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엔블루 정용화, '편견 극복' 밴드 큐레이터…日 우버월드 시작
2010년 데뷔한 씨엔블루, 현재 밴드 붐 이전의 주역
우버월드, 7만여석 日 닛산서 공연한 스타디움 밴드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밴드 '씨엔블루(CNBLUE)'에 대한 개인적 편견이 깨진 때는 2011년 9월25일이었다. 그 날 일본 요코하마 아레나에서 열린 씨엔블루의 현지 인디즈 마지막 콘서트 '씨엔블루 2nd 앨범 릴리스 라이브~392~'를 직접 지켜봤는데, 멤버들의 연주·가창 실력이 상당했다.
국내 데뷔 전인 지난 2009년 6월 일본에서 라이브 하우스 공연과 길거리 공연을 시작했고, 같은 해 8월 미니앨범 '나우 오어 네버'로 현지 인디즈 데뷔한 뒤 2년 동안 갈고 닦은 재능을 마음껏 뽐냈다. '아이돌 밴드'에 대항해 마음 한켠에 자리했던 록부심이 이들 때문에 와장창 깨졌다.
또 씨엔블루는 인디즈 마지막 콘서트 직전 일본 마쿠하리 메세에서 열린 미국 하이브리드 록밴드 '린킨 파크'의 내일공연 오프닝 무대를 장식하기도 했다.
국내 밴드 붐이 최근에 왔다는 건 사실 틀린 말이다. '사랑과 평화', '산울림', '송골매', '들국화', '넥스트', '크라잉 넛' 같은 쟁쟁한 밴드들이 대중음악 주류를 주름잡았다. 2010년 국내 데뷔 당시 씨엔블루는 지금은 별 탈 없이 통용되는 '비주얼 아이돌 밴드'라는 수식에 대한 갑론을박을 불러온 주인공이기도 했다.
26일 오후 서울 강남구 FNC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기자들과 만난 정용화는 "좋은 선배님도 계셨지만, 선배님들한테 큰 사랑을 못 받았던 느낌은 솔직히 좀 있었다"고 털어놨다.
선배 밴드들이 자신들을 이끌어주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데뷔 초창기 밴드로서 평가절하됐던 당시 분위기에 대한 속내를 내비친 것이다. "아직 부족하지만 밴드를 하시는 분들을 이끌어줄 수 있는 능력이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늘 하고 있어요. 나중에 K팝 책이 나올 때 씨엔블루가 한 꼭지는 들어가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목표가 있어요. 그래서 15주년을 앞두고도, 해오는 대로 계속해서 열심히 하는 것이 목표예요."
씨엔블루의 위상은 하지만 달라졌다. 현 밴드 붐을 계승해온 팀 중 하나로 꼽힌다. 여기에 일본에선 특급 밴드로 통하지만 국내에선 아직 인지도가 낮은 '우버월드(UVERworld)'를 국내에 소개하는 일종의 큐레이터 역할도 맡고 나섰다. 씨엔블루와 우버월드는 27일 오후 6시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화정체육관에서 국내 합동 공연을 연다.
두 팀은 이미 지난달 15일 일본 요코하마 피아 아레나에서 첫 합동 공연 '우버월드&씨엔블루 서머 라이브 인 재팬 앤드 코리아 ~언리미티드 챌린지~'를 열어 호흡을 과시했다. 특히 우버월드는 씨엔블루 몰래 이 밴드의 노래 '헷갈리게' 커버를 준비해 멤버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이번 합동 공연의 시발점은 작년에 정용화와 우버월드의 보컬 다쿠야(TAKUYA∞)과 가진 식사였다. 당시 나눈 대화에서 비슷한 점이 많아 단숨에 친해졌다고 했다.
정용화는 "다이어트 중이라 '글루텐 프리'를 했던 때였는데, 다쿠야 씨 역시 글루테플리를 주문하더라고요. 잘 됐다 싶어서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관심사가 비슷하다는 걸 알았어요. 특히 똑같은 마음가짐으로 라이브를 해서 그 점이 잘 통했다"고 설명했다. "이후에 '언제 한번 같이 공연 하면 좋겠다'고 말씀 드렸는데, 바로 '공연하자' 답이 와서 콘서트 날짜가 잡혔죠"라고 부연했다.
정용화는 우버월드의 공연을 보는 것 자체만으로도 큰 공부가 됐다. "에너지가 너무 강해요. 새로운 어떤 자극이 필요하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우버월드의 에너지에 압도됐어요. 멘트 하나하나, 곡을 연결하는 방식들이 너무 색달라서 엄청나게 충격을 받았어요."
밴드로서 할 수 있는 무대 연출이 대단했다는 얘기다. "스크린에 나오는 영상들이 좋았고, 꼭 전달하고 싶은 부분의 가사는 화면에 띄우기도 하고요. '진짜 음악을 전달하고 싶다'는 메시지가 강한 팀이에요. 분위기는 헤비하지만 멜로디와 가사는 따뜻하거든요. 또 다쿠야는 가사 내용이 본인의 라이프 스타일과 너무 비슷해요. 매일매일 10㎏ 이상 러닝을 하는데 거기에 대한 노래도 있어요."
우버월드 드러머 신타로도 "다쿠야 씨가 쓰는 노랫말엔 거짓이 없어요. 평소에 말하는 내용이 다 가사로 되거든요. 그런 진심이 너무 아름답다"고 거들었다.
