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삼·대·청’(잠실, 삼성, 대치, 청담) 묶은 토허제가 반포 독주시대 열었다

김건희 객원기자 2024. 7. 27.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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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ep Dive] '신고가' 행진, 반포에선 무슨 일이?

● 반포 재건축 아파트 속속 신고가
● 대단지, 역세권, 명문학군, 교통 다 갖춰
● 한강 개발·조망 덕에 입지 공고해질 듯
● “‘반디클’ 입주까지 강세 이어질 것”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들어선 ‘래미안 원펜타스’는 서울지하철 9호선 신반포역 1번 출구와 마주 보는 초역세권 고급 아파트다. [김건희 객원기자]
서울 서초구에는 '반포권역'으로 묶이는 지역이 있다. 반포동과 잠원동 일대 지역으로 반포본동, 반포1·2·3·4동, 잠원동 6개 행정동을 아우르는 지역을 일컫는다. 부동산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반포 아파트가 지닌 프리미엄이 어떤 것인지 안다. 이러한 인식이 형성된 건 반포 아파트가 주거지로 뜨기 시작한 2000년대 후반부터다.

대한민국 최고가 아파트촌 등극

반포권역은 2000년 중반까지만 해도 강남 개발의 일환으로 반포동 한강변 일대를 매립해 대규모 택지를 조성해 만든 대단지 주공아파트가 전체 이미지를 대변했다. 1970년대 주공 단지에 이어 한신공영이 27차에 걸쳐 단지를 건축하면서 반포권역에는 아파트 약 3만 가구가 들어서게 됐다.

2000년대 후반 재건축사업을 통해 대단지 고급 브랜드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반포권역이 재조명을 받기 시작한다. 2009년 3월 반포주공 3단지 일대에 총 3410가구를 갖춘 반포자이가 들어서고, 그해 7월에는 반포주공 2단지가 2444가구의 래미안퍼스티지로 거듭나며 대변신했다. 이후 크고 작은 단지가 재건축사업을 완료하며 신축 아파트가 줄줄이 공급됐다. 2016년 3월 한강변에 신반포1차를 재건축한 아크로리버파크가 들어서면서 반포권역은 대한민국의 대표 주거지로 자리 잡았다.

아크로리버파크는 서초구 반포동에 위치한 고층 아파트. 한강변 반포동 기존 신반포 1차 아파트 부지에 1612가구 규모로 지어졌다. 시공권을 따낸 대림산업 e편한세상의 프리미엄 브랜드인 아크로(Acro)가 리뉴얼 버전을 처음으로 적용해 큰 화제를 모았다. 11년 전 분양 초기 아크로리버파크는 강남 교육 1번지 최고의 학군과 편리한 교통, 풍부한 생활 편의시설을 갖추고 한강 조망이 가능한 38층의 대단지 아파트여서 서초구의 랜드마크로 부상할 것이란 기대를 불러일으켰다. 실제로 아크로리버파크는 2013년 1차 분양 당시 평당 4000만 원이 넘는 대한민국 최고 분양가였음에도 평균 19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반포동에서 태어나 10대 시절을 보낸 20대 이모 씨는 "아크로리버파크 입주 초창기이던 2016~2017년, 한 교실에서 대략 3~4명의 학생이 아크로리버파크로 이사 갔다"며 당시 분위기를 회상했다. "그때만 해도 반포동 한강변에 위치한 고층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찾기 어려웠고, 호텔 같은 전망형 스카이라운지를 단지 내에 갖춘 아파트도 흔치 않았기에 한강과 강남 야경을 바라보며 사는 새롭고 세련된 아파트로 이사하는 아이는 부러움의 대상이었다"고 한다.

