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유로 티켓을 800유로에?…암표상 활개 친 사이, 멀리서 개회식 지켜본 ‘센강 밖 사람들’[파리는 지금]
‘THE OLYMPICS CEREMONY IS SOLD OUT’
26일(현지시간) 오후 5시30분께 프랑스 파리의 대표적인 명소 에펠탑 근처로 구름 인파가 몰렸다. 이들은 크게 두 부류였다. 개회식 입장권을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 입장권을 소지한 사람에겐 올림픽 사상 최초 ‘야외 개회식’을 에펠탑 인근 센강에서 즐길 기회가 주어졌다. 입장권을 구하지 못한 사람은 언제 다시 볼지 모르는 파리 올림픽, 그것도 최초 야외 개회식을 그저 멀리서만 지켜봐야 했다.
티켓 부스엔 이런 아쉬움을 가진 사람들이 줄을 이었다. 하지만 이미 ‘개회식 매진’이란 안내 글이 써 붙은 뒤였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발걸음을 돌린 사람들에게 슬며시 접근한 이들이 있었다. 암표상이다. 그런데 암표를 권하는 방식이 상당히 노골적이었다. 이들은 공식 티켓 부스 바로 앞에서 표를 팔았다. 올림픽 관계자는 물론, 코앞에 경찰까지 있었는데 아무도 제지하지 않았다.
AD 카드를 목에 걸고 취재 중인 기자가 얼마에 표를 살 수 있냐고 묻자, 가장 낮은 등급인 ‘카테고리 E 입장권’을 “800유로(약 120만원)에 팔고 있다”며 스마트폰 번역 앱을 통해 설명했다. 올림픽 공식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판매가는 90유로(약 14만원)로, 100만원가량 비싸게 판매 중이었다. 얼굴을 찡그리며 비싸다는 티를 내자, 암표상은 선심 쓰듯 300유로를 깎아줬다. 기자가 자리를 피한 뒤로도 이들의 호객 행위는 한동안 계속됐다.
개회식은 예정대로 오후 7시30분 시작됐다. 끝내 입장권을 사지 못한 사람들은 거리를 거닐며 멀리서나마 개회식을 지켜봤다. 조금이라도 개회식 현장이 잘 보이는 장소를 찾아 헤매던 대학생 이하림(21)씨는 “센강에서 개회식이 열리는 게 너무 매력적이라 꼭 보고 싶었는데 아쉽다”며 “버킷리스트인 올림픽 직관을 위해 여행온 만큼 잘 즐기다 가겠다”고 말했다.
얼마 뒤엔 장대비까지 쏟아졌다. 그러나 사람들은 쉽게 자리를 뜨지 못했다. 펜스 너머로 작게 보이는 스크린을 통해 개회식을 보고 있던 허스(38·영국)씨는 “표를 사려고 했는데 경쟁이 너무 치열해 사지 못했다”며 “비가 오긴 하지만, 올림픽 첫 야외 개회식인 만큼 현장감을 느끼고 싶었다”고 전했다. 파리 시민이라고 밝힌 한 여성도 “밖에서라도 꼭 보고 싶었기 때문에 비를 맞는 건 상관없다”고 했다.
이날 개회식은 ‘완전히 개방된 대회’를 표방한 파리 올림픽의 가장 중요한 행사였다. 노트르담 성당, 루브르 박물관, 에펠탑 등이 몰려 있는 센강 6km 구간에 약 30만명의 관람객이 입장해 개회식을 즐겼다. 센강 밖에서라도 축제를 즐기고픈 사람들이 많았으나 이들을 위한 준비는 충분하지 않았다.
함께 여행 온 황현숙(50)·김하은(20) 모녀는 “야외 개회식이라 더 볼 게 많을 줄 알았는데, 안에 들어갈 수 없으니까 오히려 더 볼 게 없는 것 같다”며 “스크린을 통해 개회식을 볼 수 있는 곳이 있었더라면 좋았을 것 같다”고 했다.
파리 | 배재흥 기자 he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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