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디지털교과서 잡아라"..교과서·학습지 시장 '지각 변동' 예고
내년부터 디지털교과서가 도입되면서 수년간 역성장해온 교과서 시장이 활기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 1·2위 교과서 업체들은 매출을 대폭 늘릴 수 있고, 후발업체들도 신규 시장 개척에 기대를 거는 모습이다. 다만 교육부가 디지털교과서 구매 단가를 미리 고지하지 않아 치솟는 개발비를 보전할 수 있을 지는 두고봐야 한다.
아이스크림미디어는 스마트러닝 '아이스크림홈런'으로 유명한 아이스크림에듀의 관계사로, 2022년 초등학교 교과서 사업에 진출해 AI디지털교과서 시장까지 노리고 있다. 아이스크림미디어는 8월 코스닥상장을 목표로 최근 증권신고서도 제출했다. 상장을 통해 조달하는 자금 787억원 중 AI 기술 고도화와 AI디지털교과서 개발에 275억원을, AI 교육 콘텐츠 개발에 185억원을, 검정교과서 개발에 250억원을 각각 투입할 예정이다.
상대적으로 학생을 대상으로 한 스마트러닝 사업이 취약했던 YBM은 이번 기회에 취학연령을 포섭하기 위해 전과목 AI디지털교과서를 개발 중이다. YBM은 외국어 외에도 자체 개발한 코딩능력시험인 'COS'를 갖고 있다는 장점이 있다. 대교는 AI튜터가 국어와 영어, 수학 학습을 돕는 '써밋'을 운영하고 있다.
웅진씽크빅은 수학 AI디지털교과서를 통해 올해 처음 교과서 시장 문을 두드린다. 웅진씽크빅은 스마트러닝 '웅진스마트올'을 운영하고 있는 데다 AI연산 앱 '매쓰피드'를 전세계에 출시한 상태다. 매쓰피드는 170여개국에서 누적 다운로드가 300만을 넘겼다. 웅진씽크빅은 AI앱을 운영해본 경험이 있는 수학을 시작으로 과목 수를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최선정 전교조 참교육연구소장은 최근 전교조,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의원 9명과 가진 AI디지털교과서 토론회에서 "2028년 AI디지털교과서가 전면 도입된다면 최소 6143억원에서 최대 2조5558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되는데, 2022회계연도 결산 기준 교과서 지원사업이 4680억원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최소 2.3배에서 최대 6.5배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교육부 관계자는 "AI디지털교과서는 학생들이 디지털사회에 적응하고 맞춤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돕는다는 의미"라며 "가이드라인 이상의 기술 투자로 개발비가 높아진다고 해서 이를 보전해줄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렇게 불투명한 상황이 지속되자 기업들은 선생님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에 먼저 나서고 있다. 교육부의 검정을 통과한다고 해도 실제 교과서를 선택하는 주체는 일선 학교이기 때문에, 교사가 사용하기에 익숙하고 학습적으로 유용하다는 점을 강조해 수요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천재교육은 최근 초등 교사를 상대로 교수학습지원서비스 T셀파를 통해 영상과 파워포인트, 게임 등 전과목 수업보충자료를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웅진씽크빅은 AI교과서 대비 초등수학 교육법 무료강의, AI디지털교과서 개발 초등교사 패널 모집 등을 진행하고 있다.
한 교과서 업체 관계자는 "교과서 시장은 출판사에서 교수학습자료를 얼마나 제공해 줄 수 있는지의 싸움"이라며 "교과서에 영화대본이 수록되면 출판사에서 영상까지 구매해 제공해주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구매 단가가 낮으면 규모의 경제를 노려야 하는데, 이 과정을 버틸 수 있느냐가 후발주자, 신규업체들의 관건일 것"이라고 말했다.
정인지 기자 inj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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