신축 아파트 위상, 입주로 더욱 공고해져

최근에도 반포 학원가와 서울 지하철 3·7·9호선 고속터미널역 주변으로 신축 아파트 단지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특히 2023년과 2024년 각기 완공된 한강변 대단지 래미안 원베일리와 래미안 원펜타스가 입주를 진행하면서 반포권역의 위상이 더욱 공고해졌다. 반포권역에 8년째 살고 있는 40대 주부 정은하 씨는 반포권역을 '미니 신도시'라고 표현했다. "아이를 키우는 데 필요한 모든 여건을 최고 수준으로 누릴 수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반포권역은 한강을 접하고 있으며 한강 이남권에서도 서울 중앙에 위치한다. 한강 건너 북쪽으로는 용산구 서빙고동, 보광동, 한남동과 마주하고 동쪽은 강남구, 서쪽으로는 동작구와 맞닿는다. 요즘 반포권역 아파트 값을 주도하는 신축 아파트들은 반포대교 남단, 한강변 초입에 있다. 위치가 좋은 만큼 교통 편의성도 우수하다. 경부간선도로가 지나고 서울고속터미널이 있으며 지하철 3·7·9호선 이용 가능해 광역교통과 시내교통 모두 좋고, 동작대교·반포대교·한남대교를 통해 강북 도심권역을 오가기도 쉽다.

학군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자랑거리다. 원촌초, 반포초, 잠원초, 원촌중, 계성초, 반포중·고, 세화여중·고, 세화고 등이 위치한 강남 8학군 중 하나다. 최근 3년간 중·고등학교 내신과 수능시험에서 국어·수학·영어·사회탐구·과학탐구 과목 성과가 뛰어난 유명 대치 학원 브랜드 대부분이 반포권역에 분점을 내고 삼호가든 주변에 학원가를 형성하고 있다. 주부 정 씨는 "대치 학원가에서 크게 흥행한 초등 국어 학원도 반포 학원가에 3년 전부터 둥지를 틀었다"며 만족해했다.

생활환경도 편리하다. 유통시설로는 백화점 매출 규모 1위의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이 있다. 2000년대 후반 조성된 서래마을 고급 상권도 가까이에 있어 주거 인프라가 우수하다. 각종 맛집은 물론 종합병원, 종합운동장, 국립중앙도서관, 체육·생활편의시설이 반포 주민의 삶의 질을 책임진다. 정씨는 "반포 내에서 모든 것이 가능하고 하나같이 최고 수준으로 누릴 수 있어 삶의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반포 아파트값, 대치동과 격차 벌려

집값 또한 반포권역이 살기 좋은 곳임을 증명한다. 부동산114R에 따르면 4월 말 서울 서초구 아파트 매매가는 3.3㎡당 평균 7515만 원으로, 2021년 6월부터 올해 4월까지 35개월째 서울에서 가장 높은 시세를 기록하고 있다. 이를 주도하는 곳은 반포권역이다. 반포동 아파트 매매가는 3.3㎡당 평균 9870만 원으로 서초구에서도 압도적으로 높은 매매가를 형성하고 있다.

눈여겨볼 것은 최근 반포권역 아파트 시세가 대한민국 교육특구로 꼽히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 아파트값과 격차를 점점 더 벌리고 있다는 점이다. 7월 5일 NH투자증권이 발행한 '반포 아파트 심층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반포자이 등이 입주하기 직전인 2008년 말 반포동과 대치동의 3.3㎡당 가격은 각각 2333만 원과 3171만 원으로 대치동이 더 높았다. 그러나 2010년 초반에는 3554만 원과 3520만 원으로 반포동이 대치동을 역전했다. 당시 3.3㎡당 가격 차이는 34만 원이었다. 그로부터 14년이 흐른 2024년에는 반포동과 대치동의 평당 가격이 각각 8556만 원과 7569만 원으로 그 격차가 987만 원으로 커졌다. 두 지역의 3.3㎡당 가격차가 14년 사이 29배가량 벌어진 셈이다.

