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세 확 깎아줬는데 깜놀”…나라살림 잘 꾸렸던 ‘이 남자’ 트럼프 2기 연준의장 물망 [지식人 지식in]

강인선 기자(rkddls44@mk.co.kr) 2024. 7. 27.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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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서 래퍼 전 시카고대 교수
레이건 정부 감세 정책 이끌어
세수 늘리고 경제 살렸단 평가
‘트럼프 1기’ 경제 고문 이어
차기 美연준 의장 후보로 거론
9월 제25회 세계지식포럼 참석

‘선거의 해’라 불릴 만큼 올해 전세계적으로 선거가 많아서일까요? 세금에 관한 이슈가 선거 만큼이나 뜨거운 것 같습니다. 당장 한국만해도 종합부동산세, 금융투자소득세 등 각종 세금을 두고 여야 의견이 모아졌다 갈라지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세금’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경제학자가 있습니다. 세율과 세수의 관계를 정의한 ‘래퍼 곡선’의 창시자, 아서 래퍼 전 시카고대 교수 입니다. 80세가 넘은 노학자가 다시 대중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이유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꾸려질 경우 유력한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후보로 거론되기 때문입니다. 오는 9월 매경미디어그룹이 주최하는 ‘제25회 세계지식포럼’에도 연사로 참석할 예정인 래퍼 박사. 이번주 ‘지식人 지식in’ 코너에서는 그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아서 래퍼 전 시카고대 교수. [사진 제공=APB Speakers]
그 유명한 래퍼 곡선, “사실 내가 만든 것 아냐”
래퍼 곡선. [자료=인베스토피아]
래퍼 곡선은 바로 위 그림처럼 생긴 곡선입니다. 가로 축은 세율, 세로 축은 정부가 거둬들이는 세수를 뜻합니다. 세율이 0%라면 정부가 벌어들이는 세수는 ‘0’ 이겠지요? 세율이 100%라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벌어들이는 수입의 100%를 세금으로 거둬간다면 아무도 노동을 하거나 투자를 해서 수입을 얻으려고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0~100% 사이 그 어느 지점에 정부의 세수를 극대화할 수 있는 세율이 존재할 것이란 결론이 나옵니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세율이 오를수록 정부의 세수가 무한정 높아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너무 높은 세율은 경제 주체들로 하여금 노동을 하거나 투자를 할 유인을 제거해 오히려 세수를 감소시킬 수 있다는 것이 래퍼 곡선의 핵심입니다.

워낙 유명한 경제 개념이다보니 처음 제시된 계기가 저명한 학술지에 실린 논문이었을 것만 같은데요. 출발점은 워싱턴 D.C. 소재 한 식당에서 래퍼 박사가 지인들과 얘기하며 냅킨에 그린 그림이었다고 합니다. 그 지인들이 워낙 저명인사였던 탓에 래퍼 곡선은 널리 전파된 것이지요. 당시 자리에 있었던 지인들은 주드 와니스키 당시 월스트리트저널 부편집장, 도널드 럼즈펠드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 딕 체니 조지 W. 부시 행정부 부통령 등이었다고 합니다.

정작 래퍼 박사 본인은 ‘나 이전에도 “너무 높은 세율은 세수를 감소시킨다”는 개념을 제시한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고 말합니다. 가령 래퍼 박사와 학문적으로 정반대편에 있는 ‘수요 중심’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즈도 이같은 부분을 지적한 바 있다고 말했습니다. 케인즈 교수도 “세금이 너무 높아지면 그 목적을 상실할 수 있으며, 세수를 늘리기보다 세금을 줄이는 것이 예산 균형을 맞추는 데 더 나을 수 있다는 주장은 이상하게 들리지 않아야 합니다”라고 주장한 바 있거든요.

래퍼 교수는 1970년대~1980년대 많은 공화당 정부 인사들의 자문 역할을 맡았습니다. 대표적으로 닉슨 대통령 시절 재무장관이었던 윌리엄 사이먼, 조지 슐츠 등이 그의 자문을 받은 사람들입니다. 래퍼 박사가 본격적으로 정권의 일원으로서 경제 정책에 개입하기 시작한 시점은 1980년대 레이건 정부에서였습니다. 레이건 대통령의 두 임기 동안 그는 경제정책자문회의의 일원이었습니다. 레이건 정부에서 어떤 정책을 펼치는 데 일조했을까요?

“감세한 정권들, 세수 전부 늘어” vs “감세 실험 실패했지 않나”
레이건 정부의 감세 정책은 ‘경제 회복 세법(ETRA: Economic Recovery Tax Act)’이라는 이름으로 유명합니다. 1981년 시작된 ETRA는 3년간 순차적으로 근로소득세 한계 세율을 25% 포인트 인하하고 불로소득의 최고 한계 세율도 70%에서 50%로 낮추는 내용을 골자로 했습니다. 자본소득세율도 28%에서 20%로 인하했습니다. 래퍼 교수는 이러한 감세 정책이 큰 효과가 있었다고 주장합니다. 세수부터 우선 살펴보면 1983년 이전 4년 동안 연방 소득세 수입은 연평균 2.8% 감소했지만, 감세정책이 본격 효과를 나타낸 1983년에서 1986년 사이 연방 소득세 수입은 연평균 2.7% 증가했습니다(인플레이션 반영).

