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사도광산 세계유산 등재…"1500명 조선인 恨, 누가 달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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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노역 현장인 일본 사도광산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인도 뉴델리에서 열리고 있는 제46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27일 일본이 신청한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를 컨센서스(전원동의) 방식으로 결정했다.
일본은 '전체 역사를 반영해야 한다'는 요구를 수용하고 현장에 조선인 노동자 등과 관련한 전시물을 이미 설치했다고 밝혔다.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은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사실을 속보 등의 형태로 긴급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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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점기 조선인 강제노역 현장인 일본 니가타현 사도(佐渡) 광산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결국 등재됐다. 이 곳에 끌려가 고초를 겪은 조선인은 1500명이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 정부도 찬성, 만장일치 등재
인도 뉴델리에서 열리고 있는 제46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27일 일본이 신청한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를 컨센서스(전원동의) 방식으로 결정했다. 우리 정부도 찬성한 것이다.
일본은 '전체 역사를 반영해야 한다'는 요구를 수용하고 현장에 조선인 노동자 등과 관련한 전시물을 이미 설치했다고 밝혔다.
가노 다케히로 주유네스코 일본대사는 이날 회의에서 "모든 관련 세계유산위원회 결정과 이와 관련된 일본의 약속을 명심하며, 특히 한반도 출신 노동자들을 포함한 사도광산의 모든 노동자들을 진심으로 추모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도광산에 대한 한일 간 의견 차이를 원만히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일본은 이미 모든 노동자들과 그들의 고된 작업 조건 및 고난을 설명하는 새로운 전시 자료와 해설 및 전시 시설을 현장에 설치했다"고 강조했다.
가노 대사의 발언은 세계유산위원회 결정문에 각주로 포함돼 결정문의 일부로 간주된다.
일본이 새로 설치했다는 전시물은 사도광산에서 자동차로 5분 거리로 2㎞ 정도 떨어진 기타자와 구역에 있는 '아이카와 향토박물관'에 마련됐다.
박물관 2층 한 구획에 '조선반도 출신자를 포함한 광산 노동자의 생활'이라는 이름으로 사도광산 한국인 노동자의 가혹한 노동조건 등을 설명하고 관련 사료들을 전시하는 공간이 자리했다.
열악한 한국인 노동자의 삶에 대한 설명 등이 영어와 일본어로 적힌 패널도 설치됐다. 여기에는 국민징용령 도입으로 광산에 1000명 이상의 한국인 노동자가 있었고 모집·관 알선에 조선총독부가 관여했다는 점, 바위 뚫기 등 위험한 작업에 한국인 노동자가 일본인보다 더 많이 종사했다는 점, 한국인 노동자의 월평균 근로일이 28일에 달했다는 점 등이 적시됐다.
전시 시설은 오는 28일부터 일반인에 공개된다. 향토박물관 안내 브로슈어에 별지로 이 공간이 소개되며 한국인 노동자 기숙사 터에도 안내판이 설치된다.
▶조선 1500명의 한이 서린 곳…기념물로 위로될까?
사도 광산은 일제강점기에 조선인이 강제노역을 했던 '아픈 역사'가 서린 곳이다.
일본 언론 보도에 따르면 조선인이 사도 광산의 열악한 환경에서 일했다는 기록은 니가타현 지역 역사서와 시민단체 조사 결과 등에 남아 있다.
니가타현 당국이 1988년 발행한 '니가타현사'는 "1939년 시작된 노무동원 계획은 명칭이 '모집', '관(官) 알선', '징용'으로 변하지만, 조선인을 강제로 연행했다는 사실에서는 동일하다"고 기술했다.
니가타현 사도시에 있던 옛 지자체인 아이카와마치(相川町)가 1995년 펴낸 '사도 아이카와의 역사' 역시 "1945년 3월이 (조선인) 모집 마지막으로, 총 1200명이 사도 광산에 왔다고 한다"고 적시했다.
시민단체가 1992년 진행한 청취 조사에서는 강제동원 경험자 중 한 명이 "매일 황민화 교육을 받았다. 말을 듣지 않으면 '기합'을 받았다. 구타 등"이라고 증언했다.
역사 연구자인 다케우치 야스토 씨는 "사도 광산에 동원된 조선인 수는 1500명을 넘는다"고 밝혔다. 그는 "동원된 조선인들은 경찰과 기업으로부터 감시받았다"며 "직장을 옮기는 자유를 빼앗겼고 죽음을 무릅쓰고 생산량을 늘린다는 구호 아래 생명을 건 노동을 강요받았다"고 지적했다.
정혜경·허광무 박사도 2021년 펴낸 '탐욕의 땅, 미쓰비시 사도 광산과 조선인 강제동원'에서 "한국 정부가 피해 판정을 한 사도 광산 피해자는 148명이며 그중 9명이 현지에서 사망했다"고 적었다. 이들은 "피해자 중 30명이 진폐증, 15명이 폐 질환을 각각 신고했다"며 광부 상당수가 갱 내에서 먼지를 많이 마셔 고통을 겪었다고 덧붙였다.
사도 광산에서 조선인이 강제로 노역했다는 연구 결과는 이처럼 많지만, 일본 정부는 사도 광산의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면서 강제동원 사실을 감추기 위한 '꼼수'를 부렸다.
유산 대상 기간을 에도시대가 중심인 16~19세기 중반으로 한정했다. 일본 정부는 사도 광산에 대해 "19세기 중반 막부 종언까지 이뤄진 전통적 수공업 금 생산 유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일본은 이를 반영해 일본어 유산 명칭도 '사도 광산'이 아닌 '사도섬의 금산(金山)'으로 붙였다. 이 명칭에는 태평양전쟁이 본격화한 이후 구리, 철, 아연 등 전쟁 물자를 확보하는 광산으로 이용된 사실을 배제하려는 의도가 담겼다는 해석이 나왔다.
일본은 그러면서도 에도시기가 끝난 뒤에 만들어진 시설이 핵심을 이루는 기타자와 지구를 세계유산 구역으로 포함해 신청하는 또다른 꼼수를 부렸다. 기타자와 지구에는 사도 광산을 상징하는 근대유산이자 많은 관광객이 방문하는 '기타자와 부유선광장(浮遊選鑛場)'이 있다. 이곳에서는 채굴 단계에서 나오는 금속과 폐기물 등을 분리하는 작업이 이뤄졌다.
이에 유네스코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이코모스)는 지난달 6일 공개된 사도 광산 평가 보고서에서 일본이 제시한 유산 시기와 동떨어진 근대 유산 지역을 제외하라고 권고했고 일본 정부는 이를 수용했다.
이코모스는 아울러 "전체 역사를 현장 레벨에서 포괄적으로 다루는 설명·전시 전략을 책정하고 시설과 설비 등을 갖추라"는 추가 권고를 통해 한국이 요구한 조선인 강제노역 사실 반영을 사실상 요구했다.
결국 일본은 세계유산 등재를 위해 사도섬 '아이카와 향토박물관' 일부 구역에 사도 광산 조선인 노동자에 대한 전시 시설을 마련했다.
김세희기자 saehee01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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