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A 7점대 알바’ 시라카와, 굳이 6번 채워야하나…국민타자도 한숨 “브랜든 회복세 때문에”
[OSEN=인천, 이후광 기자] 최대 6번을 쓰기 위해 6주에 3400만 원을 투자했지만, 그 가운데 절반의 경기를 망쳤다. 등판 때마다 외국인투수가 아닌 1.5군급 5선발의 시행착오를 겪으며 남은 계약 기간에 대한 희망도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 베스트 시나리오는 브랜든 와델의 빠른 복귀인데 회복세를 보면 그 또한 쉽지 않아 보인다.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의 단기 외국인투수 시라카와 케이쇼는 지난 2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의 시즌 12차전에 선발 등판해 4⅔이닝 3피안타 5볼넷 2탈삼진 2실점 난조로 시즌 3패(2승)째를 당했다. 두산 이적 후 3경기 연속 조기 강판되며 총 6번의 기회 가운데 절반을 날렸다.
시라카와는 지난 10일 어깨를 다쳐 이탈한 브랜든을 대신해 두산과 총액 400만 엔(약 3400만 원)에 단기 대체 외국인선수 계약을 체결했다.
일본 독립리그 에이스 출신인 시라카와는 지난 5월 SSG 랜더스의 단기 외국인선수로 KBO리그에 입성해 5경기 2승 2패 평균자책점 5.09로 경쟁력을 입증했다. 잠시 시행착오를 겪었던 7일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1⅓이닝 8실점 7자책)을 제외하면 평균자책점이 2점대였다. 인성을 비롯해 동료들과의 융화, 야구를 대하는 태도 등 경기장 밖에서의 모습 또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시라카와는 SSG와 6주 계약이 만료된 뒤 때마침 단기 외인 구인에 나선 두산의 영입 제의를 받으며 한국 생활을 6주 연장했다. 연봉도 SSG 시절 180만 엔(약 1620만 원)에서 두 배가 넘게 뛰었다. 시라카와는 ‘6주간 브랜든 공백 메우기’라는 새로운 미션을 안고 문학에서 잠실로 둥지를 옮겼다.
6경기 가운데 어느덧 3경기를 소화한 시라카와. SSG 시절의 안정감 있는 투구는 언감생심이다. 두산 이적 후 기록은 3경기 승리 없이 2패 평균자책점 7.15(11⅓이닝 9자책)로, 13일 잠실 삼성 라이온즈전 3⅔이닝 4실점(2자책), 19일 잠실 LG 트윈스전 3이닝 5실점, 25일 고척 키움전 4⅔이닝 2실점으로 흔들리며 3경기 연속 5이닝을 채우지 못했다. 제구력이 강점이라는 평가와 달리 이 기간 무려 15사사구를 헌납했다. 볼넷이 14개, 사구가 1개다.
프로 무대가 처음인 시라카와는 관중이 많은 경기에서 유독 흔들리는 경향을 보였다. SSG 시절이었던 6월 7일 2만678명이 들어찬 사직구장에서 롯데 상대로 1⅓이닝 8실점(7자책) 최악투로 고개를 숙였고, 7월 13일 삼성전과 19일 LG전 역시 잠실구장 2만3750석이 매진됐다. 2만 명 이상이 입장한 3경기 시라카와의 평균자책점은 15.75(8이닝 14자책)에 달한다.
SSG 시절 23이닝 동안 사사구를 10개밖에 내주지 않았던 시라카와. 그러나 두산에서는 11⅓이닝 동안 15사사구를 헌납했다. 왜 180도 다른 선수가 된 것일까. 26일 인천 SSG전에서 만난 두산 이승엽 감독은 “문제는 제구력이다. 볼넷이 많으면 당연히 위기를 맞이할 수밖에 없다”라며 “내가 볼 때는 기술보다 멘털에 문제가 있는 거 같다. 그냥 마음 편하게 던지면 되는데 나이가 어려서 본인이 마인드 컨트롤을 하는 데 완벽하지 않은 거 같다”라고 아쉬워했다.
시라카와의 3경기 퍼포먼스가 유독 아쉬운 이유는 그가 그냥 외인이 아닌 단기 외인 신분이기 때문이다. 6주 만에 두산 필승조 최지강의 연봉을 수령한 상황에서 적어도 6번 가운데 4번은 제 역할을 해줘야하는데 이미 절반을 망쳤다. 이럴 거였으면 차라리 팀 내 젊은 투수를 5선발로 기용해 육성을 하는 게 나았을 지도 모른다. 더불어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7월 시라카와의 3경기 연속 조기 강판은 불펜 과부하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현 상황에서 가장 이상적 시나리오는 브랜든이 예상보다 이른 시점에 복귀하는 것이다. 그러면 굳이 시라카와가 6번을 다 채우지 않아도 된다. 3위와 7위의 승차가 불과 2.5경기인 상황에서 4위에 올라 있는 두산이다. 향후 NC 다이노스, KT 위즈, SSG의 거센 추격을 막아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선발진의 안정화가 급선무다.
하지만 시라카와는 계약기간을 모두 채운 뒤 두산을 떠날 것으로 보인다. 이 감독은 “지금 봐서는 시라카와가 계약 기간을 다 채워야 한다. 브랜든이 화요일(23일)부터 캐치볼을 시작해서 앞으로 시간이 조금 더 걸릴 거 같다. 4주를 쉬고 이제 캐치볼에 들어간 거라 빠르게 단계를 끌어올릴 순 없다. 통증은 사라졌지만, 천천히 복귀를 준비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금 상황에서 시라카와를 바꿀 수 없기 때문에 빨리 문제점을 파악해야 한다. 다음번에는 어제(25일)보다 나은 투구를 해야 한다. 그거밖에 없다”라고 덧붙였다.
다만 다음 경기 전망도 그리 밝진 않다. 비가 안 온다는 가정 아래 시라카와의 4번째 등판은 오는 31일 광주 KIA전이 될 전망. 압도적 선두를 질주 중인 호랑이 군단을 상대로 3전4기 끝 첫 승을 거둘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KIA 상대로는 SSG 시절이었던 6월 13일 인천에서 5이닝 1실점으로 승리를 거둔 기억이 있다.
이 감독은 “잠실에서 3경기 못 던졌으니 다른 곳으로 장소를 옮기면 잘 던질 수도 있다. KIA전에서 좋은 기억도 있지 않은가”라며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한다. 잠실을 떠나니까 한 번은 잘할 것”이라고 시라카와의 반등을 간절히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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