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채윤의 작심한달] 7. 덤비지 않고 기다릴 줄 아는 서퍼들의 지혜

이채윤 2024. 7. 27.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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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서핑인구 124만명 추산
타 수상레포츠에 비해 장비 간소
허리정도 수심에서 시작 도전 가능
좋은 파도 타기 위해 기다리며 성찰의 시간을

해가 바뀔 때마다 올해는 무언가 큰일을 이루겠다고 마음먹지만, 연말이 되면 어떤 다짐을 했었는지조차 가물가물해지곤 합니다.

‘작심삼일’의 사전적 의미는 ‘단단히 먹은 마음이 사흘을 가지 못한다는 뜻으로, 결심이 굳지 못함을 이르는 말’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삼일’에 그치는 ‘작심’을 자꾸만 계속해 작심 일주일, 작심 한 달, 작심 일 년으로 이어갈 수 있다면 ‘굳지 못한 결심’은 느슨한 채로 이어져 목적지에 이를 수 있을 겁니다.

작심삼일을 밥 먹듯이 일삼는 이채윤 기자가 여러 취미를 찾아 한 달 동안 체험해 봅니다.

작심삼일을 반복해 작심한달을 한다면 ‘내 일’이 ‘내일’이 될 거란 기대로 말입니다. 일터가 아닌 곳에서 삶의 재미를 찾는 독자들에게 참고가 될 만한 생생한 경험담을 전합니다.

▲ 지난 5월 10일 강원 양양 강현면 설악해수욕장 일원이 서핑을 즐기는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다. [강원도민일보 자료사진]

강원살이 6년이지만 춘천에서만 지낸 탓인지, 태백산맥을 넘어가야 하는 양양은 내게 마음 속 ‘장거리’ 지역이었다. 그러는 몇 년 사이에 양양은 핫플레이스가 됐고, 서핑 성지로 거듭났다.

올해 ‘1분기 월별 생활 인구 산정 결과’만 봐도 ‘서핑 성지’로 이름난 강원 양양군은 3월 기준 등록 인구가 2만8100명이었던 반면, 체류 인구(28만7100명)는 그보다 10.2배 많았다.

체류 인구는 월 1회 이상 해당 지역을 방문해, 하루 3시간 이상 머무른 사람들을 뜻하는데 양양의 경우 서퍼들이 이 수치를 끌어올렸다고 볼 수 있다.

서핑은 2010년쯤부터 대중화 되기 시작해 이를 즐기는 서핑인구도 해마다 증가, 지난해 9월 기준 124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대한서핑협회는 추산했다.

▲ 강원 양양 강현면 설악해수욕장에 위치한 서프팩토리. 이채윤

124만명 중에 한명이 되고 싶었다. 여름에 즐길 수 있는 취미를 찾아헤매는 중이기도 했다.

그렇게 몸은 춘천에 있으면서 머리로만 양양 파도를 타는 나를 상상하는 동안 우연히 기회가 찾아왔다

지난 5월 초여름에 한국기자협회 강원도민일보지회 야유회가 양양에서 열렸다. 프로그램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던 서핑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

 

▲ 지난 5월 10일 서프팩토리의 서핑 선생님께서 테이크오프 자세를 가르쳐주고 있다. 이채윤

■ 첫 만남은 너무 어려워...보드 드는 것부터 난항

양양 설악해수욕장 서프팩토리의 후원으로 서핑을 배웠다. 서핑은 서프보드를 타고서 파도의 경사진 면을 타는 스포츠라고 했다.

맨몸으로 파도를 ‘타는’ 이 운동은 몇천 년 전부터 역사가 이어졌다고 했다. 서핑을 타기 앞서 여러 주의 사항을 들었다.

서핑을 할 때는 서프보드와 서퍼의 발목을 연결하는 리쉬를 차야한다고 했다. 우리나라에서 서핑하려면 리쉬는 필수이고, 안전을 위해 꼭 필요한 부분이라고 했다. 바다에 빠지더라도 리쉬가 발목을 잡아줘 다시 보드에 손을 짚고 올라오면 된다.

또 한 파도엔 한 명씩 타야 한다는 것과 서프보드를 드는 방법에 대해 배웠다.

▲ 지난 5월 10일 강원 양양 강현면 설악해수욕장에서 서프보드에 서서 넘어지기 일보 직전의 모습. 이채윤

선생님은 서핑 기본자세에 대해 가르쳐주셨다. 서프보드에서 엎드린 채 물 위에서 노를 젓는 ‘패들링’을 해 물을 저어서 나가는 방법을 알게 됐다.

아울러 상체를 뒤로 젖히고, 보드에서 무릎을 떼고, 손바닥과 발끝만으로 보드에 붙어 있어야 하는 서핑에서 중요한 푸시업(Push-up) 동작을 연습했다.

▲ 서핑 기본동작 4가지

 

테이크 오프란 서핑에서 라이딩을 하기 위해 팔로 물을 저어 파도 쪽으로 도달한 다음에 보드 위로 일어서는 동작을 말한다.

리쉬가 묶인 발은 뒤쪽으로, 리쉬가 없는 발은 앞으로 두면서 서는 테이크오프 자세를 배웠다.


오전 내내 강습을 받았다. 호기롭게 시작한 서핑은 정말 재밌었지만, 서프보드를 드는 것도 너무 무거웠고, 감이 하나도 안 잡혔다.