NH투자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반포동은 2009년 들어서면서 반포자이, 래미안퍼스티지 같은 신축 대단지 입주로 압구정, 대치동보다 상승률이 높아지며 2010년 초부터 대치동 시세를 역전했다. 2020년부터 압구정-반포동-대치동의 격차는 더욱 벌어지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반포권역 아파트값 상승을 주도하는 진원지는 어디일까.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서 2023년 6월 25일부터 2024년 6월 24일까지 최근 1년 동안 반포권역 아파트 매매거래량을 살펴봤다. 반포권역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2023년 상반기 계속 증가하다가 4분기부터 감소한다. 올해 들어서는 다시 증가하기 시작해 2024년 3월과 4월 104건을 기록하며 최근 3년 이내 최다 거래량을 경신했다. 반포권역 내에서 최근 1년간 거래량이 가장 많은 단지는 반포자이(88건), 래미안퍼스티지(69건), 래미안 원베일리(51건) 순이며, 상위 10개 단지 중 7개 단지가 입주 15년 이내 단지다.

반포권역에서 매매가격이 가장 높은 단지도 입주한 지 15년이 안 된 곳이다. 반포권역 매매가격 상위 10개 단지의 30평대(전용 84㎡)와 20평대(전용 59㎡) 매매가격은 한강변 신축 래미안 원베일리와 아크로리버파크가 가장 높았다. 매매가격 상위 10개 단지 또한 입주 15년 이내 단지다.

원베일리 3.3㎡당 1억2750만, 3년 새 2배 ↑

래미안 원베일리 전용 84㎡가 2023년 7월 45억9000만 원에 거래되며 ‘대장’ 아파트 단지로 자리매김했다. [김건희 객원기자]
신고가 경신 사례도 줄을 잇고 있다. 2023년 8월 입주한 래미안 원베일리는 전용 84㎡ 타입이 42억5000만 원에 거래되면서 국민 평형 기준으로 전국 최고가를 기록했다. 7월 후분양에 들어간 래미안 원펜타스도 최근 84㎡ 분양권이 40억 원대에 거래되면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기존 대장주로 꼽히는 아크로리버파크도 신축 단지 가격 상승세와 맞물려 매매가가 오르는 추세다. 최근 이 단지 동일 면적 타입이 40억7500만 원에 거래되면서 시세가 40억 원대에 다시 진입했다. 올해 3월 37억7000만 원에 거래된 뒤 3개월 만에 3억 원이나 상승한 것이다. 특히 아크로리버파크는 우리나라 아파트 최초로 평당 1억 원 돌파라는 상징적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이 아파트의 실거래가 3.3㎡당 평균 가격은 5월 기준 8556만 원으로 전고점인 2022년 7월 8812만 원 대비 97.1% 수준까지 회복한 상태다.

아크로리버파크 인근에서 영업하는 한 부동산중개업자는 "최근 반포권역 한강변 신축을 중심으로 거래량이 증가하고 있다. 최고가 경신 또는 그에 가까운 가격에 거래된다. 주요 단지의 재건축 진행은 크고 작은 이슈에도 정비업계 시장 현황이나 다른 정비사업장과 비교해 원활한 편"이라고 전했다.

최근에는 반포권역 일대 전용 59㎡ 매물이 30억 원을 찍으면서 시장 분위기가 2021년 '불장' 수준을 회복됐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59㎡ 매물 30억 원 거래가는 2021년 10월 래미안퍼스티지에서 처음 나왔다. 그런데 3년이 지난 올해 5월 원베일리 전용 59㎡ 타입이 종전 최고가보다 8000만 원 상승한 30억6000만 원에 손바뀜되며 신고가 기록을 갈아치웠다. 3.3㎡당 매매가로 환산하면 1억2750만 원에 이른다. 2021년 분양가인 3.3㎡당 5653만 원보다 2배 넘게 상승한 셈이다. 7월 1일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59㎡ 타입도 종전 최고가보다 1000만 원 오른 30억 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기록해 '30억 클럽'에 가입했다.

