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메프·티몬 사태…도주설까지 나도는 구영배 큐텐 대표
위메프·티몬 사태가 일파만파 번지는 상황에서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큐텐의 구영배 대표에 대한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 논란이 일고 있다.
구 대표는 지난 26일 나스닥 상장을 추진해온 큐익스프레스의 최고경영자(CEO)직에서 사임했다. 하루 만인 27일, 큐익스프레스는 티몬·위메프 사태와 직접 관련이 없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를 두고 구 대표가 이번 사태가 큐익스프레스에 불똥이 튀는 것을 막기 위한 분석이 나온다.
27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권도완 티몬 운영사업본부장은 이날 강남 티몬 입주 빌딩에서 피해자들이 구 대표의 행방을 묻자 "최근까지, 이번 주까지 한국에 계셨다"고 답했다.
유통업계와 티몬·위메프 피해자 모임에서는 싱가포르에 생활 기반을 둔 구 대표가 해외로 출국했다는 소문까지 돌고 있다.
티몬·위메프의 정산·환불 지연사태가 지난 22일부터 이어지고 있으나 구 대표는 지금껏 공식적으로 사과나 자금 수혈 등 해결 방안도 내놓지 않고 있다.
류화현 위메프 대표가 지난 25일 "구영배 대표가 한국에 있고, 그룹사 전체 활동을 하고 있다"고 기자회견에서 말했으나 구 대표는 전혀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도 않았다.
회사 내부에서는 "구 대표가 22일 출국할 예정이었다"는 말이 나왔고, 피해자 수천 명이 모인 복수의 오픈 카톡방에서는 '해외 도주설'까지 나돌았다.
구 대표는 싱가포르 소재 큐텐(Qoo10 Pte.Ltd.) 지분 53.8%를 소유한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로 정점에서 그룹을 지배하고 있는 인물이다.
큐텐그룹 지배구조를 보면 큐텐이 산하에 티몬과 인터파크커머스를 각각 100%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로 두고 있다. 큐텐은 또 산하에 큐텐코리아와 함께 위메프 지분 72.2%를 갖고 있다.
아울러 큐텐은 물류회사인 큐익스프레스(Qxpress Pte.Ltd.)와 기술전문 자회사 큐텐테크놀로지(구 지오시스)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이 가운데 구 대표가 가장 공들이고 있는 자회사는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는 '큐익스프레스'로 꼽힌다.
구 대표는 과거 G마켓을 창업해 나스닥에 상장시킨 뒤 이베이에 매각한 경험이 있다. 그가 자본잠식 등 경영난을 겪는 온라인 쇼핑몰을 잇달아 인수한 것도 큐익스프레스에 물량을 몰아주기 위한 전략으로 알려졌다.
이번 티몬·위메프 사태 가장 큰 원인은 구 대표가 큐익스프레스 상장을 위해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쇼핑 플랫폼의 긴 정산 주기를 이용해 판매대금을 '돌려막기' 하다 유동성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라고 유통업계는 본다.
구 대표가 전날 밤 큐익스프레스 CEO직에서 사임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티몬·위메프 사태에 책임질 생각은 안 하고 큐익스프레스를 건지기 위해 티몬, 위메프 사태와 선 긋기에만 급급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큐익스프레스는 구 대표 후임으로 마크 리 큐익스프레스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앉혔다. 그는 그동안 구 대표를 도와 큐익스프레스 나스닥 상장 실무를 진두지휘한 인물이기도 하다.
마크 리 대표는 이날 큐익스프레스가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큐텐 그룹 관계사의 정산 지연 사안과 큐익스프레스 사업은 직접적 관련은 없으며 그 영향도 매우 적은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큐텐의 2대 주주는 32.2%를 보유한 글로벌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앵커에쿼티파트너스로 이들은 과거 티몬 지분을 큐텐에 내주고 큐텐과 큐익스프레스 지분을 확보했다.
국내에선 구 대표가 직접 나서 이번 사태 해결 등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큐텐을 비롯해 대다수 계열사가 비상장사여서 정확한 재무구조 파악이 쉽지 않고 당국의 감독이나 견제에서도 벗어나 있다.
티몬·위메프는 현재 사내 유보금 등으로 고객 환불에 집중하고 있어 판매자들에게 줄 미정산 대금 1600억~1700억원을 어떻게 마련할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티몬·위메프 상품 판매가 사실상 중단되면서 현금 창출이 끊겼고 부동산 등 남아있는 자산이 없어 '외부 수혈' 밖에 방법이 없다.
이 때문에 그룹의 정점에 있는 구 대표가 대주주 책임 경영 차원에서 사재를 출연해 환불과 정산 대금을 수혈하라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김광태기자 kt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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