘굿파트너’의 불륜 남편 김지상(지승현 분)을 보며 드는 생각이다.

선 본 지 3개월 만에 결혼까지 이를 만큼 아내 차은경(장나라 분)은 매력적인 여자였다. 우유부단한 자신과 달리 진취적이고 목표의식이 뚜렷했다. “내가 맞아!”란 입버릇조차 동의하게 만드는 자기 확신이 멋진 여자였다. 서툴고 엉성한 살림과 육아솜씨는 그 완벽한 여자가 한 번씩 흘리는 애교 같았다. 사랑할수밖에 없는 이유로만 뭉친 여자라 생각했었다.

그래서 “아이 키운다고 일을 그만두는 아빠가 세상에 어딨냐?”는 선배에게 “애를 꼭 여자가 키운다는 법은 없잖습니까? 제 딸이 저를 필요로 하니까 옆에 있어 줘야죠.”라고 자신있게 말했었다. “올인해도 부족한 중요한 시기인데 이러다 자네 의사로서 더 크기 힘들어. 의사도 일종의 기술직야. 끊임없이 익히지 않으면 멈춘다고.”하는 경고도 귓등으로 넘겼다.

그러는 동안 아이는 컸고 아내는 여전히 집에 없다. 그리고 김지상은 멈춰버린 의사, 도태된 의사가 되어버렸다. 김지상의 호의는 곧 차은경의 권리가 되어버린 상황. 김지상에게 아내 차은경은 시나브로 사랑하지 말아야 할 이유로만 도배된 존재가 되어버렸다.

내연녀 최사라(한재이 분)가 끓여낸 꽃게찌개를 앞에 두고 김지상은 푸념한다. “꽃게찌개 자체가 문제가 아니잖아. 함께 앉아서 먹고 이야기하고 부부는 그래야 하는 건데... 차은경은 결혼하지 말고 혼자 살았어야 돼. 자격미달인 인간야.” 그렇게 김지상에게 차은경은 자격미달의 인간이 되어버렸다.

그럼에도 찌질한 건 마찬가지다. 불륜남 주제에 차은경을 향해 “당신 내가 후회하게 해줄게!”라 큰소리 쳤을 때는 차은경과 동료 변호사 정우진(김준한 분)의 관계에 어떤 확신이라도 있는 줄 알았다.

하지만 “어쩌면 둘이 먼저일 지도 모르죠. 회사에서도 둘이 지방 재판 간 게 얼마나 많은데요.”라고 최사라가 말했을 때 “아이, 거기까진 아닐 거야. 차은경은 밥 먹는 시간도 아까워 하는데 바람 필 시간 없어.”라고 대꾸할만큼 차은경의 결백에는 지지를 보냈다.

그럼에도 기자를 만나서는 ‘오피스 허즈밴드’란 자극적 용어를 앞세워 제 아내의 불륜을 기정사실처럼 제보한다. 사랑으로 시작한 김지상의 헌신은 어느 새 반대급부가 필요한 헌신이 되었고 합당한 보상이 불발됨에 따라 증오로 변질, 무고에 이르게 된 모양새다. “내가 너한테 어떻게 했는데!” 푸념을 할 바에는 헌신을 하지 않는게 맞다. 배신감은 필요 이상의 증오를 부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그래서 한유리가 받아든 반소장. “피고의 혼인관계는 이미 원고 차은경의 외도로 파탄이 난 상태였습니다. 원고는 자신의 회사에서 오피스 허즈밴드를 두고 외도를 일삼았습니다. 원고는 유책배우자이므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고 피고의 청구를 인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반소장의 내용이 터무니없건 말건, 김지상이 찌질하건 말건 김지상-차은경 커플의 결혼생활에 있어서 선(先) 가해자는 차은경이 맞다. 만난 지 3개월만에 결혼한다며 정우진에게 청첩을 건넨 날 차은경은 말했다. “시간도 없는데 길게 연애하느니 빨리 결혼하는 게 효율적이잖아? 나한테 딱이야. 요리를 해.”

차은경에게 결혼은 통과의례란 느낌이다. 연애하며 사랑을 확인하는 따위는 비효율적인 요식행위란 뉘앙스다. ‘요리하는 남자’ 김지상이라면 제게 필요한 외조를 제공할 수 있겠다 싶은 판단이 결혼을 결정지은 셈이다. 차은경은 의식 못했겠지만 김지상에겐 이미 결혼 전부터 차은경이야 말로 사랑의 배신자였던 셈이다.

술김에 하룻밤을 같이 한 전은호(피오 분)가 한유리에게 고백했을 때 한유리는 말했다. “남녀관계는 캐주얼해질 수 없는 관계야.” 그리고 십 수 년 전 차은경은 김지상과의 결혼을 캐주얼하게, 즉 태평스럽고도 무심하게 받아들임으로서 이혼소송이라는 후과를 감당하게 됐다.

그렇다고 차은경이 이왕 벌어진 이혼소송을 진지하고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다. “마음 단단히 먹어. 말했지? 내 이혼은 단순한 이혼이 아니라 하나의 쇼라고!”라며 대리인 한유리를 단속한다.

그렇게 김지상-차은경 커플의 이혼쇼는 키워드전쟁으로 돌입했다. 김지상 측이 ‘오피스 허즈밴드’란 대중이 열광할 키워드로 바이럴을 일으키며 선공에 나선데 대한 역공으로 한유리는 ‘두 집 살림’을 뜻하는 법률 용어 ‘중혼적 사실혼’이란 키워드를 내세웠다. 사람들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해서 바이럴을 크게 일으키겠다는 의도다.

26일 방송된 5회는 이혼 소송 첫 기일을 맞은 차은경이 “국민들에게 필요한 판례를 남기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지고 법정에 입장하는 장면과 딸 재희가 최사라와 함께 있는 모습을 목도하는 장면이 이어지며 막을 내렸다.

파리 올림픽 중계로 휴지기를 맞게된 ‘굿파트너’는 5회까지에서 효율과 완벽주의에 매몰된 변호사 차은경을 성공적으로 그려냈다. 아울러 그녀가 놓치거나 외면했던 부분들도 빌드업 해왔다. 그녀는 먼저 정우진의 연정을 외면했고 김지상의 헌신을 당연시 했으며 딸 재희의 심정을 아랑곳하지 않았다.

8월 16일 재개되는 6회부터는 ‘쇼’로 꾸려가려던 이혼소송을 통해 차은경이 제 독선으로 헛짚어온 인생의 소중한 가치들을 확인하는 스토리가 전개될 것으로 기대된다.

/zaitung@osen.co.kr

[사진]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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