‘로또 분양'으로 수요와 관심 집중

서울 강남권에서도 특히 주거 선호도가 높은 반포권역. 래미안 퍼스티지, 래미안 원베일리, 아크로리버파크 등 주요 단지의 상승 거래가 잇따르며 대표 부촌으로서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다. [김건희 객원기자]
이러한 흐름을 두고 부동산시장에서는 반포권역 단지를 중심으로 중·소형 매물의 30억 원대 '키 맞추기'가 본격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국토교통부 실거래 공개 시스템을 보면 반포권역 내 특정 단지 가격이 오르자 옆 단지 호가도 상승했다. 반포르엘 2차 전용 59㎡ 타입은 6월 6일 직전 거래보다 3억1000만 원 오른 27억6000만 원에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신반포자이 전용 59㎡ 타입도 6월 8일 직전 거래 대비 1억 원 오른 26억 원에 손바뀜되며 신고가 기록을 다시 썼다. 그 외 반포힐스테이트, 디에이치반포라클라스 전용 59㎡도 각각 25억5000만 원, 25억3000만 원에 팔리면서 신고가를 경신했다. 래미안퍼스티지 단지 인근 부동산사무소를 운영하는 한 중개업자는 "반포디에이치클래스트, 래미안 트리니원 등 아직 준공 전인 재건축 단지까지 입주하면 반포권역이 또 한 번의 시세 상승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반포권역 아파트의 신고가 갱신이 이어지는 요인이 뭘까. 래미안 원펜타스는 7월 19일 전체 641가구 중 292가구를 일반 분양한다. 부동산시장의 분석에 따르면 분양가 상한제 적용 단지지만, 시세보다 저렴할 뿐만 아니라 후분양 단지여서 공사 지연 우려가 없다는 것이 장점. 7월이 장마·휴가철인 분양 비수기임에도 청약 시장 쏠림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무엇보다 이 아파트는 전용 84㎡ 타입(641가구) 분양가가 20억 원대로 추산됨에도 20억 원 이상의 시세 차익을 거둘 수 있어 '로또 청약'으로 관심을 모은다. 로또 청약은 집값보다 분양가가 더 빠르게 치솟아 로또 수준의 차익을 얻을 수 있다는 데서 유래한 말이다. 래미안 원펜타스 외에도 반포권역에서 최근 5년 이내 분양한 단지를 보면 주변 시세보다 80% 이하 가격으로 분양가가 산정되면서 세 자릿수 이상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반포권역의 집값 상승을 이끌었다. 메이플자이의 청약 경쟁률은 무려 442대 1을 기록했다.

반포권역 매매가가 연신 신고가를 경신하며 시장에서 독주를 이어가는 또 다른 이유는 반포권역이 이른바 '잠삼대청'으로 불리는 잠실동, 삼성동, 대치동, 청담동과 달리 토지거래허가구역 제재 대상이 아니라는 데 있다. 토지거래허가제는 토지의 투기적 거래가 성행하거나 땅값이 급등하는 지역 또는 그러한 우려가 있는 지역을 '토지거래계약에 관한 허가구역'으로 지정해 계약하기 전 관할 시·군·구청장에게 허가를 받고 거래하도록 만든 제도다.

서울시는 2020년 6월 23일부터 서울 송파구 잠실동(5.2㎢), 강남구 삼성동·대치동·청담동(9.2㎢) 등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해 아파트 거래를 규제하고 있다. 이들 지역은 국제교류복합지구 관련 대규모 개발과 영동대로 복합개발사업 추진에 따라 가격 안정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아파트만 토지거래허가제를 적용받는 대상이다. 만약 주거지역에서 6㎡를 초과하는 아파트를 거래하려면 관할 구청장 허가를 받아야 한다. 매수자는 2년 동안 실거주 의무가 생겨 매매와 임대도 제한되고, 전세를 끼고 주택을 사는 일명 '갭투자'도 불가능하다. 목적대로 이용하지 않는 경우 토지 취득가액의 10% 범위 내에서 매년 이행강제금이 부과되는 등 까다로운 규제를 받는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아닌 반포 반사이익 챙겨

