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경·나나보다 英 군인이 먼저 입던 바지? 지금은 ‘MZ 핫템’ [스타일&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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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뮤다(Bermuda)는 대서양에 있는 영국의 해외 영토다.
버뮤다 팬츠는 무릎 위까지 오는 반바지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버뮤다 팬츠 형태의 반바지는 점차 남성 패션으로 자리를 잡았다.
특히 최근 긴 바지에서 이어지던 '와이드 핏' 트렌드는 반바지 기장의 버뮤다 팬츠로 확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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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뮤다 지역 주둔 영국군 기원설이 유력
[헤럴드경제=전새날 기자] 버뮤다(Bermuda)는 대서양에 있는 영국의 해외 영토다. 미국 해안에서 동쪽으로 약 965㎞, 캐나다 노바스코샤 반도에서 남쪽으로 약 1375㎞ 정도 떨어진 곳에 있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버뮤다에서는 지역의 이름을 딴 새로운 패션이 등장했다.
애매한 기장에 주먹이 들어갈 만큼 헐렁한 바지통. 여전한 인기를 누리고 있는 ‘버뮤다 팬츠’다. 버뮤다 팬츠는 무릎 위까지 오는 반바지다. 여유 있는 바지통과 실루엣이 특징이다. 기원은 이곳 버뮤다라는 설이 유력하다. 영국은 세계대전을 거치며 식민지인 버뮤다에 북미 본부를 설립했다.
당시 이 섬에는 찻집이 딱 한 곳 있었다. 주둔 중인 영국군으로 북적이던 찻집은 호황을 누렸다. 문제는 무더운 날씨였다. 실제 버뮤다는 세계 열대기후 지역 중 가장 높은 위도에 있다. 온화하고 습한 날씨가 반복된다. 많은 인파로 북적이는 와중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찻잔까지 더해지니 작은 찻집의 온도는 견디기 힘들 정도였다.
찻집에서 일하던 직원들은 무더위에 지쳐 불만을 터뜨렸다. 하지만 찻집의 주인인 나다니엘 콕스턴(Nathaniel Coxton)은 새 유니폼에 돈을 쓰고 싶지 않았다. 대신 묘안을 냈다. 기존 유니폼이었던 카키색 바지를 지역 재단사에게 가져갔고, 재단사는 무릎 바로 위까지 재단했다.
얼마 뒤 가게에서 차를 마신 메이슨 베리지(Mason Berridge) 제독은 동료 장교들을 위해 이 스타일을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이름은 ‘버뮤다 팬츠’라고 붙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옛 대영 제국의 아열대 지방에서 복무하는 모든 영국 군인들 사이에서 카키색 반바지가 표준 복장이 됐다고 한다.
버뮤다 현지 주민은 깔끔하게 차려입은 영국 장교들이 재단사들을 찾아 돌아다니는 것을 눈치채기 시작했다고 한다. 재단사들은 버뮤다 팬츠를 모방해 더 많은 이들이 입을 수 있도록 스타일을 개조하기 시작했다. 1920년대 버뮤다 팬츠가 섬에 거주하는 남성들의 표준 복장이 되는 것에 기여했다.
버뮤다 팬츠는 섬 안팎에서 입소문을 탔다. 버뮤다는 당시 엘리트에게 인기 휴양지였다. 휴가 기간 버뮤다를 찾은 재력가나 영향력 있는 관광객들이 버뮤다 팬츠를 집으로 가져갔다. 그렇게 버뮤다 팬츠 스타일은 전 세계로 퍼졌다. 단조로웠던 바지의 색깔과 무늬도 다양해졌다.
하지만 버뮤다 팬츠가 처음부터 호평을 받았던 건 아니다. ‘아이들이 입는 옷’이라는 비판과 함께 교양 없는 옷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버뮤다 팬츠 형태의 반바지는 점차 남성 패션으로 자리를 잡았다. 시간이 흐르며 1950년대부터는 여성도 마침내 버뮤다 팬츠를 입을 수 있게 됐다. 사회적으로 무릎 위로 다리를 드러내는 것은 ‘여성스럽지 않다’는 통념이 있었던 시기다.
오랫동안 인기를 끈 버뮤다 팬츠의 유행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도 로에베(LOEWE) 등 다양한 브랜드가 버뮤다 팬츠와 스타일링한 컬렉션을 선보였다. 국내 연예인과 주요 인플루언서도 버뮤다 팬츠를 착용하며 주목받았다. 주요 패션 플랫폼에서도 버뮤다 팬츠는 판매 상위권에 오르며 꾸준한 인기다.
버뮤다 팬츠의 매력은 애매한 기장이다. 무릎을 살짝 덮어 캐주얼하면서도 포멀한 분위기를 모두 낼 수 있다. 상의를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 색다른 분위기를 낼 수 있다. 특히 최근 긴 바지에서 이어지던 ‘와이드 핏’ 트렌드는 반바지 기장의 버뮤다 팬츠로 확산됐다. 장마철에 밑단이 젖지 않아 더 입기 편하다. 이번 여름 스타일링에 버뮤다 팬츠를 입어보는 건 어떨까.
newd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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