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영배 사임’ 큐익스프레스, 티몬‧위메프 사태에 선 그었다

신임 CEO 선임하고 비상경영체제 돌입 선언
“티몬‧위메프 등과 독립적 운영…정산 지연과 직접 관련 없어”

(시사저널=조유빈 기자)

구영배 큐텐 대표 ⓒ큐텐 제공

싱가포르 이커머스 플랫폼 큐텐의 물류 자회사인 큐익스프레스가 구영배 큐텐 대표를 최고경영자(CEO)직에서 사임시키고 신임 대표를 선임한 데 이어, 티몬‧위메프 정산 지연 사태에도 선을 그었다.

큐익스프레스는 27일 "마크리 신임 본사 CEO가 취임 즉시 비상경영체제 돌입을 선언했다"고 밝히면서 "큐텐그룹 관계사의 정산 지연 사안과 큐익스프레스 사업은 직접적 관련이 없으며, 그 영향도 매우 적은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현 상황을 매우 위중하게 보고 있으며, 셀러 고객들에게 지속적으로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 전사 차원에서 총력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티몬‧위메프 등 큐텐 계열사 물동량 비중을 낮추고, 동남아시아 이커머스 중심의 해외 물량을 약 90%로 높였다"며 "북미‧유럽 등 글로벌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고, 고부가가치 사업을 확장하며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겠다"고 덧붙였다.

마크 리 CFO를 신임 CEO로 선임한 배경에 대해서는 "큐텐 관계사의 비즈니스 상황으로부터 독립적이고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동시에 글로벌 성장을 확대할 수 있도록, 자본시장‧금융규제 전문 변호사이자 크로스보더 거래 전문가인 마크 리 CFO를 신임 대표 이사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큐텐 창업자인 구영배 대표는 전날 큐익스프레스 CEO직에서 물러났다. 구 대표는 큐익스프레스의 나스닥 상장을 위해 2022~2023년 티몬과 인터파크커머스, 위메프를 차례로 인수하고, 지난 2월 북미‧유럽 기반 이커머스 플랫폼 위시까지 사들이는 등 몸집을 불리다가 이번 사태를 초래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구 대표가 큐텐그룹 지배의 양대 축 가운데 하나인 큐익스프레스 CEO직을 내려놓은 것이 티몬‧위메프 사태의 법적 책임을 경감하기 위한 방편이 아니냐는 시각이 제기된다. 또 이번 사태에도 불구하고, 구 대표를 도와 미국 나스닥 상장 실무를 진두지휘해 온 '재무통'인 마크리 CFO를 내세워 그동안 추진해 온 큐익스프레스의 상장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전날 큐익스프레스 싱가포르 본사 이사회는 구영배 CEO의 사임 소식과 마크 리 신임 CEO의 선임 소식을 알리면서 "그룹은 인터파크커머스, 위메프, 티몬글로벌, 티몬 등 다른 회사들과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구 대표는 현재 정산 지연 사태와 관련해 한국에 입국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현재까지 어떠한 공식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사태 해결의 노력이나 법적인 책임은 외면한 채 '꼬리 자르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