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사도광산 추도식 약속…정부 "한일 대화 통해 해결한 점 중요"
일 "한국인 진심 추모…전시 시설 개선 노력"
강제 수단 없어…당국자 "일 이행의지가 중요"
[서울=뉴시스] 남빛나라 기자 = 조선인 강제노동 현장인 일본 '사도(佐渡)광산'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가운데 한국 정부는 한일이 합의에 다다른 데 의미를 부여했다.
27일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WHC)는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회의를 통해 사도광산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하기로 했다. 관례대로 만장일치 결정이 나오도록 하기 위해 한국도 동의한 것이다.
日 발언문 "韓과 긴밀 협의하고 약속 명심"
외교부는 일본이 조선인 강제노역을 포함한 '전체역사'를 반영하겠다고 약속했고, 이를 위한 실질적인 조치를 취했단 사실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외교부에 따르면 카노 타케히로 주유네스코 일본 대사는 WHC 발언문에서 "사도광산의 전체 역사를 종합적으로 반영하는 해석과 전시 전략 및 시설을 개발할 것"이라며 "사도광산의 모든 노동자, 특히 한국인 노동자를 진심으로 추모한다"고 밝혔다.
또 "위원회 권고를 이행함에 있어, 일본 정부는 그동안 WHC에서 채택된 모든 관련 결정과 이에 관한 일본의 약속들을 명심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한국과 긴밀한 협의 하에 해석과 전시 전략 및 시설을 계속 개선하고자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카노 대사는 약속 이행의지를 분명히 하기 위해 한국인 노동자들이 처했던 가혹한 노동환경과 그들의 고난을 기리기 위한 전시물을 사도광산 현장에 설치했다고 강조했다.
향후 사도광산 노동자들을 위한 추도식도 매년 사도섬에서 개최하기로 했다. 추도식은 매년 7~8월 열릴 예정이며, 올해 추도식 개최 일자와 장소는 한국과 협의 중이다.
일본 지방정부뿐 아니라 중앙정부 인사도 참석하기로 했다. 구체적인 참석자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한국은 고위급을 원하지만 일본은 부담스러운 기색을 표하고 있다고 한다. 참석인사 '급'을 놓고 향후 한일 간 의견 차가 불거질 수 있다.
전시와 추도식은 형식적으론 '일본인을 포함한 모든 사도광산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다.
발언문, 결정문에 포함되지만 이행 강제 의무 없어
다만 일본이 발언문을 따르지 않는다고 해서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은 없다. 향후 상황은 양국 간 신뢰와 일본의 이행의지에 달렸다는 의미다. 당국자는 "유네스코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아니기 때문에 이 결정문을 일본이 이행하지 않는다고 해서 제재가 있거나 그렇진 않다"며 "일본의 이행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발언문에 일본의 이행의지가 자세하고 충분하게 나와 있고 이번 협상과 관련해 실제적 조치를 취하는 과정에서 일본의 의지가 많이 나타났다고 본다"고 부연했다.
지난해 2월 일본은 일제강점기 전인 에도(江戶)시대(1603~1868년)로 시기를 한정해 세계유산등재를 추진하겠다며 신청서를 제출했다.
한국정부는 시대를 임의적으로 한정해 조선인 강제노역 역사를 지우려는 시도는 수용 불가란 입장 하에 일본과 관련 협의를 진행해왔다.
유네스코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이코모스)에도 지속적으로 전체역사가 반영돼야 한다는 정부 입장을 전달하며 외교전을 벌였다고 한다.
당국자는 "WHC 위원국 21개국 중 한일을 제외한 19개국 주한대사, 해당 국가에서 우리나라에 주재하는 대사, 유네스코 본부가 있는 프랑스 파리 현지의 관계자 등을 다방면으로 접촉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ICOMOS는 사도광산의 등재에 ▲등재 ▲보류 ▲반려 ▲등재 불가 등 네단계 중 두번째 단계인 '보류'를 권고했다. ICOMOS는 광산의 전체역사를 포괄적으로 다루는 해설·전시 시설을 현장에 갖추라고 주문했다.
외교부 "韓 끝까지 반대 시 타국 반응도 고려"
외교부는 이를 의식한 듯 반대 시 한국이 져야 할 외교적 부담 등 여러 요인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한일관계가 급속도로 개선된 데 따라 일본 정부가 한국의 요구를 비교적 잘 수용했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당국자는 "우리가 끝까지 반대하면 다른 국가들이 투표에서 어떤 행동을 보일 것인가 등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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