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푸라기]금쪽같은 내 아이 보험에 '나쁜 보장'이?

김희정 2024. 7. 27.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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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물려줄 보험 '가성비' 1순위로 따져야
비싼 '질병입원일당' 등 받기 힘든 담보는 빼야
/그래픽=비즈워치

임신을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금융상품이 뭘까요? 소중한 내 아이를 향한 위험을 집 안에서도, 집 밖에서도 든든히 보장해 줄 보험에 가입하는 걸 겁니다. 최근엔 자녀의 수가 많지 않다 보니 관심도 더 커져 자녀보험(어린이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사람을 찾기 어려울 정도가 됐죠.

보통 자녀보험은 태아부터 청년기까지 필요한 담보를 모두 담고 있는 '종합보험'을 얘기합니다. 종합보험은 사망, 상해, 질병뿐 아니라 생활손실 등 각종 위험에 대비할 수 있는 담보(특약)가 묶인 상품이죠.

'가성비' 최우선으로 따져야

문제는 담보가 워낙 다양하다 보니 어떤 보장이 좋은지, 어떤 보장이 필요 없는지 구분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아이를 위한 것이라 뭐든 다 좋아 보이고, 미래에 필요할 것 같아 무리해서라도 보험을 들어주고 싶은 게 부모 마음이잖아요.

그래도 냉정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거죠. 비싼 보험료만 내고 정작 보험금을 받을 확률이 떨어지는 담보들은 잘라내는 게 이득이죠. 보험사 배만 불리는 거니까요.

보험업계는 자녀보험은 나중에 자녀에게 물려줄 가능성이 커 가성비를 가장 먼저 따져야 한다고 조언해요. 그래서 대표적인 '비추(비추천)' 담보로 '질병입원일당'을 꼽습니다. 실손의료보험으로 입원 보험금이 나온다는 점을 고려하면 가성비가 가장 떨어진다는 게 주된 이유입니다.

가령 질병입원일당 하루치 보험금 5만원을 받기 위해 월 보험료로 얼마를 내야할 것 같으세요? 보통 1일치 보험금의 10~50%정도라고 해요. 많게는 2만5000원까지 매달 내야 하는 담보가 슬쩍 끼어 있는 겁니다.(물론 보험나이, 성별, 보험 가입 기간, 갱신·비갱신, 가입 보험사 등 여러 가지 조건에 따라 보험료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암 진단비 1000만원을 받기 위해 내는 보험료가 월 1만원이 채 안 되는 경우가 많다는 걸 고려하면 보험료가 얼마나 비싼지 아시겠죠?

'최대 180일까지 질병입원 보험금이 나오니 버티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을 수 있지만요. '본전' 찾을 목적으로 입원 기간을 환자 마음대로 늘릴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건강보험공단에서 발표한 '2022년 건강보험 주요통계'에 따르면 1인당 월평균 입원 일수는 65세 이상 노인이 3.75일, 전체 평균 1.31일이에요.

보험금 받기 힘들면 고민을

/그래픽=비즈워치

다음으론 '가족일상생활중배상책임'도 불필요한 담보라는 말이 나와요.부부가 이미 가입했을 확률이 높고요. 한 명이 들면 보통 가족 전체가 보상받을 수 있다고 해요. 보험료도 비교적 비싸졌고요. 예전엔 월 보험료가 200~300원 정도였는데, 요샌 1000~2000원 수준이죠. 

또 갱신형으로밖에 가입이 안 돼 향후 얼마로 뛸지 모른답니다. 더불어 여러 개 보험에 들어도 보험금이 각각 나오는 중복보장이 아니라 딱 손해액만 나오는 비례보상 구조라 굳이 자녀보험에까지 넣을 필요가 있냐는 겁니다.

'각종 암 치료', '1~5종 수술비(체증형)' 등 담보도 고민해 봐야 합니다.특히나 어릴 때 드는 자녀보험이라 보험료를 애먼 데 분산시키지 말라는 거죠. 암 진단을 받으면 '아묻따'(아무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보험금이 나오는 단순 보장 구조인 암 진단비에 집중하는 게 훨씬 낫다는 겁니다.

각종 암 치료, 1~5종 수술비 등은 보험금을 타기 위해 여러가지 허들(조건)이 있을 수 있고요. 보험금이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나는 '체증형' 보험은 보험료도 같이 비싸지기 때문에 잘 생각해 봐야 한다는 겁니다. 암 진단비조차 향후 화폐 가치 하락을 따져 체증형으로 가입하지 않잖아요.

'간병인 사용일당' 담보는 의견이 엇갈려요.80~90대를 책임질 간병인 사용일당을 어린이에게 준비하라고 하는 건 너무 과하다는 거죠. 보험료가 싸다, 비싸다를 떠나 암 진단비 등 현재 우선순위 핵심 담보에 집중하는 게 좋다는 설명입니다. 앞으로 더 좋은 담보가 나올 수도 있고요.

국민건강보험 제도가 어떻게 바뀔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잖아요. 그런데 한편으론 현실성을 따져봐야 한다는 얘기도 있어요.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아이가 아프면 엄마, 아빠 둘 중 한 명은 직장에 급한 연차를 내고 간병해야 하는데, 이때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는 담보"라고 하네요.

[보푸라기]는 알쏭달쏭 어려운 보험 용어나 보험 상품의 구조처럼 기사를 읽다가 보풀처럼 솟아오르는 궁금증 해소를 위해 마련한 코너입니다. 알아두면 쓸모 있을 궁금했던 보험의 이모저모를 쉽게 풀어드립니다. [편집자]

김희정 (khj@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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