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인 노동자 자료 전시"…사도광산, 향후 과제는

문재연 2024. 7. 27.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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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약 2,000명의 조선인들이 끌려가 강제노역에 시달린 장소인 일본 사도광산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건 △메이지~쇼와시대 일부 핵심시설의 등재 제외 △조선인 노동자 근로환경 및 동원 실태와 관한 전시 및 안내 △사도광산 노동자들을 위한 추도식 개최 등의 조치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본이 사도광산 세계유산 등재 이후 조선인 노동자와 관련한 전시를 '일시적' 조치로 취하는지 등에 대한 정부 차원의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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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사도광산 조선인 강제동원 피해 전시 
2015년 인정한 'forced to work'…"명심하겠다"고만
'전시 상설화' 여부는 미지수…정부, 지속 점검해야
조선인 강제동원 노동자 독립적 추도식 개최도 과제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27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회의에서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노역 현장인 일본 니가타현 '사도 광산'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했다. 사진은 사도 광산 아이카와쓰루시 금은산(金銀山) 유적. 연합뉴스

일제강점기 약 2,000명의 조선인들이 끌려가 강제노역에 시달린 장소인 일본 사도광산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건 △메이지~쇼와시대 일부 핵심시설의 등재 제외 △조선인 노동자 근로환경 및 동원 실태와 관한 전시 및 안내 △사도광산 노동자들을 위한 추도식 개최 등의 조치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전체 역사'를 반영한 일본의 이행조치를 보고 사도광산 등재에 반대하지 않았다.

외교부는 27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제46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WHC)에서 일본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가 컨센서스(전원 동의)로 결정됐다고 밝혔다. 등재에 앞서 일본 측은 니가타현 사도시 아이카와 향토 박물관에 조선인 노동자 등과 관련한 전시물을 설치하고, 공터로 남아 있던 조선인 노동자들이 사용했던 기숙사 터 근처에 안내판을 설치, 관광책자에 소개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

사도광산을 대표하는 일본 아이카와 금은산에서 메이지 시대 이후 건설된 갱도. 사도광산에선 2,000명 이상으로 추정되는 조선인이 태평양전쟁 기간 강제동원돼 가혹한 환경에서 강제 노역을 했다. 사도=연합뉴스

그러나 일본은 강제적인 조선인 노동자 동원 실태를 직접적으로 명시하지 않았다. 일본 측 대표인 가노 다케히로 주유네스코 일본 대사는 WHC 회의에서 등재 결정 뒤 "일본은 한국인 노동자들이 처했던 가혹한 노동환경과 그들의 고난을 기리기 위해 새로운 전시물을 사도광산 현장에 이미 설치했다"며 매해 추도식을 열겠다고 밝혔지만, 동원과 노역의 강제성은 직접 언급하지 않은 것이다.

특히, 2015년 이른바 '군함도'라 불리는 하시마섬의 세계유산 등재 당시 명시한 "조선인들이 '자기 의사에 반해(against their will)' 동원되어 '강제로 노역(forced to work)'했다"는 문장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일본 정부는 그동안 세계유산위에서 채택된 모든 관련 결정과 이에 관한 일본의 약속들을 명심할 것(bearing in mind)"라고만 했을 뿐이다. 외교부는 일본이 사실상 강제성을 인정한 발언이라고 설명했지만, 일본의 진정성이 의심되는 대목이다. 과거 식민지배와 관련한 '통절한 반성과 사죄'를 약속했던 일본은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집권 이후 직접적인 언급없이 "역대 담화정신을 계승한다"는 형식적인 발언을 반복해오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일본이 사도광산 세계유산 등재 이후 조선인 노동자와 관련한 전시를 '일시적' 조치로 취하는지 등에 대한 정부 차원의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아이카와 향토 박물관에 전시된 사료들은 △조선총독부가 조선인 노동자들의 모집·알선에 관여해 사도광산에 동원한 사실 △조선인 노동자들의 가혹한 근로 환경 및 일본인 노동자 대비 차별적인 근무시간 등을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아이카와 향토 박물관의 '일부 구간'에서 전시가 이뤄지고 있고, 지속적으로 전시가 될 지도 미지수다. 일본이 일정 기간 동안에만 전시를 한다면 정부는 당장의 합의를 위해 일시적인 성과에 급급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아이카와 향토 박물관이 외진 곳에 위치하고, 다른 전시관에는 조선인 노동자 문제가 짧게만 언급된다는 점도 문제다. 다만, 외교부는 해당 박물관이 "사도광산의 관리사무소였던 곳으로, 이러한 장소에 한국인 노동자 관련 사실이 전시된다는 것 자체가 의미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가장 최근 신설된) 전시관은 역사 유적지에 대한 설명시설로 활용하기에 미흡한 측면이 있다. 해당 전시관에도 조선인 노동자 관련 시설을 안내하는 브로셔를 비치했다"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가 약속한 추도식이 조선인 노동자를 기리기 위한 '독립적 행사'가 아닌 일본인과 조선인 노동자 모두를 기리기 위한 행사라는 점도 한계다. 일본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차원에서 매해 추도식을 개최하겠다고 했지만, 조선인 노동자의 '강제동원'을 반성하거나 사죄하기 위한 행사는 아니다. 이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한국인만을 위한 특별한 행사가 일본 국내 정치적으로 실현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할 수밖에 없었다"며 "그러나 결국 사도광산 등재 과정에서 한일 간 합의에 따라 실시하는 것이기 떄문에 이것이 어떤 의미인지는 명백하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문재연 기자 munj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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