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못 받은 티몬 셀러의 공포, 머지 사태 '불편한 오버랩'
위메프‧티몬 사태 어디까지➊
위메프·티몬 정산대금 지급 지연
결제중단에 소비자 피해 이어져
장기화 시 셀러 연쇄 부도 우려
제2 머지포인트 사태로 번지나
# 이커머스 업체 위메프와 티몬은 '정거장'이다. '셀러(판매자)'가 올린 제품을 플랫폼에 올려주고 소비자에게 돈을 대신 받아준다. 위메프와 티몬은 이 돈에서 수수료를 제한 뒤 셀러에게 전달하면 '역할 끝'이다.
# 이 간단한 사업 구조에서 미지급 사태가 터졌다. 규모도 상당하지만, 이 사태에 엮인 소비자와 셀러도 숱하다. 자신들이 만든 제품도 아니고, 연구개발비가 들어가는 것도 아닌데, 소비자가 지급한 돈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더스쿠프가 視리즈 '위메프‧티몬 사태 어디까지➊'를 준비했다. 이 사태가 왜 발생했는지 쉽게 설명했다. 미디어에서 거론하는 머지포인트 사태도 한번 더 살펴봤다.
싱가포르 기반 이커머스 업체 큐텐(Qoo10)이 운영하는 '위메프' '티몬'의 정산 지연 사태가 일파만파로 확산하고 있다. 문제가 촉발한 건 지난 8일 위메프가 셀러들에게 지급해야 할 정산대금을 제때 지급하지 못하면서다.
[※참고: 위메프와 티몬은 소비자와 셀러를 잇는 일종의 '정거장(플랫폼)'이다. 셀러는 플랫폼에 제품을 올리고, 제품을 구입한 소비자는 셀러가 아닌 플랫폼에 값을 지불한다. 플랫폼 업체들은 여기서 수수료를 뗀 다음 셀러에게 돈을 전달하는데, 위메프는 두달, 티몬은 40일이 원칙이다. 셀러에게 지급할 돈을 일종의 '어음'처럼 준 셈이다. 이번 정산 지연 사태는 여기서 시작했다.] 그렇다면 이 문제는 왜 엄청난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걸까. 하나씩 살펴보자.
■ 동요하는 소비자 = 첫번째 논란은 '뒤늦은 대처'에서 시작했다. 큐텐 측은 위메프가 셀러들에게 돈을 지급하지 않은 날로부터 9일이나 흐른 17일에야 "위메프의 전산 시스템에 장애가 발생한 게 문제를 일으켰다"면서 "7월까지 정산대금을 모두 지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그로부터 5일이 더 지난 22일 티몬이 셀러들에게 "정산대금 지급이 지연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공지하면서 사태가 확산했다. 아무런 대책 없이 발표한 무기한 정산 지연 소식에 셀러들뿐만 아니라 소비자들까지 동요하기 시작했다.
이들 플랫폼에서 구입한 상품의 결제를 취소하는 소비자들이 잇따르자 결제대행업체(PG사)들은 24일 신규 결제와 환불을 모두 중단했다. 환불 중단 사태에 일부 소비자들이 위메프와 티몬 본사로 몰려갔고, 오프라인 환불 절차를 진행했다.
■ 셀러의 눈물 = 더 큰 문제는 대금을 정산받지 못한 셀러들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위메프와 티몬의 미정산 금액은 1700억원가량이다. 두 플랫폼의 월 거래액이 1조원대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미정산 금액은 훨씬 더 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대금 미지급이 장기화할 경우 셀러들의 연쇄부도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더욱이 두 플랫폼 모두 언급했듯 정산주기가 길어서(위메프 2달·티몬 40일) 현금 융통을 위해 대출을 받은 셀러들이 적지 않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9년~2023년 8월 셀러들이 플랫폼 매출 채권을 담보로 대출 받은 액수는 1조8132억원에 달한다. 그중 위메프 입점 셀러가 대출받은 금액은 2554억원으로, 7개 플랫폼 중 두번째로 많았다.
■ 돈 어디에 썼나 = 위메프와 티몬은 제품을 만들지 않고 '플랫폼'만 열여주기 때문에 지출 요소가 많지 않다. 사실 셀러들의 제품을 올려주고 소비자가 지불한 돈을 건네는 역할만 하면 된다. 미지급금이 발생할 여지가 적다는 거다.
그런데 왜 이런 사태가 발생한 걸까. 업계에선 큐텐이 미국 나스닥 상장을 목표로 무리하게 사세를 확장한 게 사태의 원인이 된 것으로 보고 있다. 큐텐은 지마켓 창업자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가 2010년 설립했다. 동남아시아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해온 큐텐은 2022년부터 M&A에 열을 올려왔다.
티몬(2022년), 인터파크커머스·위메프(2023년)에 이어 올해엔 AK몰과 북미‧유럽 기반의 이커머스 업체 '위시(Wish)'를 인수했다. 이들 업체의 물류를 큐텐 산하 물류기업 '큐익스프레스'에 맡기고, 큐익스프레스를 나스닥에 상장한다는 게 구 대표의 '빅 픽처'였다.[※참고: 큐익스프레스 대표직을 맡고 있던 구영배 대표는 지난 26일 사퇴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인수 기업들이 대부분 부실기업이었다는 점이다. 위메프의 지난해 매출액은 1385억원으로 전년(1922억원) 대비 27.9%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적자는 557억원에서 1025억원으로 2배 가까이 불어났다. 자본총계는 -2398억원으로, 위메프는 2019년 이후 이어진 완전자본잠식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티몬이 처한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지난해 티몬의 매출액은 전년 대비 3.8%(1290억원→1204억원) 줄었고, 영업적자 규모는 100.7%(760억원→1526억원) 커졌다. 티몬 역시 완전자본잠식(2023년 자본총계 –6386억원) 상태에 빠져 있다.
이런 상황에서 큐텐이 무리하게 위시 인수를 추진하고 나스닥 상장 준비를 하면서 '돈맥경화'가 시작됐을 수 있다. 큐텐이 셀러들에게 지급할 돈을 운영자금으로 쓴 게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진 이유가 여기에 있다.
■ 다시 떠오른 머지포인트 = 이 때문인지 이번 일이 2021년 커다란 파문을 일으켰던 '머지포인트 사태'와 같은 문제로 비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큐텐의 재무 상황을 보면, 소비자든 셀러든 '돈을 받지 못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머지포인트는 편의점‧음식점 등 대형 프랜차이즈에서 20% 할인된 가격으로 결제할 수 있는 상품권이었다. 운영사였던 머지플러스가 파격적인 할인 혜택을 제공한 탓에 상품권을 사들린 이들이 100만명에 달했다.
겉은 번드르르했지만 내실은 형편 없었다. 운영사 머지플러스는 별다른 수익사업 없이 '돌려막기'로 상품권 사업을 지속했고, 끝내 '서비스 축소'를 발표했다. 소비자들은 부랴부랴 환불을 요청했지만,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이게 머지포인트 사태의 발단이었다.
우리는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가 곱씹어봐야 할 게 있다. 머지포인트 사태는 어떻게 결론 났느냐다. 당시 돈을 돌려받지 못했던 소비자들이 구제를 받았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아울러 금융당국이 머지포인트 사태로 불거졌던 '폰지사기'의 대응책을 잘 만들어놨는지도 살펴야 한다. 과연 위메프와 티몬으로부터 돈을 받지 못한 셀러와 소비자는 어떻게 될까. 이 이야기는 視리즈 위메프‧티몬 사태 어디까지 2편과 3편에서 이어나가보자.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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