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불면 쓰러지겠네”…작고 못생긴 ‘이것’ 미국 뒤흔들었다는데 [박민기의 월드버스]

박민기 기자(mkp@mk.co.kr) 2024. 7. 27.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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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픽업트럭이 장악한 美시장서
일본산 미니트럭 ‘새로운 돌풍’
농장일·낚시·캠핑 등서 ‘팔방미인’
일반도로 주행 위험성 우려 시각도
미국도 각 주마다 관리 규정 달라
짐을 가득 실은 일본산 미니트럭 모습[사진 출처 = AP 연합뉴스]
지난 수십년간 미국 자동차시장은 대형 픽업트럭이 휩쓸어왔습니다. 강력한 엔진성능과 넓은 적재공간으로 무장한 대형 픽업트럭은 광활한 대륙을 질주하고 싶어하는 미 소비자들의 본능을 사로잡기에 충분했습니다. 넓은 도로를 마음껏 누빌 수 있고 캠핑, 사냥, 낚시 등 수많은 장비가 필요한 야외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대형 픽업트럭은 미 소비자들의 ‘필수템’으로 거듭났습니다.

이 같은 소비자 수요를 파악한 자동차기업들은 본격적인 대형 픽업트럭 판매에 나섰습니다. 처음에는 성능과 적재량을 앞세웠다면 나중에는 문화를 덧칠했습니다. ‘진정한 남자는 대형 픽업트럭을 탄다’는 프레임을 씌우면서 남성성과 자립심을 강조할 수 있는 수단으로 대형 픽업트럭을 내세웠습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습니다. 지난해 미국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린 차종’ 1~3위를 대형 픽업트럭이 차지했습니다. 포드 ‘F시리즈’가 약 75만대로 1위에 이름을 올렸고, 쉐보레 ‘실버라도 픽업’이 55만대로 2위, 램 ‘1500 픽업’이 3위로 뒤를 이었습니다.

이처럼 독보적인 존재감을 발휘하는 대형 픽업트럭이지만 마냥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 최근 대형 픽업트럭과는 정반대의 매력으로 미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기 시작한 경쟁자가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바로 미국시장에서 새로운 돌풍을 예고하고 있는 일본산 중고 미니트럭입니다.

일본산 소형 픽업트럭, 또 다른 명칭 미니트럭이 자국이 아닌 해외에서 최근 예상치 못한 소비자들의 큰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2020년 중반부터 일본을 넘어 미국 등 해외 국가들이 일본산 중고 미니트럭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대형 픽업트럭에 비하면 한없이 작고 페인트가 벗겨진 낡고 우스꽝스러운 모습의 미니트럭이 크기에 집착하는 미국인들의 마음을 사로 잡기는 쉽지 않을 거라는 예측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러나 일본에서 태평양을 건너 수출된 미니트럭은 지난 10년간 미국시장에 깊숙이 침투하며 영향력을 키우고 있습니다.

도요타, 스즈키, 혼다 등 일본 자동차기업들이 생산한 중고 미니트럭들은 미국 등 해외에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미니트럭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작은 크기와 이를 바탕으로 하는 뛰어난 이동성, 그리고 저렴한 가격이었습니다. 특히 목장이나 농장을 운영하거나 야외활동을 즐기는 소비자들이 미니트럭을 선택하는 경우가 늘면서 미국 일부 주에서는 일본산 미니트럭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미니트럭은 주로 미국과 일본 양국에서 농장이나 목장 등에서 농산물과 기계를 옮길 때 사용되고 있습니다. 작은 크기와 기동성을 바탕으로 농장 사이를 누비면서 물품을 신속히 나르는 등 다양한 상황에서 적재적소에 활용되고 있습니다. 보통 미니트럭의 길이는 약 3.5m인데, 이는 포드 대형 픽업트럭의 절반에 그치는 수준입니다.

미국에서 블루베리 농장을 운영하는 브라이언 멀카이는 “모습이 우스꽝스럽기는 하지만 미니트럭이 농장 일에 매우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며 “지난 15년간 몰았던 도요타의 대형 픽업트럭은 농장 덤불 사이를 자유롭게 다닐 수 없었고 연료도 지금 운전하는 미니트럭보다 2배 이상 필요했다”고 블룸버그에 전했습니다.

미국 포드 ‘F-150’ 대형 픽업트럭들이 정렬한 모습[사진 출처 =AP 연합뉴스]
미국에서 미니트럭은 일에만 사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야외활동을 즐기는 소비자들은 미니트럭을 계절별 취미활동에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스키와 클라이밍 장비, 산악용 오토바이 등을 나를 때 미니트럭을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 외에도 사용처가 매우 다양해 아이스크림트럭이나 푸드트럭으로 개조하거나 움직이는 미니바로 꾸미는 소비자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같은 인기를 바탕으로 매년 수백대의 미니트럭이 개별주문을 통해 일본에서 미국으로 수출되고 있습니다. 미국시장에서 미니트럭 판매량은 2020년 전년 대비 두 배 증가했고, 이듬해에는 여기서 다시 두 배가 늘었습니다. 일본 정부 무역통계에 따르면 일본산 미니트럭의 해외 수출은 지난 10년 동안 4배 이상 급증했습니다. 지난해에는 약 7만대 수출을 기록했는데, 이는 2013년 약 1만5000대에서 4.6배 이상 늘어난 수치입니다.

미니트럭이 점점 더 많아지는 상황에서 일각에서는 수십년 전에 생산돼 노후화된 이들 차량이 안전이나 환경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25년 이상 된 차량은 거의 모든 연방 안전 및 배기가스 배출 기준에서 면제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역사적 가치와 희소성, 경제적 비용 등 여러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오래된 차량은 역사적·문화적 가치가 있다고 보고 보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입니다.

또 25년 이상 된 차량이 도로 위를 멀쩡히 돌아다니는 경우는 많지 않기 때문에 이들 차량이 배출하는 오염물질 총량이 비교적 적어 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미미하다고 보는 시각이 있습니다. 오래된 차량을 현재 수준의 안전 및 배기가스 배출 기준에 맞추기 위해 수리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비효율적이라는 의견도 나옵니다. 새로운 장치를 장착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차량 가격보다 더 비쌀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연식이 오래된 미니트럭이 도로 위를 주행하는 것이 위험하다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이에 따라 미국은 각 주마다 미니트럭의 도로 주행에 대한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플로리다, 노스캐롤라이나, 와이오밍 등 일부 주는 미니트럭의 도로 주행을 허용하고 있지만 동시에 일부 제한도 걸고 있습니다. 주와 주를 연결하는 고속도로 주행은 금지하고 일반도로에서의 주행은 속도를 제한하는 식입니다.

까다로운 배출가스 기준을 갖추고 있는 캘리포니아주는 운전자가 다른 주에서 이미 미니트럭 등록을 마쳤어도 캘리포니아에서 다시 차랑 등록을 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반면 조지아주는 지난해 미니트럭 운행을 완전히 금지했습니다.

[매일 쫓기는 바쁜 일상 속에서도 알면 알수록 더 좋은 국제사회 소식. 전 세계가 주목하는 한 주의 가장 핫한 이슈만 골라 전해드립니다. 단 5분 투자로 그 주의 대화를 주도하는 ‘인싸’가 될 수 있습니다. 읽기만 하세요. 정리는 제가 해드릴게요. 박민기의 월드버스(World+Universe)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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