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시장 들썩임은 상승장 초입 양상
무주택자와 '갈아타기' 실수요자가 거래 주도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매매가와 전세가가 동반 상승하자 정부는 부동산시장 안정화를 위한 공급 대책을 내놨다. 2029년까지 3기 신도시와 수도권 신규 택지를 중심으로 총 23만6000여 채를 공급하는 게 뼈대다. 최근 주택시장 흐름과 관련해 정부는 "서울 등 수도권 중심의 가격 오름세라서 시장 전반의 과열 움직임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과거 집값 상승기와 달리 최근 주택시장 거래를 주도하는 것은 무주택자나 1주택자 중 갈아타기 실수요자로 보인다. 다주택자와 법인에 대한 취득세 중과 규정이 엄존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점을 고려해 정부 시각처럼 현 집값 상승세는 제한적이라는 견해가 있다. 반면 실수요자 움직임만으로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월 7000건을 넘어섰다는 점에서 향후 주택시장이 대세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견해도 적잖다. 어느 해보다 뜨거운 2024년 여름 주택시장 현주소를 진단해보자.
주택시장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짚어봐야 하는 지표는 유동성과 실제 매매가·전세가, 그리고 거래량이다. 우선 유동성 지표에 해당하는 통화량부터 보자.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5월 현재 광의의 통화인 M2는 4008조6560억 원으로 전달보다 0.1% 감소했지만, 1월(3909조8350억 원)과 비교하면 2.5% 늘었다. 통화량 중에서도 현금성 통화 비율을 나타내는 M1/M2는 30.6%다. 현금성 통화 비율이 35%를 웃돈 2020년 8월~2022년 9월보다는 낮지만, 여전히 투자로 넘어올 만한 대기성 현금성 자금은 적잖은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서울 아파트 가격 장기 하락기였던 2008~2014년 M1/M2 비율은 30%를 밑돌았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시중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월 18일 기준 712조 1841억 원으로 6월 말보다 3조6118억 원 늘었다. 2021년 7월(6조2000억 원) 이후 2년 11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인데, 가계대출 증가의 주요 원인은 역시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다. 주담대 증가는 서울 아파트 집값 상승세가 차츰 고개를 든 2분기 이후 두드러졌다. 서울 아파트 집값 상승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미국이 9월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된 것도 가계대출 증가에 불을 지핀 것으로 보인다.
당초 7월 시행 예정이던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인 '스트레스 DSR'이 9월로 연기됨에 따라 한도 축소 전 대출을 받으려는 수요도 가계대출 증가세를 부채질하고 있다. DSR은 연간 소득과 원리금상환액을 기준으로 대출한도액을 산정하는 제도다. 그 2단계인 스트레스 DSR은 가산금리(스트레스 금리)를 부과해 대출한도를 보수적으로 산출하는 게 뼈대다. 대출 차주의 소득은 변함이 없는데 스트레스 금리가 적용되면 연간 이자비용이 늘어 기존보다 대출한도가 줄어든다.
그다음으로 살펴볼 지표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이다. 7월 23일 기준 6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7062건으로 집계됐다. 2020년 12월 이후 43개월 만에 처음으로 월 7000건을 넘어선 것이다. 아파트 거래 신고 기한 30일을 기준으로 7월 말까지 집계하면 8000건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아파트 거래량이 매매가 변동률과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집값 상승 국면 초기에는 거래량 증가가 매매가 상승으로 이어지곤 한다. 하지만 매매가 상승이 지속되면 시중 매도 물량이 줄면서 거래가 감소하고 가격만 오르는 상황이 펼쳐지기도 한다. 실제로 2020년 12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8764건을 기록한 후 감소했으나, 매매가는 2022년 6월까지 상승세를 이어갔다. 따라서 거래량이 계속 증가하고 매매가도 함께 상승하는 것은 통상적인 상승장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거래량 감소세가 2분기 이상 지속되면서 가격 상승폭이 줄어드는 양상은 전고점이 얼마 남지 않은 징후일 수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거래량 측면에서 현재 서울 아파트시장은 상승장 초반 모습을 나타내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매매가와 전세가 추이도 부동산시장을 읽는 중요 지표다. KB국민은행의 '주간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 통계를 살펴보면 7월 15일 서울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은 0.17%를 기록해 올해 최대 상승폭을 보였다. 같은 시기 전세가 상승률도 0.21%로 올해 들어 가장 큰 폭의 오름세를 나타냈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 상승세는 지난해 8월 이후 거의 1년간 지속되고 있다. 그보다 앞서 '전세사기' 사태에 따른 기피 현상으로 하락했던 전세 가격이 1년여 만에 다시금 반등하고 있는 것이다. 전세가와 매매가는 금리 환경이나 정책 등 시장 내외부 요인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클 틀에서 서로 영향을 미친다.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보통 전세가 상승이 지속되면 매매가와 차이가 줄어들면서 집값 상승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공급 확대 등 부동산정책은 변수
유동성과 거래량, 매매가·전세가 추이를 고려했을 때 서울 아파트시장은 상승장에 들어서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금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거래량이 더욱 증가하면서 매매가는 물론, 전세가도 동반 상승하는 장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나아가 9월 이후 미국 금리인하가 현실화할 경우 수요자의 매수심리를 자극해 매매가 상승폭이 더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향후 집값 추이에 변수도 있다. 최근 공급 물량 감소로 주택 가격 상승 불안감이 높아지자 정부는 대대적인 공급 확대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 유동성 축소를 위해 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등 수요 억제책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이 같은 정책 변수가 부동산시장에 끼칠 영향도 간과할 수 없다. 또한 최근 집값 상승 진원지는 강남을 비롯한 서울 중심부이고, 수도권 외곽이나 지방의 경우 여전히 약세장이다. 정부가 지역별로 차별화된 부동산정책을 시행할 경우 서울 집값 상승 압력이 인근 수도권이나 지방으로 옮겨가는 풍선효과를 차단할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안명숙 루센트블록 부동산 총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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