토지거래허가제는 매수자를 최대한 줄여 집값 상승을 억제하는 데 궁극적 목적이 있다. 그러나 토지거래허가구역인 잠실, 삼성, 대치, 청담 지역에서 신고가가 속출하는 등 본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어 '토지거래허가제 무용론'이 제기된다. 6월 3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청담자이 전용 82㎡ 타입은 32억9000만 원에 거래돼 최고가를 기록했다. 종전 최고가는 2023년 11월 30억7000만 원이었다. 형평성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서초구는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에 해당함에도 토지거래허가구역에 묶이지 않았다. 집을 팔고 사는 행위 자체에 국가가 지나친 제약을 가한 것이므로 사유재산 침해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 청담건영아파트에 거주하는 40대 남성은 "반포동 등 인근 지역보다 집값이 오르는 속도가 더디다 보니 상승 폭에 제한이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최근 3개월간 반포동 평균 매매가는 36억200만 원이다. 반면 대치동은 29억6400만 원, 삼성동은 25억1100만 원, 청담동은 24억2000만 원, 잠실동은 24억100만 원으로 형성돼 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여부가 반포권역과 대치, 삼성, 청담, 잠실과의 집값 격차를 10억 원 이상으로 벌려놓은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 방침은 그대로 유지된다. 6월 13일 서울시는 잠실동, 삼성동, 대치동, 청담동의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조치를 1년 더 연장하기로 결정하기로 했다. "최근 서울 내에서 아파트 위주로 가격 회복세가 가파르게 이어지고 있고, 강남 3구의 회복률이 특히 높은 수준이라 규제를 풀면 집갑이 더욱 치솟을 소지가 있다"는 게 배경이다.

현재 서울 서초구 반포권역에서는 어떤 움직임이 일고 있을까. 현장 분위기를 알아보기 위해 7월 중순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펜타스를 찾았다. 이제 막 이사를 마치고 단지 안을 서성이는 이들이 눈에 들어온다. 6월 10일부터 조합원 입주가 시작된 것이다.

"사람 사는 데 아닌 것 같은 느낌"

원펜타스는 신반포15차 아파트를 재건축한 것으로 총 641가구 일반분양은 292가구다. 총 6개동으로 지하 4층부터 최고 35층으로 이뤄졌다. 평당 분양가는 6737만 원으로 우리나라 역대 최고 분양가를 경신했다. 원펜타스의 입지는 신반포역 9호선 초역세권이라는 점과 탄탄한 학군을 갖췄다는 점이 눈에 띈다. 원펜타스는 사립초등학교인 계성초, 국제학교인 덜위치칼리지 서울영국학교(Dulwich College Seoul British School), 세화고와 세화여고가 바로 길 건너편에 위치해 있다. 일부 고층 세대에서 한강 조망이 가능하다는 점도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한다.

7월 중순 오후 5시. 서울 지하철 9호선 신반포역 1번 출구를 나오자 하늘을 찌를 듯한 위용을 뽐내는 아파트 외관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1970년대부터 거주해 온 반포동 토박이들도 원펜타스가 들어선 요즘 반포권역의 변화에 놀란다. 15년 넘게 반포동에서 부동산중개업을 하고 있는 김모 씨는 "반포동 토박이들이 요즘의 반포권역을 보고 '꼭 최첨단 미래도시 같다'며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반포권역 상전벽해'에는 다양한 요소가 작용했지만, 그 핵심은 '래미안 원베일리'와 '래미안 원펜타스'"라고 말했다.

"원펜타스를 보면 비현실적 느낌이 든다. 층수도 의외로 높고, 커튼처럼 둘러서 벽을 덮은 커튼월룩(Curtain Wall Look)에 금색 띠로 포인트를 준 아파트 외관도 세련되고, 일반분양 가격도 높다. 서초동 한 신축 아파트 분양가는 3.3㎡당 4687만 원인데 원펜타스는 6736만 원을 기록했으니, 사람 사는 데가 아닌 것 같은 느낌마저 준다."

한강변과 접한 서울 서초구 반포2동에는 원펜타스 외에도 지난해 입주한 래미안 원베일리가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신반포아파트 3차·23차, 반포 경남아파트, 반포 우정에쉐르, 경남상가를 총 2990가구의 대단지로 통합해 재건축한 대단지 아파트다. 베일리(bailey)는 중세시대 유럽의 영주와 가족이 거주한 성의 중심부를 의미한다. 원베일리는 최고의 시설과 서비스로 고품격 주거 공간을 만든다는 취지를 녹인 브랜드명이다.

