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관계 악재 하나 풀렸다…사도광산, '전체 역사 반영' 유네스코 등재

정윤영 기자 2024. 7. 27.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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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전체 역사 반영키로…박물관 28일부터 전시
전문가들 "2015년 군함도 되풀이되지 않도록 이행 지켜봐야"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가 일본 사도(佐渡)광산 세계유산 반대 서명 결과를 유네스코에 보냈다고 7일 밝혔다. 일본 니가타현 소재 사도광산은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노역이 이뤄진 곳이다. 지난 한달간 진행된 이번 온라인 서명 운동에는 국내 누리꾼 및 재외동포, 유학생 등 10만 여명이 동참했으며 서명 결과와 사도광산 관련 서한을 메일로 전달했다. 사진은 일본 사도광산 내 터널. (서경덕 교수 제공) 2022.4.7/뉴스1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노역이 이뤄진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확정되면서 한일 간 악재 요소 하나가 풀렸다. 다만 일각에선 일본이 2015년 군함도 세계문화유산 등재 당시 했던 약속을 지키지 않은 전례를 지적하며 일본측 약속 이행 여부를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세계유산위원회(WHC)는 27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제46차 유네스코 전체회의에서 일본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를 결정했다. 이날 회원국이 사도광산의 세계문화유산 등록을 만장일치로 동의하면서 투표 대결 없이 등재가 결정된 것이다.

일본 니가타현에 자리한 사도광산은 17세기 세계 금 생산의 약 10%를 차지하던 대형 금광이지만, 일제 강점기 조선인들은 이곳에서 강제 노역에 시달린 것으로 확인돼 등재 적절성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외교부는 사도광산 조선인 노동자 등 '전체 역사'를 '현장에' 종합적으로 반영하는 해석과 전시 전략 및 시설을 개발할 것이란 데에 일본 정부가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사도광산에서 노동자를 모집·알선하는 과정에서 조선인이 일본인에 비해 더 위험한 환경에 투입됐다는 내용 등이 구체적으로 반영될 예정이다.

전시 시설은 사도광산에서 약 2㎞ 떨어진 니가타현 사도시 아이카와 사카시타마치 소재 아이카와 향토박물관에 마련되며 오는 28일부터 일반에 공개된다. 사도광산에서의 조선인 노동자의 존재와 가혹한 노동조건과 임금 미지불 등 역사를 보여주는 패널이 전시된다고 한다. 현재 공터로 방치된 조선인 노동자 기숙사에도 안내판을 세우고 방문객을 위한 표지판도 마련될 예정이다.

이 밖에도 한일은 모든 사도광산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매년 추도식을 실시하기로 합의했다. 일본 니가타현 사도시뿐 아니라 아닌 중앙 부처에서도 추도식에 참석하기로 약속했다.

일본 정부는 그간 WHC에서 채택된 모든 관련 결정과 이에 관한 일본의 약속들을 '명심할 것'(bearing in mind)이며, 앞으로도 한국과 긴밀한 협의 하에 관련 해석과 전시 전략 및 시설 개선 노력을 하기로 약속했다.

외교부는 이날 한일이 합의한 내용이 2015년 군함도 등재 때와는 달리 일본이 전체 역사를 반영하겠다고 약속했으며, 전시 시설 같은 실질적 조치도 이끌어냈다라고 설명했다.

앞서 일본이 2015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군함도(하시마) 관련 전시에 조선인 강제 노역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지 않아, 2021년 위원회가 "강력한 유감"의 뜻을 담은 결의문을 발표한 바 있다.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등재와 관련해 외교부 당국자는 "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로부터 유리한 권고를 받아 일본의 실질적인 이행까지 많은 대화를 통해 합의점 찾아 해결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본다"며 "우리는 2015년 일본의 이행 조치가 충분하지 않다고 보고 있기 때문에 사도광산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개발 노력을 하라고 요구하는 내용을 담았다"라고 전했다.

조선인의 사도광산 강제노역 역사를 알리기 위한 전시 시설이 아이카와 향토박물관에 마련된다. (외교부 제공)

전문가들은 이번 등재가 진전된 형태로 이뤄졌음을 대체로 인정하면서도, 일본이 약속을 충실하게 이행하는지 주시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한일이 등재 여부를 합의했다는 점은 2015년도 군함도때보다는 발전된 형태의 협의로 된 것"이라면서도 "일본의 약속 미이행 전철을 밟지 않도록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손열 동아시아연구원장 역시 "사도광산이 (한일 간) 악재의 소지가 있던 것은 분명한데 그런 측면에서는 허들을 하나 넘은 걸로 봐도 될 것"이라며 "한일 관계가 다시 악화하는 경우에 약속 이행 여부가 표류할 가능성이 있어 이번엔 조금 더 이제 구체화된 형태로 가는 노력을 기울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정혜경 일제강제동원 평화연구회 대표는 "바로 전시를 현지에서 한다거나 추도식을 한다는 것 등은 굉장히 진전된 형태라고 본다"며 "과거 일본이 합의 내용을 부정한 전례가 있는 만큼 이것이 부정당하지 않고 일본이 유네스코의 정신을 계속 지켜 나가는 것이 요구된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일본 니가타현 소재 사도광산은 에도 시대인 16세기에서 19세기까지 전통 수공예 금 생산을 하던 곳으로 메이지 시대에 사도광산을 기계화하면서 많은 노동자들이 투입됐다.

우리 정부는 그 당시 많은 조선인들이 이곳에 강제 징용됐다며 사도광산 유네스코 등재를 추진해왔지만 일본측은 유산 대상 시기를 에도시대로 한정하는 방향으로 조선인 강제노역을 배제하려 했단 비판을 받았다.

사도시가 1995년 공개한 역사 자료에 따르면 당시 조선 1000명 이상이 사도광산 노역에 투입됐는데, 사도광산에는 약 2000명의 조선인들이 강제징용된 것으로 추산된다.

yoong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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