제대로 서지 못하고 자주 넘어졌다. 부상을 피하기 위해선 엉덩이로 떨어져야 하는데, 원숭이가 나무에서 떨어지듯이 머리부터 떨어지기 일쑤였다. 정말 시원하게 떨어졌다. 아주 잘하고 싶었는데 끝까지 안됐다.

다른 선배들은 제각기 파도를 능숙하게 탔지만, 나는 계속 떨어지고 넘어졌다. 문제는 테이크오프 동작이 도저히 이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넘어졌고, 다시 일어났지만 결국 파도를 제대로 타지 못했다. 그래도 선생님의 격려로 서핑에 대해 좋은 기억을 안고 이날을 마무리 했다.

 

 

▲ 지난 7월 20일 강원 양양 강현면 설악해수욕장에서 서핑 선생님의 지도에 따라 강인한 표정으로 푸쉬업 자세를 하고 있다. 이채윤

■ 슈슈슈 슈퍼노바...엄청난 에너지 방출

한여름인 7월 주말에 다시 서핑하러 혼자 양양에 갔다.

단체 강습생들 사이에서 껴서 서핑을 배우기엔 친화력이 없어 조마조마했지만, 다행히도 나 같은 개인 수강생 두 분만 있었다.

잘할 수 있을까, 알쏭달쏭한 마음으로 서프보드를 잡았다. 처음엔 서프보드에 제대로 못 서고 넘어졌다. 하지만 몇 번 바다를 왔다 갔다 하다 보니 서프보드에 설 수 있게 됐다.

정말 이상했다. 지난 5월에 단 한 번 배운 것뿐인데 서핑이 처음보다 수월했다.

왕왕초보에서 왕초보로 조금은 실력이 나아진것이다. 처음 넘어지면서 배웠던 요령들이 내 몸에 달라붙은 듯했다.

서프보드에서 미끄러져 넘어질 때도 있었지만 처음보다 자주 파도를 탔다. 선생님의 지시에 패들링을 하고, 푸쉬, 그리고 일어나서 육지를 멀리 바라봤다.

서핑은 다른 수상레포츠에 비해 장비가 간소하다.서핑은 물 속에서 하는 스포츠가 아니고 물 위에서 보드를 타기 때문에 반드시 수영을 잘 할 필요가 없으며 특히 처음 서핑을 시작할 때는 허리 정도의 수심에서 시작하므로 수영을 못 해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왕초보의 마음이 서프보드 움직임에 따라 울렁거렸다. 파도를 탈 땐 부드럽게 나아가는 감각과 해냈다는 뿌듯함이 심장을 저릿하게 했다.

▲ 지난 7월 20일 강원 양양 강현면 설악해수욕장에서 서핑 선생님의 지도에 따라 테이크오프 자세를 취한 채 파도를 타고 있다. 이채윤

■ 해야해야해야 뜨겁게 떠오르는 해야...넘어져도 다시 오른다

서핑을 한 시간 한다고 하면 보드 위에서 라이딩 하는 시간은 1, 2분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좋은 파도가 올 때를 기다리는 시간이다. 이 기다림의 시간이면 많은 생각이 스친다. 늘 스스로에게 지는 기분으로 살았다. 항상 잘하고 싶었는데 못한다는 이유로 회피한 적도 많았다.

또 ‘어떤 일을 쉽게 좋아해도 되는 걸까’라는 의문을 가지며 살았다. 그런데 서핑은 못해도 피하고 싶지 않았고 쉽게 애정을 느낀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즐거웠다.

서핑은 파도를 타는 스포츠라고들 하지만, 아직 왕초보인 나는 파도를 타기보단 넘어질 때가 많았다. 매번 삶에서 고꾸라져 넘어지는 게 두려운 나는 서프보드에서 넘어질 때는 무섭지 않았다. 보드에서 떨어지면 다시 올라가서 밀려드는 파도를 타러 갈 수 있다는 게 좋았다. 일상에서도 두려워 피하는 것보다 시원하게 물속에 머리 박고 다시 일어서는 방법을 알려줬다.

‘성장할 수 있을까’는 꼬리물기식 고민이 가득했던 이번 여름에 서핑은 내게 위로가 됐다. 처음 서핑을 배울 때보다 두 번째 때 더 나았듯이, 난 느리지만 조금씩 배워나가는 사람이었다. 또 좋은 파도를 탈 수 있는 적절한 ‘때’를 잘 찾는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언젠가 스스로 파도를 탈 수 있도록 이번 여름에 서핑을 더 배우려고 한다. 어쩌면 올 여름 안에 스스로 못탈 수도 있다. 하지만 양양에서의 서핑은 수트만 잘 갖춰입으면 사계절 가능하니까 조금 천천히 대신 꾸준히 해보려고 한다.


▶▶▶물과 보드타는 운동 좋아하면 추천·부상이 두렵다면 비추천

물을 좋아하고 수상스포츠를 좋아한다면 서핑은 당신의 심장을 뛰게 할 운동이 될 것이다. 또 평소 보드를 타는 운동을 해봤다면 서핑은 그다지 어렵지 않게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여행지에서 새로운 경험을 원하는 이에게도 추천한다. 바닷가에서 즐겁게 할 수 있는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부상 위험이 있는 운동인만큼 위험성을 고려해야 한다. 충분한 준비운동을 하고, 신체 상태를 고려한 후 서핑하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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