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리스크에 휘청, 카카오 '창업자 빈자리' 어찌 메우려나
시세조종 혐의로 구속된 창업주
카카오 계열 사업들 ‘흔들’
신사업‧기업공개 작업도 차질
비상경영체제 돌입했지만
창업주 공백 리스크 메워질까
카카오가 창사 이래 초유의 비상사태를 겪고 있다. 창업자인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에게 지난 7월 23일 법정 구속되면서다.
그룹 최고 의사결정권자인 김 위원장은 지난해 2월 SM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경쟁사인 하이브의 공개 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SM엔터테인먼트의 주가를 공개매수가인 12만원보다 높게 설정되도록 조종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위원장이 구속되면서 카카오 주가는 4만1050원(7월 22일)에서 3만8850원(23일)으로 하루 만에 5.3%가 빠졌다.
현재 김 위원장은 주가 조종 혐의를 일체 부인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번 구속을 간단하게 볼 순 없다. 검찰은 지난 25일 "조사할 것이 많아 여러 상황을 봐가면서 소환해 조사하고 있다"면서도 "시세조종 과정에서 김 위원장이 전반적으로 공모한 증거를 확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일로 어깨가 무거워진 건 사내 2인자로 평가받는 정신아 카카오 대표다. 김 위원장이 구속된 지 하루 뒤인 23일 정 대표는 카카오 계열사의 주요 경영진들을 모아 후속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대표는 카카오그룹의 '콘트롤타워'인 독립기구 CA(Corporate Alignment)협의체에서 김 위원장과 함께 공동의장을 맡고 있다.
문제는 '창업주 공백 리스크'를 정 대표가 감당하기가 쉽지 않을 거란 점이다. 최근까지 김 위원장이 주도한 경영 쇄신 작업만 해도 그렇다. 계열사를 무리하게 늘리는 '문어발식 경영'이란 오명을 씻어내고, 계열사 자율경영에서 책임경영을 강조하는 등 '하나된 카카오'를 만드는 게 목표였다.
이를 위해 김 위원장은 앞서 언급한 CA협의체를 세우고 신규 투자 집행, 지분 매각 등 계열사의 굵직한 사안을 검증하며 중앙집권력을 다져나갔다. 계열사 수도 기존 147개에서 124개(7월 18일 기준)로 줄였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구속되면서 카카오의 경영 쇄신작업은 한 템포 늦춰질 위기에 처했다. 지난 3월 갓 취임한 정 대표가 김 위원장을 대신해 경영 쇄신 작업을 효과적으로 이끌어나갈 수 있을지 알 수 없어서다.
악재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사업 불확실성이 높아진 탓에 카카오엔터테인먼트‧카카오모빌리티 등 계열사의 기업공개(IPO) 일정에 차질이 생겼다. 카카오의 주요 신사업에도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이 적지 않다. 카카오가 올해 상반기에 공개할 예정이었던 '한국판 챗GPT' 코GPT 2.0의 발표 시점도 연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SM엔터를 주축으로 하는 해외사업도 마찬가지다. 카카오는 2025년까지 해외매출 비중을 30% 확대한다는 '비욘드 코리아' 계획을 발표한 바 있지만 당분간 '올스톱'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또다른 계열사 카카오뱅크의 신사업 마이데이터(본인신용확인정보업)를 둘러싼 먹구름도 더 짙어졌다. 카카오뱅크는 일찍이 금융위원회에 해당 사업의 본허가를 신청했지만, SM엔터 시세조종 의혹이 불거지면서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5월 '대주주 사법 리스크'를 이유로 허가 절차를 중단한 바 있다.
올해 1월에도 같은 이유로 마이데이터 허가심사 중단을 유지했는데, 이번 김 위원장 구속까지 더해져 마이데이터 사업은 사실상 무기한 중단됐다고 봐야 한다. 과연 카카오는 '총제적 난국'을 잘 헤쳐 나갈 수 있을까. 그러기엔 '창업주의 빈자리'가 너무 크다.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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