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맣고 입 큰 게 죄냐"... 가마우지를 위한 변호 [고은경의 반려배려]

고은경 2024. 7. 27.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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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네가 무슨 죄가 있나. 까맣고 입이 크다는 이유로 피해만 본다."

지난달 국내 민물가마우지 서식지 중 한 곳인 경기 수원시 팔달구 서호공원에서 만난 가마우지 전문가 이진희 야생생물생태보존연구소 대표의 말이다.

이 대표는 민물가마우지를 유해야생동물로 지정한 환경부의 정책이 '답정너'(답은 정해져있으니 너는 대답하면 된다)식이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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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 가마우지 한 마리가 경기 수원시 서호공원 호수에서 나뭇잎을 가지고 장난을 치고 있는 모습. 왕태석 선임기자
"얘네가 무슨 죄가 있나. 까맣고 입이 크다는 이유로 피해만 본다."

지난달 국내 민물가마우지 서식지 중 한 곳인 경기 수원시 팔달구 서호공원에서 만난 가마우지 전문가 이진희 야생생물생태보존연구소 대표의 말이다. 흰색의 백로나 왜가리보다 번식지나 그 수가 많은 것도 아닌데 유독 우리 사회가 민물가마우지에게 가혹하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민물가마우지를 유해야생동물로 지정한 환경부의 정책이 '답정너'(답은 정해져있으니 너는 대답하면 된다)식이었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조류 전문가인 이기섭 한국물새네트워크 대표도 기자와의 통화에서 "오래전부터 우리나라 사람들은 백로를 학이나 두루미와 혼동해서 해치지 않으려고 한 정서가 있다"며 "(민물가마우지의 경우) 종에 대한 편견도 작용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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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071014360000931)
가마우지 한 마리가 경기 수원시 서호공원 호수에서 더위사냥 포장지를 물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사진으로만 보던 민물가마우지를 두 시간 정도 관찰했다. 올봄에 태어나 아직 이소(새끼가 둥지 밖으로 떠나는 일)하지 않은 새끼 민물가마우지들을 볼 수 있었다. 새끼는 다 자란 성조에 비해 털이 덜 까맣고 배에 흰색 털이 있는 게 특징이다.

물속을 들락거리며 나뭇가지, 쓰레기 등을 장난감 삼아 노는 모습은 귀여웠고, 다리가 엉덩이 뒤쪽에 위치한 신체 특성상 긴 거리를 도움닫기 하며 나는 모습은 신기했다. 나중에서야 확인했지만 사진기자가 촬영한 사진에는 민물가마우지가 아이스크림 '더위사냥' 포장지를 물고 있는 희귀한 장면까지 담겼다.

한때는 귀한 손님으로까지 여겨졌던 민물가마우지가 천덕꾸러기가 된 원인은 그 수가 늘어난 데에 있다. 철새였다가 일부 개체가 텃새화하면서 1999년 269마리에서 올해는 2만1,982마리로 조사(국립생물자원관 조류 동시 센서스 자료)됐다. 개체 수 증가는 댐과 보의 건설로 인한 인공호수 증가, 기후 온난화 등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결국 사람이 환경에 벌인 결과다.

가마우지 한 마리가 경기 수원시 서호공원 호수에서 도움닫기를 하며 날 준비를 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민물가마우지의 피해로는 크게 △내수면 어업 등의 영업 피해와 △수목 고사(백화현상)가 꼽힌다. 환경부는 피해를 막겠다며 올해 3월 유해야생동물로 지정했다. 하지만 지정 당시부터 논란은 거셌다. ① 비살생적 방식 개체 수 조절을 시작한 지 1년밖에 되지 않은 데다 ② 피해가 정량적으로 측정되지 않았고 ③ 살상으로 인한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마저 있었다. 이 같은 논란에도 유해야생동물 지정이 강행된 결과 총기 포획이 가능해진 것이다.

수목 고사 역시 논란이다. 이진희 대표는 "나무가 죽으면 민물가마우지도 결국 떠나게 되는데 이후에는 오히려 토양 질이 좋아지고 생태계가 회복된다는 해외 연구 결과들이 있다"고 했다. 실제 강원 속초시 조도는 민물가마우지가 섬을 떠나기 시작한 2017년도부터 생태계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

쇠백로 한 마리가 경기 수원시 서호공원 호수에서 물고기를 잡아먹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총기 포획 정책이 시행된 지 5개월 정도 지났지만 가마우지 연구자나 시민단체뿐 아니라 피해를 호소하는 이들조차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었다. 이 같은 포획 방식으로는 피해를 줄일 수도 없다는 것이다.

민물가마우지가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놓고 이제 와서 수가 많으니 잡아야 된다고 하면 민물가마우지 입장에선 억울할 만하다. 가마우지로 인한 피해를 그냥 두자는 게 아니다. 실제 어업인들이 얼마나 피해를 입었는지 제대로 조사부터 하는 게 먼저다. 또 무작정 죽이는 정책 도입 대신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비살생적 방식을 도입했는지 되묻고, 개체 수 조절을 위한 전문적이고 다양한 방식을 시도해봐야 한다.

고은경 동물복지 전문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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