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무너진다 해도..” 희소병 셀린 디옹, 파리 올림픽 개막식 빛냈다
투병 중인 팝스타의 노래가 피날레를 장식하며 축제를 절정으로 끌어올렸다.
26일(현지 시각)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개막식 말미, 점화된 성화대가 열기구를 타고 하늘로 두둥실 떠올랐다. 전설적인 샹송 가수 에디트 피아프의 ‘사랑의 찬가’가 배경으로 서서히 울려 퍼졌고, 에펠탑 위에 마련된 무대에서 여가수가 노래를 이어받았다. 온몸이 뻣뻣하게 굳어가는 희소병으로 활동을 중단했던 셀린 디옹(56)이었다.
지난 2022년 희소 신경 질환인 ‘전신 근육 강직 인간 증후군’을 앓고 있다고 밝히며 투병해온 디옹이 이후 공식 무대에 오른 건 처음이다. 외신은 디옹이 성공적으로 무대에 복귀했다고 평가했다. CNN은 “디옹이 드라마틱한 퍼포먼스로 돌아왔다”며 “그의 아름다운 목소리는 센강을 따라 울려 퍼졌다. 높고 깨끗한 음색은 그가 몇 년 전으로 돌아간 것처럼 소름을 돋게 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디옹이 병을 앓기 전보다 목소리에서 긁는 듯한 소리가 났을 것”이라며 “하지만 그 순간의 드라마는 무대의 역동성과 어울렸고, 마지막 구절이 나오기 전 무반주에서 정점에 올랐다”고 평가했다.
디옹이 투병 중인 희소병은 근육이 서서히 굳어가면서 뼈를 깎는 듯한 경련을 일으키며 악화된다. 지난 5월 공개된 투병 다큐멘터리에는 그가 경련으로 고통스러워하면서도 노래를 부르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담겼다.
디옹은 공연 후 페이스북에 “오늘 밤 파리 올림픽 개막식에서 공연해 영광”이라는 후기를 올렸다. 그는 “무엇보다 희생과 투지, 고통과 인내의 모든 이야기를 가진 놀라운 선수들을 축하하게 돼 기쁘다”며 “여러분 모두 집중해 왔고, 메달을 따든 못 따든, 여기 있는 것이 꿈이 이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러분이 최고가 되기 위해 얼마나 열심히 노력했는지 모두 알고 있다”고 선수들을 응원했다.
관객들은 열렬한 환호를 보냈다. 한 팬은 “그가 부른 노래가 ‘사랑의 찬가’라는 것도 의미 심장하다”며 “가사를 다시 한번 곱씹게 된다”고 했다. 에디트 피아프는 프로복서 애인이 자신을 만나러 오다 비행기 사고로 죽자 비통함을 담아 이 노래를 불렀다. “푸른 하늘이 우리들 위로 무너진다 해도, 모든 대지가 허물어진다 해도, 만약 당신이 나를 사랑해 주신다면, 그런 것은 아무래도 좋아요.” 또다른 팬은 댓글에서 “프랑스어권의 캐나다 퀘백 출신인 디옹이 프랑스 샹송 대모의 대표곡을 파리 올림픽 무대에서 불러 더 감동적이었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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