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강제노역 현장’ 사도광산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확정

박대의 기자(pashapark@mk.co.kr) 2024. 7. 27.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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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델리 세계유산위 회의서
21개 회원국 만장일치 찬성
日 “전체 역사 종합적 반영
강제노역 전시·추도식 약속”
韓 “日 이행의지 명문화 성과”
지난해 12월 사도광산을 찾은 윤덕민 주일대사 [주일대사관]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노역 현장인 일본 사도광산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최종 등재됐다. 우리 정부는 그동안 유산 대상 기간에 일제강점기를 제외하고 등재하려는 일본의 시도에 반대했지만, 일본이 최종 결정에 앞서 사도광산 현장에 ‘전체 역사’를 설명하는 전시 시설을 설치했고 매년 노동자를 위한 추도식 개최를 약속하면서 등재에 동의했다.

27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WHC) 46차 회의에서 한국을 포함한 21개 회원국의 전원 동의(컨센서스)로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가 결정됐다.

세계유산은 WHC 위원국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등재된다. 그러나 관례적으로 전원 동의를 얻어야 하고, 협상에서도 합의하지 못할 경우 표결이 진행된다. 한국은 조선인 강제노역을 포함한 전체 역사를 설명하라는 요구를 일본이 받아들이면 컨센서스를 막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유네스코 ‘유산 등재 가치’ 평가하면서도 ‘전체 역사 반영’ 권고
채굴 과정을 묘사한 인형 조형물들이 일본 니가타현 사도광산에 설치돼 있다. [일본 사도광산 홈페이지]
일본 니가타현 사도섬의 사도광산은 에도시대(16~19세기) 당시 일본 최대 금광이었다. 태평양전쟁 시기 전쟁 물자를 확보하기 위한 시설로 활용돼 조선인 2000여명이 끌려와 가혹한 노역에 동원됐다. 1989년 폐광 이후 관광지가 됐다.

일본 정부는 사도광산의 관광 활성화를 위해 지난 2018년부터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해왔다. 그러나 유산 시기를 에도시대로 한정해 조선인 강제노역을 의도적으로 배제했다고 비판받았다. 지난달 유네스코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이코모스)는 사도광산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다”면서도 “전체 역사를 포괄적으로 다루는 설명과 전시 계획을 세우라”며 ‘보류(refer)’ 권고를 내렸다. 일본 입장에서는 ‘전체 역사 반영’이라는 한국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 등재가 어려워지는 상황이 됐고, 한국의 요구를 수용하는 방향으로 선회해 양국간 협상이 급진전됐다.

이날 회의에서 일본 수석대표로 나선 카노 타케히로 주유네스코 일본대사는 “일본 정부는 사도광산의 전체 역사를 종합적으로 반영하는 해석과 전시 전략 및 시설을 개발할 것이며 사도광산의 모든 노동자, 특히 한국인 노동자를 진심으로 추모한다”며 “일본은 WHC에서 채택된 모든 결정과 이에 관한 일본의 약속을 명심할 것이며, 한국과 긴밀한 협의 하에 해석과 전시 전략 및 시설을 계속 개선하고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유산 인근 박물관에 ‘강제노역 실상’ 전시…정부 관계자 참석 추도식도 매년 열기로
일본 니가타현 아이카와 향토박물관에 마련된 사도광산 조선인 강제노역 소개 전시장. [외교부]
일본 정부는 세계유산 등재에 앞서 사도광산에서의 조선인 강제노역을 소개하는 전시물을 설치했다. 전시는 사도광산에서 약 2km 거리의 아이카와 향토박물관에 마련돼 28일부터 일반에 공개된다. 외교부에 따르면 박물관은 사도광산 방문객이 주로 찾는 기타자와 부유 선광장 인근으로 접근이 용이하다. 박물관 내 5개 전시실 중 한 곳을 ‘조선반도 출신자를 포함한 광산 노동자의 생활’이라는 전시공간으로 만들어 사도광산에서 조선인 강제노역의 실상을 소개했다. 사료와 함께 노동자들이 사용한 도시락통 실물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과거사 관련 발언문을 함께 전시했다. 박물관 안내책자에는 해당 전시 공간을 소개하는 별지를 첨부했다. 모든 설명은 일본어와 영어로 게재돼 외국인 방문객의 이해도를 높였다.
사도광산 노동자가 사용한 도시락통 [외교부]
일본 정부의 사도광산 노동자를 위한 추도식은 올해부터 매년 7~8월께 사도 현지에서 열릴 예정이다. 개최 일자와 장소는 일본 측에서 조율중으로, 한국과도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그동안 일본 민간단체 차원에서 진행한 추도식과 달리 일본 정부 관계자가 참석해 행사의 격을 높이기로 했다.
韓, 日의 ‘약속 이행’ 의지 확인에 집중
미쓰비시 해저 탄광이 있던 군함도(하시마섬). [연합뉴스]
다만 일본의 약속이 차질없이 이행될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2015년 군함도(하시마섬) 탄광 등 근대산업시설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당시 일본은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사실을 공식적으로 언급하고 희생자를 기리는 전시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전시 시설을 군함도 인근이 아닌 도쿄에 설치했고, 강제 노역 사실보다 ‘조선인에 대한 평등 대우’를 소개하는 왜곡된 설명문으로 빈축을 샀다.

우리 정부는 군함도 세계유산 등재 당시 일본이 약속을 어긴 전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WHC 결정문에 일본의 이행 의지를 반영된 것이 긍정적인 결과라고 자평했다. 일본이 사도광산 등재 이전에 전시 시설에 설치 조치를 취했다는 점도 선제적으로 약속 이행이 실행된 것으로 판단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그동안 일본이 약속만 하고 지키지 않았다는 국내 비판 여론이 많았다”며 “일본 대표의 발언에서 이행 의지가 여러 차례 강조돼있고 구체적인 이행 내용까지 상세히 언급한 것은 한일 양국이 큰 위기 현안을 밖으로 드러내는 충돌 없이 대화를 통해 합의점을 찾아내 해결했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등재 반대’ 국내 여론 해소는 숙제
사도광산 등재 자체에 반대하는 국내 여론이 작지 않은 것도 정부의 숙제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군함도 전시에 대한 개선 등 일본의 약속 이행을 요구하고, 강제노역 피해자 유족들의 입장을 지속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유족들이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등재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며 “내 가족이 사도광산에서 고생했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할 수 있게 해달라는 그분들의 요구 사항이 (일본측 조치에) 어느 정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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