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5km '헤드샷' 맞았는데 오히려 투수를 걱정한 '베테랑의 품격' [유진형의 현장 1mm]
[마이데일리 = 유진형 기자] '쾅'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타자가 쓰러졌다. 바로 일어나긴 했지만, 고척돔의 모든 사람들이 깜짝 놀랐다.
2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는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가 열렸다. 엎치락뒤치락 치열한 승부가 이어지던 7회말 모두 숨죽이고 봤던 아찔한 상황이 벌어졌다.
KIA 최지민이 팀이 4-5로 지고 있던 7회말 키움 선두타자 최주환에게 던진 5구째 145km 포심 패스트볼이 머리를 강타한 것이다. 머리를 맞은 최주환이 바로 일어나며 다행히 큰 부상으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투수를 향해 걸어가며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KIA 더그아웃에서는 심각함을 감지해 손승락 수석코치가 바로 그라운드로 나와 최주환의 상태를 확인한 뒤 사과하며 양 팀의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최지민도 모자를 벗고 1루로 걸어가던 최주환에게 사과했고 바로 퇴장당했다.
1루 베이스를 밟은 최주환은 동료들과 코치에게 괜찮다는 사인을 보냈지만, 선수 보호 차원에서 교체됐다. 이렇게 최주환 헤드샷 사고는 끝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이게 다가 아니었다.
경기가 끝나자, KIA 더그아웃에 있던 양현종과 최지민은 키움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그리고 최주환을 찾아가 다시 한번 더 사과했다. 최지민은 공손한 자세로 90도 인사하며 사과했고 양현종도 투수조 대표로 미안함을 전했다. 최주환은 의기소침해 있는 최지민이 힘을 낼 수 있게 "머리는 아팠지만 난 괜찮아"라며 장난치며 환한 미소로 오히려 후배를 걱정했다.
양현종은 최지민이 경기 중 사과했지만, 혹시 모를 오해가 일어나지 않게 경기 후 최지만과 함께 상대 더그아웃을 찾았고 최주환은 그들의 사과를 웃으며 쿨하게 받아줬다. 이런 모습에서 우리는 베테랑의 품격을 느낄 수 있다. 복귀전에서 헤드샷 퇴장을 당한 뒤 힘들어하던 후배를 먼저 생각한 선배들의 배려였다. 이 장면을 본 야구팬들은 박수치며 훈훈한 미소를 지었다.
한편, 이날 경기에서 키움은 결승타 포함 3안타를 몰아친 송성문을 앞세워 1위 KIA를 5-4로 무너뜨렸다. 키움은 KIA 선발투수 네일을 상대로 5이닝 8안타 5득점 하며 승리했다. 2연승을 달린 키움이지만 40승55패로 여전히 최하위다. 반면 KIA는 2연패 했지만 59승37패2무로 여전히 순위표 가장 높은 곳에 자리 잡고 있다.
[최지민과 양현종이 경기 후 최주환을 찾아가 사과하고 있다 / 고척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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