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즘 속 '버티기' 들어간 K-배터리…"투자? 필수적인 것만"

최경민 기자 2024. 7. 27. 09:4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슈속으로]
배터리 산업의 모든것 'InterBattery 2024'가 6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최된 가운데 참관객들이 각 기업의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임한별(머니S)
이차전지 관련 기업들이 줄줄이 투자 계획을 연기하고 있다. 캐즘(Chasm, 일시적 수요 둔화) 속에서 양적 확장 보다는 내실 추구에 보다 힘을 주는 모양새다. 일단은 '버티기'에 주력하겠다는 것이다.
"필수적 부분만 투자할 것"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25일 실적발표 후 콘퍼런스콜을 통해 "신규 공장 확장 속도를 조절하고, 증설 규모 축소를 검토하는 등 과잉투자를 방지할 것"이라며 "필수적 부분에 한해서만 투자를 진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지난 1분기 올해 설비투자(CAPEX) 목표를 10조원에서 하향조정하겠다고 한 것의 연장선이다. 북미·한국·중국·폴란드에서 진행되는 증설 프로젝트에 대한 재검토가 이뤄질 게 유력하다.

LG에너지솔루션향 양극재 납품 비중이 높은 LG화학 역시 속도조절을 공식화했다. 우선 올해 설비투자 규모를 4조원에서 3조원대로 낮췄다. 2026년 목표했던 양극재 생산능력도 28만톤에서 20만톤으로 줄였다. 각종 양극재 투자 가동 일정을 순연했고, 일본 도레이와 추진하던 분리막 사업 역시 전면 재검토키로 했다.

포스코퓨처엠은 이미 2026년 양극재 생산 목표를 연산 45만5000톤에서 39만5000톤으로, 음극재 생산 목표를 22만1000톤에서 11만3000톤으로 하향조정했다. 정기섭 포스코홀딩스 전략기획총괄(대표이사 사장)은 "급변하는 외부환경 변화에 투자시기 조정 등 세부적인 전술의 변화를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LG에너지솔루션 매출·영업이익 추이/그래픽=최헌정
캐즘에 북미도, 유럽도 EV 성장률 낙하
캐즘에 따라 실적이 수직하락한 영향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3527억원으로 전년 대비 68% 감소했다. IRA에 따른 AMPC(생산세액공제)가 없었으면 적자였다. LG화학 역시 화학 업황 부진까지 겹치며 상반기 영업이익이 반토막났다. 포스코퓨처엠의 지난 2분기 실적은 27억원으로 전년비 95% 줄었다.

캐즘의 영향은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이창실 LG에너지솔루션 CFO(최고재무책임자)는 "올해 글로벌 전기차 시장 성장률은 20% 초반 수준으로, 기대(20% 중반 성장)를 밑돌 것"이라며 "북미 시장은 30% 중반에서 20% 초반 수준으로 변화 폭이 가장 클 것이며, 유럽 역시 20% 초반에서 10% 중반으로 성장률이 낮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은 전기차 생산 일정을 미루고 있다. GM은 올해 전기차 생산량을 기존보다 5만대 적은 20만~25만대로 줄이겠다고 했다. 미시간주 조립공장 전기 픽업트럭 생산 일정 역시 2026년 중반으로 연기했다. 포드는 당초 전기차 생산기지로 활용할 예정이었던 캐나다 온타리오주 공장에서 내연기관 모델을 만들기로 했다.
(웨스트앨리스 로이터=뉴스1) 박재하 기자 = 23일(현지시간)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위스코신주 밀워키 교외 웨스트앨리스에서 첫 선거 유세 행사에 나섰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미국을 후퇴시키려 한다"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2024.07.23/ ⓒ 로이터=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웨스트앨리스 로이터=뉴스1) 박재하 기자
IRA 폐지를 앞세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간 대결 구도로 재편된 미 대선 구도도 변수가 되고 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미국 완성차 기업들도 일단 불확실한 대선 이벤트가 끝날 때까지 지켜보자는 심리"라며 "전기차 수요가 위축되는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버티기 모드…바닥 통과할까
K-배터리 기업들에게는 기존 자산의 효율화, 비용 혁신 제품 개발 등이 당면 과제가 되고 있다. 버티기에 성공한 후, 반격의 모멘텀까지 기다린다는 전략이다. 올 3분기부터 전기차 신모델들이 출시 계획을 잡고 있어 실적의 소폭 반등이 기대된다. 금리 인하가 이뤄질 경우 전기차 수요가 반등할 수도 있다.

우선은 시장이 커지고 있는 ESS(에너지저장장치)를 적극 공략하면서 LFP(리튬인산철)과 같이 가격 경쟁력을 갖춘 라인업을 확보하는 데 주력한다. LG화학은 현재 청주 공장에 LFP 양극재 파일럿 라인을 구축한 뒤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은 캐즘 속에서도 르노와 39GWh 규모의 LFP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성과를 만들었다.

전혜영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전기차 수요 둔화 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이차전지 업종 실적 회복 시점도 불투명해지고 있다"며 "그래도 바닥을 통과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김철중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전기차 월별 판매량 추이, ESS 수요 예상치 상향 조정 각도, 리튬 등 주요 메탈 가격 반등 시점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고 힘을 줬다.


최경민 기자 brown@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