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안정+민간건설 활성화…LH, 매입 약정으로 두 마리 토끼 잡는다 [이지민기자의 하우징]
지난 2022년부터 빌라 등을 중심으로 전세사기 사고가 무더기 발생하면서 수만명의 국민이 피해를 보고 거리에 나앉게 됐다. 전세사기에 대한 우려는 전세 가구 거주민 사이에서도 깊어졌고, 전세사고가 만연했던 빌라 같은 비(非)아파트의 전세 거래가 눈에 띄게 줄었다.
이처럼 비아파트 거래에 대한 국민 우려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정부도 이를 문제로 삼고 비아파트의 안전한 전세 거래 등을 통한 전세 시장 안정화를 위해 무주택자가 시세보다 저렴한 전월세 형태로 거주할 수 있는 공공 비아파트(매입임대주택)를 향후 2년간 12만가구 규모로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도 이러한 정부 기조에 발맞춘다는 방침이다.
■ 특화 매입임대주택으로 거주자 편의 ‘쑥’
수원 장안구에 위치한 한 매입약정 임대주택. 이곳은 설계 단계부터 고령자를 위한 주택으로 마련됐다. 휠체어 출입이 용이하도록 ▲출입문 너비 확대 ▲안전손잡이 ▲욕실 출입문 손잡이 설치 등 장애인, 고령자와 같은 주거약자를 위한 안전·편의시설이 설치돼 있다. 해당 주택은 추후 보훈지청과 협의를 통해 고령의 보훈유공자를 위한 특화 주택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앞서 방문했던 수원시청역 청년나래家 역시 지난 2021년 LH가 매입약정을 체결해 청년들에게 공급한 임대 주택으로, 수원시청역 보도 5분 거리에 자리 잡고 있으며 생활 인프라가 잘 구축돼 있다. 입주자 모집 당시에는 747% 경쟁률을 기록하는 등 청년들의 관심이 높았던 곳이다.
특히 올해에는 매입임대주택을 ‘든든전세주택’으로 활용, 자산과 무관하게 무주택 서민도 거주가 가능해진다. 매입임대 입주 자격 확대에 따라 3~4인 가구가 거주할 수 있는 60∼85㎡의 신축주택을 주변시세 대비 90% 수준으로 최대 8년까지 지원한다. 무주택 다자녀 또는 신생아 가구에 가점을 부여하기 때문에 전세사기 등의 위험 없이 거주할 수 있는 임대주택으로 선호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 주거 안정에 건설경기 활기까지…관심 활활
비아파트는 최근 수면 위로 올라온 전세 보증금 미반환 사고 등으로 수요가 계속해서 줄고 있다. 수요자의 신뢰가 붕괴한 빌라 시장은 침체를 거듭하면서 공급마저 부족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전국 비아파트 착공 건수는 1만1천238건으로 같은 기간 전국 아파트 착공 건수(7만7천959건)의 7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수요가 줄자 비아파트 주요 공급 주체인 소규모 개발업체와 건설업체가 공급 자체를 중단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비아파트 공급 절벽은 우리나라 주거 유형 중 11%를 차지하는 다세대, 연립 등 비아파트 거주민에게 직접적인 타격을 입힐 수도 있다. 아파트에 거주할 수 있는 형편이 되지 못해 비아파트에 거주하고 있지만, 비아파트 공급이 줄어들면 결국 이들은 갈 곳을 잃게 될 수도 있다.
이에 LH는 매입약정 사업을 통해 원활한 주택 공급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민간이 짓고 LH가 매입한 임대주택은 단시간 내 임대주택을 확보할 수 있는 새로운 공공-민간 협업 체계의 임대주택 확보 방식으로, 서민·다자녀가정·고령자·청년·신혼부부 등 다양한 계층에 활용된다.
LH의 대표사업 중 하나인 매입약정 사업은 민간에서 건축이 예정이거나 건축 중인 주택을 LH가 사전에 매입 약정을 체결하고 준공 후 매입해 공공임대 주택으로 공급하는 사업으로, 건축 예정인 주택을 동별로 일괄 매입한다. 건축주가 시공부터 수요를 감안, 거주 대상자가 필요로 하는 조건을 반영하면 건축주는 미분양 재설계 등의 리스크를 줄일 수 있고 LH는 수요자에게 맞는 맞춤형 주택을 확보할 수 있다.
신청된 매입약정 주택은 서류 심사, 도면 협의 및 감정 평가 등을 거쳐 매입 약정을 체결하게 된다.
이 일환으로 지난 4월 LH경기남부지역본부(본부장 강오순)에서는 주택매입 PinPoint 사업 설명회가 진행됐다. 400여명이 참석한 설명회에서 LH는 기존 도심 내 준공됐거나 건축 예정(건축 중 포함)인 다세대, 다가구 주택을 매입하는 사업에 대해 소개하고 질의 시간을 가졌다. 이날 설명회에서는 매입약정 사업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다.
■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에 한 줄기 빛…“활기 기대”
LH는 오랜 시간이 소요됐던 신축 매입임대 설계도면 협의와 지자체 인허가 등의 기간을 대폭 줄인다. 또 가격 산정 방식도 올해 민간사업자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유형별 가격 상한액을 폐지, 매입 가격을 현실화했다. 100가구 이하의 주택 매입 가격은 감정 가격으로 산정하되, 수도권 100가구 이상 신축 매입임대주택에 한해 감정평가 방식이 아닌 골조부터 마감재까지 실제 건물의 설계 품질에 따라 적정 건물 공사비를 책정하는 ‘공사비 연동형 약정방식’을 도입했다.
LH경기남부지역본부는 올해 성남, 수원 등 경기 남부 18개시에서 총 1만4천877가구의 비아파트 주택을 약정 방식으로 매입한다고 밝힌 바 있다. 매입임대주택 12만가구 공급은 주거 위기에 놓인 서민에게 주거 안정의 사다리가 될 뿐만 아니라 얼어붙은 소규모 개발시장을 활성화하는 단초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LH경기남부지역본부 관계자는 “매입약정 사업은 LH 및 지자체가 요구에 부합하는 공공임대주택 확보를 위해 민간 주택을 매입하는 방식이므로 매입임대주택이 추후 어떤 입주자들에게 활용되는지를 알면 설계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매입약정 사업을 통해 침체한 부동산 시장에 활기가 더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지민 기자 easy@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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