레이건의 세금 혁명 중 가장 논란이 많았던 부분은 최고 한계 소득세율을 1981년 70%에서 1988년 28%로 낮추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래퍼 교수는 미국 국세청 자료를 인용해 ‘1980년에서 1988년 사이 최고 소득층의 개인 소득세 납부액은 세율이 크게 낮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증가했다’고 분석했습니다.

감세 정책으로 미국 경제 성장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 [사진 제공=백악관]
경제도 전반적으로 활력을 되찾았다고 평가했습니다. 1978년에서 1982년 사이 경제는 연간 0.9% 성장했지만, 1983년에서 1986년 사이 연간 성장률은 4.8%로 증가했습니다. 1982년 9.7%로 정점에 달했던 실업률은 꾸준히 감소해 1986년에는 7.0%, 레이건이 퇴임한 1989년 1월에는 5.3%에 도달했습니다. 물론 이 시기는 한국도 ‘저금리, 저환율, 저유가’의 ‘3저 호황’을 누렸을 정도로 글로벌 경기가 좋았지만 여기에는 감세 정책도 기여했다는 주장입니다.

래퍼 교수는 레이건 정부 뿐만 아니라 감세 정책을 펼친 케네디 정부도 긍정적인 효과를 거뒀다고 설명합니다. 감세는 국가 단위 뿐만 아니라 주 단위에서도 유사한 효과를 보이며 미국이 아닌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러시아 등 다른 나라에서도 효과를 보인 정책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물론 경제학자들 사이 반박 의견도 적지 않습니다. 래퍼 교수가 교수로도 있었던 시카고 대학 경영대학원에서 2012년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는데 이때 조사에 참여한 경제학자들 71%가 “지금 미국 연방 소득세율을 인하하면 5년내 총 세수가 높아질 것으로 보는가?”에 대한 질문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래퍼의 감세 정책을 실험한 주도 있는데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2012년 공화당 소속이었던 샘 브라운 백 주지사가 캔자스주에서 시도한 감세 정책입니다. 당시 캔자스주는 개인 소득세율을 6.45%에서 4.9%로 낮추며 감세 정책이 경제에 “아드레날린 주사처럼 작용할 것”이라고 약속했지만 이후 캔자스주 경제는 인접 주에 비해 뒤처지고 예산 균형도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결국 세금 인하 정책은 철회됐고요.

트럼프 당선시 유력 연준 의장 후보... 어떤 정책 펼칠까?
경제학자들이 래퍼의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와 별개로, 래퍼 교수와 트럼프 전 대통령은 죽이 잘 맞는 것 같습니다.

래퍼 교수는 ‘트럼프 1기’ 정부가 탄생한 2016년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캠프 경제 고문을 맡았습니다. 최근까지도 지속적으로 트럼프의 감세 정책을 찬양하며 ‘트럼프가 대통령에 재선된다면 미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가 성장할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들을 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9년 래퍼 교수의 목에 대통령 자유메달을 걸어줬습니다. 대통령 자유메달은 미국의 안보와 문화, 세계 평화를 위해 중요한 공헌을 한 미국인에게 주는 상입니다. 결정적으로 지난 3월 월스트리트저널은 래퍼 교수를 포함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제 책사들이 차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후보로 래퍼 교수를 포함한 3인을 추천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감세 정책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한 원로 보수 경제학자 아서 래퍼(78)에게 ‘자유의 메달’을 수여하고 있다. 래퍼 전 시카고대 교수는 ‘강한 미국’을 기치로 대규모 감세와 규제 완화를 통해 재정 적자 타개를 추진한 레이건 대통령의 ‘레이거노믹스’에 이론적 토대를 제공했고, 세율과 조세 수입의 상관관계를 설명한 ‘래퍼 곡선’으로 유명하다. [사진 제공=연합뉴스]
만약 래퍼 교수가 정말 차기 미국 연준 의장이 된다면 어떻게 통화정책을 운영할까요? 그 실마리를 살펴볼 수 있는 인터뷰가 지난 3월 있었는데요. 래퍼 교수는 한 유튜브 채널과의 인터뷰에서 ‘당신이 연준의장이라면 어떤 것을 다르게 하겠습니까?’하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그에 대해 세가지 정도를 래퍼 교수는 이야기했는데요.

첫번째는 ‘연준의 대차대조표가 증가하는 경향이 있어서는 안되며 자산을 합리적인 금액으로 낮출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두번째는 ‘연준은 절대로 금리를 설정하려 들어서는 안되며 (시장의) 금리를 따라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연준의장은 ‘직원들에게 무엇을 해야 할지 물어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할 일을 말해줘야 한다’며 강한 리더십이 필요함을 피력했습니다. 얼핏 들었을 때 강한 그립감과, 막대한 재정 지출을 막는 방향으로 역할을 다할 것 같다는 인상이 듭니다.

총격 사건 이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점점 더 높게 점쳐지고 있는 가운데, 래퍼 교수는 트럼프 2기 정권에서 어떤 역할을 맡게 될까요? 그가 생각하는 적정 세율은 어떻게 알 수 있으며 한국의 세율은 어떤 식으로 조정되어야 한다고 볼까요? 오는 9월 열릴 ‘제 25회 세계지식포럼’에 참석하는 래퍼 교수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직접 들려줄지도 모르겠습니다.

[지식人 지식in]은 한주 동안 화제가 됐던 정치·경제·사회·문화 분야 인사들에 대해 알아보는 코너입니다. 글로벌 지식인들의 인사이트를 보다 빠르게 받아보고 싶은 독자분들은 아래 ‘구독’ 버튼을 눌러주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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