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광산 세계문화유산 등재…"조선인 노동자 피해 소개"
중앙정부·지자체 매년 조선인 노동자 추도식 시행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동원 현장 중 한 곳인 일본 사도광산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그러나 에도 시대 이후 채굴의 증거가 많이 남은 아이카와-가미마치 마을 지역은 빠지는 반면, 일제강점기 사도광산 개발 과정에서 발생한 조선인 강제동원 피해에 대한 전시와 추도식을 개최하기로 했다. 외교 당국자는 "일본의 이행 약속만 받은 것 아니라 이행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 합의하고 실질적 조치를 이끌어냈다"고 강조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WHC)는 27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에서 회의를 열고 만장일치(컨센서스)로 사도광산의 등재를 확정했다. 일본 니가타현 사도시의 사도광산은 17세기 세계 최대 금 생산지로, 태평양전쟁 당시 군자금 조달의 핵심지역이었다. 당시 2,000명 이상으로 추정되는 조선인이 일제에 의해 동원돼 가혹한 환경에서 강제적으로 일해야 했다.
당초 일본은 사도광산의 조선인 강제동원을 기록을 부정한 가운데 등재를 추진했지만, 한국 정부의 반발에 부딪쳐 △메이지 시대 개발 구역의 유산 등재 제외 △일제강점기 조선인 노동자 피해 전시 및 추도를 약속했다. 한국 정부가 사도광산의 등재에 반대하지 않은 이유다.
에도시대 중심지만 사도광산 세계유산 인정…메이지 개발 지역 일부 배제
당초 일본은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면서 시기를 에도시대가 중심인 16~19세기 중반으로 한정했다. 20세기 초 일제가 조선인을 강제동원한 상황을 제외하려는 꼼수였다. 그러나 꼼수는 역풍으로 돌아왔다.
유네스코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이코모스)는 사도광산의 등재를 보류했다. 이코모스는 △사도광산의 시대적 경계 △유산 보호를 위한 완충지대 설정 △상업 채굴 금지 등 3가지를 보완하라고 했다. 아울러 사도광산의 전체 역사를 설명하기 위한 시설을 갖추라고 권고했다. 이에 따라 일본은 에도시대 이후 채굴의 증거가 많이 남아있는 아이카와-가미마치 마을 지역을 유산 등재 지역에서 빼기로 했다. 특히 유산 등재 지역에서 배제된 기타자와 지구는 사도광산을 상징하는 대표 유산으로, '기타자와 부유선 광장' 유적지가 있다. 1938년 건설 당시 동양 최대 규모로 알려진 채굴 시설이다. 메이지~쇼와 시대(1868~1945년)를 상징하는 사도광산의 일부 주요 시설들은 유산에서 빠지게 된 것이다.
다만, 일본 최대의 금은산인 아이카와 금은산(사도금산)은 여전히 세계유산에 포함됐다. 일본 후생노동성의 외청인 사회보험청 자료에 따르면, 해당 금은산에는 최소 14명이 이곳에서 근무한 사실이 확인됐다. 미쓰비시광업 사도광업소가 작성한 '반도노무관리에 대하여'(1943) '사도광산사'(1950) 자료에는 1940~1945년 총 1,519명의 조선인이 강제동원됐음이 확인된다.
조선총독부 명부 있던 아이카와 향토 박물관, 조선인 근로자 소개 전시
사도광산이라는 지역 자체가 갖고 있는 강제동원 역사를 알리기 위해 정부는 일본 측에 '지역의 전체 역사를 반영하라'고 요구해왔다. 이에 따라 일본 당국은 사도광산 관광지 중 하나인 아이카와 향토 박물관을 조선인 근로자 전시관으로 리모델링하고, 매년 중앙정부와 니가타현 당국의 주도 하에 추도식을 진행하기로 했다. 아이카와 향토 박물관은 사도광산 개발 과정에서 일본 유녀(遊女)처럼 소외된 구성원의 이야기나 근대 사도금산의 역사 및 기술과정을 담은 사료를 전시해왔다. 특히, 사도광산 조선인 기숙사 세 곳의 '연초 배급 명부'를 보관하고 전시해온 곳이기도 하다.
아이카와 향토 박물관은 오는 28일부터 조선인 노동자 전시실을 마련해 조선인들의 피해를 알린다. 현재 공터로 방치돼 있는 조선인 노동자들이 주로 이용한 기숙사 터 등에도 안내판이 마련돼 사도섬 방문객들을 위한 안내 브로슈어에도 조선인 노동자들의 흔적이 남은 주요 장소들을 표시하기로 했다.
추도식도 매년 실시한다. 외교부 당국자는 "니가타현, 사도시와 같은 지방정부뿐만 아니라 중앙부처에서도 참석한다"며 "사도광산 등재 과정에서 한일 간 합의에 따라 실시하는 것"이라고 의미부여했다. 그러나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은 아이카와 향토 박물관의 위치가 유네스코 등재 범위에서 제외됐다며 "(박물관 위치는) 너무나도 구석지고 외진 곳"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새로 지어진 '사도금은산 기념관'에 조선인 노동자 피해 내용이 담기지 않은 점도 지적했다.
비엔티안(라오스)= 문재연 기자 munj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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