원베일리에 사는 느낌을 알아보기 위해 인근 부동산사무소를 찾았다, 중개인 강모 씨는 아크로리버파크에서 2년간 살다가 원베일리로 최근 이사왔다고 했다. 이어진 그의 경험담이다.

"아크로리버파크에서 살 때는 인근에 위치한 신반포 상가를 이용했다. 건물이 낡고 노후화한 데다 상가 내 편의점조차 생긴 지 얼마 안 돼 솔직히 불편했다. 원베일리로 이사한 뒤에는 원베일리 상가에서 누릴 수 있는 생활기반시설이 많아져 만족스럽다. 래미안퍼스티지→아크로리버파크로 이어져 온 반포의 고급 주거 단지 문화 가운데 한강변 반포 아파트 대단지 입주자들의 수준이 가장 높은 편이라는 데 대부분 동의할 것이다."

신축·준신축·재건축 예정 단지 공존

반포권역 대규모 재건축 단지가 서초구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김건희 객원기자]
반포권역 아파트 단지는 전체 약 4만 가구(공급 예정 포함) 이상으로 재건축사업이 완료돼 입주한 신축, 준신축 단지와 재건축, 리모델링 사업을 진행하는 단지가 공존하며 밀집돼 있다. 현재 우리나라 아파트 최고가 시세 선도 지역으로 시장의 수요는 물론 관심이 쏠린다.

지난해까지 반포권역의 재건축과 신축(입주 10년 이내 준신축 포함) 아파트 거래량이 엇비슷하게 거래돼 왔다. 2023년 3분기를 기점으로 신축과 재건축의 거래량 차이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부동산114R에 따르면 2024년 1분기 신축 거래량은 61건으로 재건축(27건)의 2배를 넘어섰다.

반포권역 재건축 입주권 또한 2023년 하반기 이후로는 거의 거래되지 않았다.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조합원 분양이 완료되지 않은 멸실주택(건축물대장 말소가 이뤄진 주택)은 토지로 거래된다. 반포권역 토지(조합원 입주권) 거래는 2023년 하반기 감소했다가 2024년 1월 116건이 거래되며 다시 활발한 모습을 보인다. 입주권은 일반분양보다 넓은 면적, 좋은 동호수 배정 가능성이 크고 일반분양 청약 경쟁률이 높아 당첨 확률이 낮다 보니 자금 여력이 되는 수요가 다시 증가하는 상황이다.

부동산시장에서는 향후 서울시가 추진하는 서울도시기본계획의 수변 개발과 조망 가치 상승으로 한강변 신축 및 반포권역 입지적 강점은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전망한다. 부동산 중개인 김씨는 "실수요 시장이 계속될수록 '똘똘한 한 채'에서 '가장 똑똑한 한 채'로 주거지 상향 이동 움직임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아파트 최상급지인 반포권역의 진입 수요는 꾸준히 이어질 것이란 해석이다. 김 씨의 부연 설명은 이렇다.

"단기적으로는 반포동 한강변 신축 단지의 가격 상승 흐름이 차츰 잠원동 일대와 구축, 학원가 인근, 서초·방배 일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내년 분양할 예정인 반포디에이치클래스트(반포주공 1단지 1·2·4주구 재건축) 입주 이후 반포권역의 위상이 정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현재 압구정동, 청담동, 삼성동, 대치동 등에 적용된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시점이 향후 가격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판단된다. 반포 진입이 가능한 유효 수요층이 강남을 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원베일리 인근에서 만난 한 부동산중개사는 "재건축 단지만 모여 있는 압구정동 시세가 반포 신축과 비슷한 수준임을 감안하면 압구정 재건축사업의 추후 진행 속도에 따라 시세 형성의 동인이 압구정동으로 이동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김건희 객원기자 kkh479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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