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불 여력 없는 티몬…피해자 "대표 불러라", 직원 "최선 노력 펼쳤다"
권도완 본부장 "류광진 대표 연락 두절…어떻게 해야 하냐"
구영배 싱가포르 큐익스프레스 CEO 사임, 피해 소비자 혼란 가중
[더팩트|우지수 기자] 티몬과 위메프 정산·환불 사태에 피해 소비자들이 본사 건물을 찾은 지 나흘째, 티몬 신사옥에서 직원과 피해자가 대치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티몬 측에서 더 이상 환불할 자금 여력이 없다고 밝히자, 이에 분노한 피해 소비자들과 응대하는 직원들의 언쟁이 오간 것이다. 그런 가운데 구영배 큐텐 대표가 물류 자회사 큐익스프레스의 CEO를 사임했다는 소식이 들려 피해 소비자 혼란이 더 가중되는 상황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신사동 JK타워 티몬 본사에서 피해 소비자 환불 대응 업무를 맡은 티몬 직원들이 남아 있는 피해자들에게 밖으로 나가게 해 달라며 호소했다. 이들은 "어떻게든 해결 방법을 찾으려 한다"고 말했지만 피해자들에게 가로막혔다.
지난 어제(26일) 새벽 티몬 본사를 찾아 소비자들과 소통하고 있는 권도완 티몬 운영사업본부장은 "사내 유보금 중 28억∼29억원을 환불에 쓰려고 했는데, 류광진 티몬 대표가 직원 임금 등으로 묶어버렸다"며 "환불은 260명 정도에 8억∼9억원만 지급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표가 전화를 안 받는 데 우리가 더 어떻게 해야 하느냐"며 호소했다.
권 본부장과 5~6명 직원들은 "우리가 하는 최선의 노력을 폄훼하지 말아달라. 회사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한걸음에 달려왔는데 여러분께 우리가 듣는 것은 욕밖에 없다"고 말했다.
24시간 이상 티몬 본사에서 밤을 새운 피해 소비자 200여 명은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 "우리도 (현장 환불이) 마지막 희망"이라고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티몬 직원과 피해자 사이 언쟁이 길어지면서 현장에서는 급기야 고성이 오가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피해 소비자들이 모여 있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채팅방에 따르면 권도완 본부장은 이날 오전 11시 20분경 현장을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오전 10시반경 티몬 본사 앞에는 10여 명의 피해 소비자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건물 내부에는 200여 명이 입장했고, 티몬 직원들과 면담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장에는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강남구 재난현장 지원본부 차량을 포함해 지역구 경찰, 소방 당국이 대기하고 있었다.
티몬 피해자 모임 채팅방에서는 "피해자들에게 설명했던 30억원도 다 환불해 주지 않을 거면서 이렇게 기만할 수 있는 건가", "구영배 큐텐 대표, 류광진 티몬 대표가 잠적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대표를 불러내야 한다"는 등 반응을 보였다.
권 본부장은 어제 새벽 "유보금으로 30억가량 환불 자금을 마련했다"고 밝혔지만 어젯밤 "현재까지 환불 총액은 10억원 내외로, 나머지는 환불 자금의 최종 승인이 나지 않아 지급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티몬·위메프 사태 책임자인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와 류광진 티몬 대표는 지난 24일 이후 한 번도 현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앞서 어젯밤 구영배 대표가 큐텐익스프레스 최고경영자(CEO)를 사임했다는 내용의 사내 문서가 유포됐다. 문서 내용 중 오타가 있고, 큐익스프레스 공식 홈페이지나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사임 공지가 올라오지 않아 진위에 업계 관심이 쏠렸다. 더군다나 큐익스프레스 국내 법인 대표이사는 김영선 씨로 공지돼 있어 혼란이 가중됐다.
구영배 대표가 CEO에서 물러난 회사는 싱가포르 법인 Qxpress Pte. Ltd.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 회사는 김영선 대표가 있는 큐익스프레스의 지배기업이다. 구 대표 후임으로 Qxpress Pte. Ltd. CEO에 앉은 인물은 마크 리 CFO다. 리 CEO의 국적은 홍콩으로 현재 거주지는 서울시 용산구로 전해진다.
이 같은 소식에 피해자 모임 채팅방의 한 피해 소비자는 "구영배 대표가 꼬리자르기 하고 책임을 회피하는 것 아니냐, 돈을 영영 못 받을까 걱정이 더 커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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