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 즐길래" 초등 과학교사 관두고 차린 이 회사, 지금은… [원종환의 뉴트로中企]

원종환 2024. 7. 27.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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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관 아카데미과학 대표 인터뷰
프라모델 대명사 '아카데미과학'의 이유 있는 변신
프라모델 제작하는 국내 유일 완구업체
IP 활용해 제품 다양화 나서
레트로 키덜트 향수 자극하는 '문방구' 브랜드도 출시
"다양한 소비자와 소통할 수 있는 브랜드로 거듭날 것"
사진=아카데미과학

"추억의 프라모델을 대표하는 회사를 넘어 신세대에게 친숙한 브랜드로 거듭나겠습니다."

국내 유일 프라모델업체 아카데미과학의 김명관 대표는 26일 "주요 고객층인 X세대뿐 아니라 MZ세대 고객과 소통할 수 있는 사업을 넓혀가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사양산업으로 평가받는 완구업에 대해 그는 "값싼 제품을 앞세워 매출을 끌어올리는 시대는 지났다"며 "지식재산권(IP) 협업을 통한 고품질의 제품을 선보이면 소비자는 기꺼이 지갑을 열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출생·고령화로 어려움을 겪는 완구 산업에서 생존하기 위해선 IP를 활용한 '제품 다양화’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게 김 대표의 생각이다.

 '덕업일치'로 시작한 프라모델 회사

사진=아카데미과학

국내 프라모델의 대명사인 아카데미과학은 1969년 김순환 전 회장의 '덕업일치(좋아하는 일과 생업의 일치)'에서 시작했다. 무선조종 기기를 좋아했던 김 전 회장은 완구 사업을 통해 자신의 취미를 즐기겠다는 마음을 먹는다.

그는 초등학교 과학 교사 일을 정리한 뒤 자본금 500만원으로 아카데미과학을 차린다. 첫 제품으로 선보인 고무 동력 자동차는 학생들과 선생님들의 입소문을 타며 불티나게 팔린다. 연이어 선보인 완구 교재들도 폭발적인 인기로 수요를 맞추기 위해 밤낮을 일해야 할 정도였다.

1980년대 이르러 국내 프라모델 산업이 성장하자 아카데미과학은 사세를 확장한다. 당시 초·중학생들을 중심으로 아카데미과학에서 만든 프라모델을 찾으면서다. 아카데미과학의 금형 기술을 활용한 프라모델은 경쟁업체가 따라 할 수 없는 고품질을 자랑했다.

이후 아카데미 과학은 개인용 컴퓨터(PC)가 1990년대 들어서자 한 차례 위기를 겪는다. PC 게임이 주목받으며 프라모델 시장이 쪼그라들었기 때문이다.

아카데미과학은 해외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한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영화 타이타닉을 모델로 한 프라모델을 전 세계에 50만 개를 판매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이외에 독일 뉘른베르크에서 열리는 국제 완구 쇼에서 꾸준히 수상하는 등 국제적으로 입지를 넓혀간다.

 IP 협업 활용해 제품군 다양화 나서

사진=아카데미과학


교육과 연관된 사업을 하겠다는 김 전 회장의 의지로 이름 붙인 '아카데미과학'은 2009년 김 대표가 지휘봉을 잡으며 제품군 다양화에 나선다. 2011년 인기 어린이 애니메이션 '로보카폴리' 완구를 시작으로 국내외 유명 캐릭터 IP와 협업 제품을 선보이며 국내 시장을 공략한다.

아카데미과학은 지난 24일 개봉한 애니메이션 '슈퍼배드 4'의 IP를 활용한 완구를 최근 출시했다. 김 대표는 "포켓몬을 비롯해 로보카폴리, 나혼자만레벨업 등 아이들을 위한 완구 사업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며 "2030 여성들에게 인기인 '빵빵이의 일상' IP를 활용한 제품도 올 3분기에 출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아카데미과학

BB탄 총 등 고전 완구도 꾸준히 개발하며 신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지난달 아카데미과학에서 선보인 'Kar98k(카구팔) BB탄 소총'은 탄피 배출 기능이 탑재돼 실제 총과 유사한 퀄리티로 주목을 끌었다.

김 대표는 "Kar98k의 인기에 힘입어 밀리터리스킨을 입힌 한정판을 기존 버전과 동일한 가격에 출시하기도 했다"며 "변화하는 고객의 니즈에 대응하면서도 고품질의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선보이고 싶다는 고민을 녹여낸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아카데미과학은 국내 BB탄 총 시장의 약 90%를 점유하고 있다.

 레트로 키덜트족 위한 '문방구 프라모델'20여년 만에 '프라모델 행사' 열기도

사진=아카데미과학

레트로 키덜트(키즈+어덜트)족을 겨냥한 프라모델도 출시하고 있다. 1980년대 애니메이션 '독수리오형제'와 '가리안 시리즈' 프라모델을 50주년 기념으로 제작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김 대표는 "문방구 유리창에 진열된 프라모델을 보며 자란 X세대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고품질의 제품을 만들고자 프라모델 브랜드인 '아카데미 문방구'를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아카데미과학의 프라모델은 대부분 경기 의정부 용현동에 있는 본사 공장에서 생산된다. 필리핀에 있는 공장에선 간단한 사출 공정을 돕는다. 프라모델의 원료로 쓰이는 플라스틱은 국내산을 주로 사용한다. 국내산이 품질이 좋아 양질의 프라모델을 만들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사실상 100% 국산화에 가까운 프라모델 공정을 통해 선보인 프라모델 종류는 약 500가지를 웃돈다. 본사와 필리핀 공장에는 프라모델을 찍어내는 금형 판 5000개가량이 보관돼 있기도 하다.

김 대표는 "2010년 당시 지식경제부에서 '세계일류상품생산기업'에 지정될 정도로 금형 기술을 인정받았다"며 "지난해엔 과거 아카데미과학이 제품을 유통하던 미국 완구 회사 '미니크래프트'의 금형과 브랜드를 인수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가능하다면 이 같은 사업 확장을 계속해서 늘려나가고 싶다"고 덧붙였다.

오는 10월에는 아카데미과학의 공식 행사인 '프라모델 콘테스트 K방산'을 20여년 만에 진행한다. 김 대표는 "K-2 흑표전차, K-9 자주포 등을 본떠 만든 프라모델이 K 방산의 인기에 힘입어 전 세계로 팔려나가는 것을 보며 자부심을 느낀다"며 "오랫동안 사랑받은 아카데미과학이 다양한 소비자와 소통할 수 있는 브랜드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종환 기자 won04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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