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올림픽, 대한민국을 잠 못 들게 할 ‘깜짝 스타’는 누구일까
배드민턴에서 금맥 터질 수도…태권도·골프 등도 선전 기대
(시사저널=김양희 한겨레신문 기자)
2024 파리올림픽이 7월26일(현지시간 기준) 프랑스 파리 센강 위에서 개막했다. 8월11일 폐막까지 전 세계 206개국 1만500명 선수가 참가해 32개 종목 329개 경기에서 열전을 이어간다.
한국, 1976년 올림픽 이후 최소 인원 참가
2020 도쿄올림픽(2021년 개최)이나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이 코로나19로 많은 제약과 제한을 안고 펼쳐졌던 터라 이번 올림픽은 더욱 특별하다. 파리올림픽 슬로건이 '완전히 개방된 대회'(Games Wide Open)가 된 이유 중 하나다. 도쿄올림픽 슬로건은 '감동으로 하나가 되다'(United by Emotion), 베이징동계올림픽 슬로건은 '함께하는 미래'(Together for a Shared Future)였다. 도쿄나 베이징이 초유의 바이러스로 인해 폐쇄된 사회에서도 '함께하자'는 의미를 내세웠다면 파리는 팬데믹 시대의 개방된 사회를 강조했다고 볼 수 있다.
파리에서 하계올림픽이 열리는 것은 1900년과 1924년에 이어 3번째다. 1924년 이후 100년 만에 개최되는데, 올림픽 사상 최초로 성비를 50 대 50(남녀 선수 각 5250명 참가)으로 맞췄다. 양성평등을 '숫자'로 보여주는 셈이다. 일례로 남자 마라톤은 폐막식 전날에, 여자 마라톤은 폐막식에 열린다. 이전에는 남자 마라톤이 항상 여자 마라톤 뒤에 배치돼 올림픽의 피날레를 장식했다. 1900년 파리올림픽 때 일부 종목에서 여성들의 올림픽 참가가 처음 허용됐던 점을 고려하면 이해되는 대목이다.
이번 올림픽에서 강조되는 것은 성 평등과 더불어 자유의 의지다. 엠블럼에는 금빛의 불꽃 모양에 프랑스 혁명을 이끈 자유의 여신 마리안의 입이 새겨져 있다. '프리주'라고 불리는 마스코트는 혁명 당시 마리안이 썼던 프리기아 모자에서 착안해 만들어졌다. 프리기아 모자는 프랑스에서 자유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파리올림픽과 파리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은 모두 같은 마스코트를 쓰는데 패럴림픽 프리주는 한쪽 발에 경기용 의족을 달고 있다. 패럴림픽 마스코트가 장애를 안고 있는 것은 역대 처음이다. 장애인이 최대한 사회에 많이 노출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한다.
한국은 축구·배구·농구 등 주요 구기 종목이 모조리 예선 탈락하면서 1976년 몬트리올올림픽(50명 참가) 이후 48년 만에 최소 인원인 150여 명을 파리에 파견했다. 구기 종목에서는 유일하게 여자 핸드볼만 올림픽에 참가했다. 지난 도쿄 대회 때 정식종목이었던 야구·소프트볼은 이번엔 올림픽 정식종목에서 제외됐다. 2028년 로스앤젤레스올림픽 때 재복귀가 유력시된다.
한국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국외 훈련이나 국제대회 출전 등을 하지 못하면서 도쿄올림픽 때 다소 실망스러운 성적을 남겼다. 양궁(여자 개인, 남녀 단체, 혼성 단체)과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 체조 남자 도마(신정환)에서 금메달이 나왔을 뿐이다. 실력 평준화 속에 효자 종목이던 태권도와 유도 등에서는 단 1개의 금메달도 나오지 않았다. 최종 성적은 금메달 6개, 은메달 4개, 동메달 10개.