정용화는 "이렇게 좋은 밴드인데 국내에서 아직 모르는 분들이 계신다는 상황이 너무 너무 아쉬웠어요. 일본 스타디움에서 공연을 한 밴드를 소개한다는 자체가 너무 좋은 기회인 것 같아서 뜻 깊게 준비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쿠야는 씨엔블루에 대해 "전 세계에 통용할 만한 아주 수준 높은 곡을 부르고 있다"고 화답했다. "일단 노래가 좋다는 게 엄청난 장점이에요. 게다가 세 멤버들의 외모가 모두 훤칠해요. 하하. 또 정용화 씨의 작곡가로서 재능도 굉장히 아껴요. 이번 합동 공연에선 함께 노래 하지 않지만, 용화 씨가 만드신 노래를 언젠가 불렀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일본에서 공연하는 한국 아티스트들을 꾸준히 지켜봐 왔다는 다쿠야는 모두 수준이 높다고 호평했다. 스트레이키즈, 세븐틴, FT아일랜드, 르세라핌, 에스파, 블랙핑크 등이 모두 훌륭하다며 한국 아티스트는 아이돌, 밴드를 특정하지 않고 받아들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뉴진스의 팬이라고도 했다.
우버월드의 일본 내 인기는 대단하다. 작년 7월 일본 최대 공연장인 7만여석 규모의 닛산 스타디움에서 두 차례 공연하며 14만명을 불러 모았다. 현지에서 대단한 팬덤을 보유한 동시에, 1년에 몇 팀만 공연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 위상까지 인정 받아야 설 수 있는 무대다. K팝 그룹 중에선 동방신기, 세븐틴이 공연했고 27~28일 무대엔 트와이스가 오른다.
"2019년 도쿄돔에서 공연했어요. 최고의 공연을 마치고 난 다음에 바로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됐어요. 규모가 작든 크든 공연 자체가 불가능한 시기가 계속됐죠. 코로나가 종식된 다음에 '어디서 공연을 하느냐' 고민했는데 오랫동안 팬분들이랑 같이 하지 못했기 때문에 최대한 많은 팬분들과 함께 모여 큰 소리를 내면서 신나게 공연하고 싶었어요. 닛산 스타디움밖에 없었죠."(다쿠야)
정용화의 꿈의 공연장은 도쿄돔이다. "도쿄돔 공연 전까지는 '그곳 공연은 보지 않겠다' 이러고 살았거든요. 근데 작년에 (미국 얼터너티브 대표 록밴드) 레드 핫 칠리 페퍼스가 도쿄돔 공연을 해서 그건 보고 싶었어요. 보는데 막 울렁울렁 하는 거예요. '진짜 언젠가 하고 싶다' 생각을 계속했어요."
그런데 우버월드는 스타디움, 돔 같은 대형 공연장에서만 공연하지 않는다. 여전히 일본 전역의 소극장 무대에도 오른다.
정용화는 크고 작은 다양한 공연장이 있는 일본 문화가 부럽다고 했다. "작은 데서도 할 수 있고, 중간 사이즈에서도 할 수 있죠. 사실 한국에선 공연장을 잡기 너무 힘들거든요. 한정돼 있기 때문에 빨리 잡아야 하는 경쟁을 하게 돼요. 경제적으로 아무것도 모르는 때엔 직접 공연장을 차리고 싶다는 생각까지 했어요. 하하."
내년 결성 25주년, 메이저 데뷔 20주년을 맞는 우버월드는 다양한 사운드를 적극 끌어안는 밴드다. 일렉트로니카 요소를 도입하고, 색소폰 같은 브라스 사운드를 맡는 멤버도 있다. 다쿠야는 "저희 멤버들은 음악을 너무 좋아해서 다양한 장르를 골고루 듣고 있어요. 여러 음악에서 저희가 없는 요소를 잘 끌어올 수 있었으면 한다"고 바랐다.
의미 있는 내년 활동을 위해 준비 중인 것도 많다. "일단 일본에서 대규모 투어를 돌 예정이고요. 선배 록 밴드 중에선 여든살에도 하시는 분들이 있거든요. 저희도 길고 굵게 음악 생활을 할 생각입니다."
그런데 밴드 음악은 항상 젊다. 정용화는 "공연할 때 진짜 20대 처음 시작했던 때로 돌아간 기분"이라며 눈을 빛냈다. "어느 공연 전 장염에 걸린 적이 있었어요. '공연할 수 있을까' 걱정 했는데 밴드 반주를 들으니까 심장이 막 뛰고 아픈 것도 기억이 안 나더라고요. 밴드의 리얼 사운드를 들으면 진짜 젊어지는 것 같아요. 정제되지 않은 러프한 소리에 아무 걱정 하지 않고 살던 때로 돌아가는 힘이 있죠."
다쿠야는 매순간 모든 걸 걸고 밴드의 전력질주가 젊음과 맞닿아 있다고 봤다. "페스티벌에 가면 다 아는 얼굴이에요. 하지만 전 그 분들과 마주치지 않고 인사도 하지 않아요. '아티스트 전용 뷔페'도 이용하지 않습니다. 음악 페스티벌에 참가하는 것 자체가 그야말로 제 인생을 걸고 하는 일이거든요. 공연 하나하나에 그 무게감을 굉장히 크게 느끼고 있어요. 그 무게를 아마 10대, 20대도 느끼면서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아닌가 해요. 본인들도 인생을 걸고 이 음악을 들어야겠다 하면서 열광해주시는 게 아닐까요."
최근 국내 다시 불기 시작한 밴드 붐을 더 키워보고 싶은 욕심이 있다는 정용화는 "우버월드 같은 좋은 밴드가 있다는 걸 앞으로도 더 많이 알려드리고 싶다"고 거듭 강조했다. "앞으로도 (해외 밴드들과) 계속 교류를 하고 싶어요. 해외 밴드는 내한하지 않으면 경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한국에서도 아주 멋진 공연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으면 합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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