도쿄 충격파 속에서 대한체육회는 이번 대회 목표를 금메달 5~6개로 잡았다. 다소 보수적으로 잡은 편인데, 양궁과 펜싱(남자 사브르, 여자 에페) 정도만 금메달 안정권으로 보고 있다. 다른 종목은 당일 컨디션에 따라 메달 색이 달라질 것으로 전망한다. 도쿄 때 신정환처럼 경기장 상황 등에 따라 얼마든지 기적을 쓰는 '깜짝 스타'가 나타날 수 있다.
르네상스 노리는 배드민턴…안세영 선봉
양궁·펜싱·수영 외에 눈여겨볼 종목은 배드민턴이다. 배드민턴 여자단식 세계 1위 안세영은 시상대에 오를 것이 확실해 보인다. 다만 금빛인지 아닌지가 궁금할 따름이다. 안세영은 아시안게임·아시아개인선수권·세계개인선수권대회를 석권해 '그랜드슬램' 달성에 올림픽만 남겨두었다. 스스로도 "그랜드슬램의 마지막 퍼즐인 올림픽 메달을 완벽하게 끼워내겠다"고 다짐한다.
한국 배드민턴이 올림픽 여자단식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것은 1996년 애틀랜타 대회 때의 여자단식 방수현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방수현은 1994년 히로시마아시안게임 때 금메달을 따고 기세를 몰아 2년 후 올림픽 정상에도 섰다. 안세영은 지난해 열린 항저우아시안게임 때 방수현 이후 29년 만에 여자단식 아시아 왕좌에 올랐다. 최대의 적은 아시안게임 결승 때 맞붙었던 천위페이(중국)다. 천위페이는 도쿄올림픽 8강 때 안세영에게 패배의 아픔을 안긴 선수이기도 하다.
국가대표 세대교체를 이룬 배드민턴에서는 안세영 외에도 남녀 복식조가 메달권에 있다. 올림픽에는 아시안게임과 달리 단체전 종목이 없고 남자단식, 여자단식, 남자복식, 여자복식, 혼합복식에만 총 5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다.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는 파리올림픽 개막 전에 종목별 수상자를 예상했는데, 여기서 양궁·펜싱과 함께 한국이 금메달을 딸 것으로 예상한 종목이 바로 배드민턴 남자복식의 서승재-강민혁 조(세계 5위)다. 서승재는 채유정과 짝을 이뤄 혼합복식(세계 3위)에서도 메달을 노린다. 여자복식 세계 2위 백하나-이소희 조와 세계 8위 김소영-공희용 조 또한 메달 사냥에 나선다. 배드민턴은 7월27일 예선전을 시작해 8월5일까지 이어진다.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후 처음으로 도쿄에서 '노골드'(은메달 1개, 동메달 2개)에 그쳤던 태권도 또한 설욕을 벼르고 있다.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는 최소 1개의 금메달을 따낸다는 각오다. 남자 58kg급 박태준과 80kg급 서건우, 여자 57kg급 김유진과 67kg 초과급 이다빈 등 4명이 파리에 입성했다. 미국 데이터 분석 업체 '그레이스노트'는 서건우를 금메달 후보로 예상하기도 했다. 파리올림픽 국내 선발전에서 세계 3위 장준을 꺾고 태극마크를 단 박태준 또한 지켜볼 만하다. 그는 이전까지 장준에게 6전 전패를 당했는데 당일 승부수를 던져 올림픽에 처음 출전하게 됐다. 태권도는 8월7일부터 10일까지 나흘간 펼쳐진다. 이 밖에 사격·근대5종·골프 등의 선전도 기대되고 있다.
미국 매체는 한국이 파리올림픽에서 5개에서 9개 정도의 금메달을 딸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예상은 예상일 뿐이다. 예상을 깬 선전에 더욱 열광하게 되는 게 올림픽이라는 축제다. 파리와의 시차는 7시간. 한국시간으로는 저녁부터 새벽까지 경기가 펼쳐지기 때문에 휴가철, 잠 못 드는 나날이 예약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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