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을 북한으로”…100년 만의 파리 올림픽, 개회식부터 황당 실수 [파리2024]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100년 만에 파리에서 다시 열리는 제33회 하계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단이 북한으로 잘못 소개됐다.
26일(현지 기준) 저녁 조금씩 비가 내리기 시작한 프랑스 파리에서 막을 올린 이번 올림픽에서 우상혁(육상), 김서영(수영)을 기수로 내세운 우리나라 선수단이 206개 참가국 중 48번째로 입장했다.
영어식으로 대한민국은 리퍼블릭 오브 코리아(Republic Of Korea)로 알파벳 'K'이 돼서야 입장하나 프랑스어로는 C로 표기해 더 빨리 입장했다.
하지만 이번 올림픽에서 개회식의 선수 입장부터 실수가 나왔다. 한국 선수단이 배를 타고 들어올 때 장내 아나운서가 프랑스어와 영어로 모두 '북한'으로 잘못 소개하는 일이 벌어졌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개회식 현장에서 뒤늦게 사실을 알게 돼 급히 회의를 열고, 주무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에 이 내용을 보고했다"고 밝혔다.
문화체육관광부도 즉각 입장을 밝혔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24 파리하계올림픽 대회 개회식에서 대한민국 선수단 입장 시 나라명을 ‘북한(프랑스어: République populaire démocratique de corée, 영어 :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으로 소개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며 "장미란 제2차관은 현지에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토마스 바흐 위원장에게 면담을 요청해 놓았고, 정부차원에서 프랑스 측에 강력한 항의 의견을 전달할 것을 외교부에 요청했다. 선수단장에겐 국제올림픽위원회와 파리올림픽조직위원회를 상대로 조속하게 대응해 줄 것을 당부했다"고 밝혔다.
또한 국가올림픽위원회(NOC)인 대한체육회는 한국 선수단이 잘못 소개된 즉시 파리올림픽조직위원회에 재발방지를 요청했다. 문체부는 "선수단장 명의의 공식 항의서한을 발송할 예정이며, 개회식 다음날인 27일(현지 시간) 파리올림픽조직위원회와 국제올림픽위원회를 만나 항의 의견을 전달하고 재발 방지를 요청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이번 파리 올림픽 개회식은 현지 시간 오후 7시 30분 선수단 입장과 함께 시작됐다. 개회식은 미리 촬영해둔 영상과 선수단 입장 실황, 현장에서의 공연과 각종 이벤트가 실시간으로 엮어졌다.
선수 입장을 모두 마친 뒤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개회 선언이 있었으며 이후 개회식 하이라이트인 성화 점화는 프랑스의 유도 선수 테디 리네르와 은퇴한 육상 선수 마리 조제 페레크가 맡았다.
개회식 초반 레이디가가의 프랑스의 낭만 시대를 향한 헌사 격인 지지 장메르의 곡으로 문을 열었다면 말미엔 열기구에 탄 셀린 디옹이 '사랑의 찬가'를 부르며 파리 밤하늘로 향해 올랐다. 근육이 굳는 질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올해 56세 디옹이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1년 7개월 만이다.
스타디움을 벗어난 올해 올림픽 개회식은 올림픽계의 '프랑스 혁명'이었다. 센강과 에펠탑, 트로카데로 광장을 주무대로 프랑스의 역사, 문화의 자부심을 보여줬다.
개회식 선수단 행진이 이뤄지는 센강엔 지상 최대 스포츠 이벤트를 관람하고자 하는 인파가 무려 30만 명이 몰렸다. 약 6㎞에 이르는 행진 구간은 사람들이 숲을 이뤘다.
사상 최초의 '강 위의 개회식'엔 워낙 많은 인원이 몰린 데다 질 바이든 미국 영부인,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이츠하크 헤르초그 이스라엘 대통령 등 글로벌 리더들이 개회식에 참석해 7만여 명의 경찰이 삼엄한 경비가 이뤄졌다.
선수단 행진은 프랑스 파리의 식물원 근처 오스테를리츠 다리를 출발해 에펠탑 인근 트로카데로 광장까지 이어졌다.
역사가 숨쉬는 파리를 온전히 만난다는 것만 해도 장관이었다. 강 옆의 노트르담 대성당과 파리 시청 , 루브르 박물관, 오르세 미술관, 콩코르드 광장, 그랑 팔레 등 프랑스의 명소와 에펠탑 인근에 도달하는 코스가 엄청난 볼거리였다.
이번 개회식은 프랑스의 배우 겸 예술 디렉터 토마 졸리가 감독을 맡은 개회식 행사는 총 12개 섹션으로 구성됐으며 3000명에 이르는 공연자들이 무대를 채웠다. 프랑스가 자랑하는 얼굴들이 총출동했다. 2019년 차이콥스키 콩쿠르 우승자인 알렉상드르 캉토로프는 비가 쏟아져내리는 야외에서 인상주의 시대의 프랑스 출신 작곡가 라벨의 '물의 유희'를 들려줬다. 프랑스 대혁명 시절에 불리던 '아, 잘 될거야'는 헤비메탈 밴드 고지라가 부르기도 했다. 클래식부터 샹송, 랩, 헤비메탈까지 어우러진 현장이었다.
졸리 감독은 '낭만의 도시' 파리에서 열리는 올림픽 개회식에서 전하려는 메시지를 "사랑"이라고 표현하며 "프랑스의 문화와 언어, 종교, 성적인 다양성을 전 세계에 알리겠다"고 말했다.
프랑스 파리에서 근대 올림픽이 개최된 것은 1900년 제2회 대회와 1924년 8회 대회에 이어 올해가 세 번째이자 100년 만이다. 한 도시에서 하계올림픽을 세 번 여는 것은 영국 런던(1908년·1948년·2012년)에 이어 파리가 두 번째다.
다만 파리에서 올림픽 성화가 타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근대 올림픽에서 처음 성화가 도입된 것이 1928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이었다.
우리나라가 파리 올림픽에 출전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1900년과 1924년 대회에는 나올 수가 없었다.
이번 올림픽은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에 처음 열리는 대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2020년에 열릴 예정이던 도쿄 하계올림픽은 1년 늦은 2021년에 사실상 무관중 대회로 열렸다. 2022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도 코로나19의 여파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다. 대회는 프랑스의 역사가 살아 숨 쉬는 건축물이나 명소에서 경기가 열릴 예정이다.
에펠탑이 올려다보이는 샹드마르스 공원에서는 비치발리볼 경기가 진행되고, 콩코르드 광장에서는 브레이킹, 스케이트보드, 3대3 농구 등 젊은 종목 경기들이 펼쳐진다.
베르사유 궁전에는 승마 경기장이 차려지며, 양궁은 나폴레옹 묘역이 있는 레쟁발리드 광장 북쪽 잔디 공원에서 열린다.
마라톤 경기는 이 주요 명소들을 지나가는 '관광 코스'를 달릴 예정이다.
남녀 참가 선수의 성비가 균형을 이루는 첫 대회라는 점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와 벨라루스 선수들의 참가가 금지된 사실도 빼놓을 수 없는 이번 대회의 특징이다.
우리나라는 21개 종목 선수 143명이 출전했다. 현지 날짜로 개막 다음 날인 27일부터 사격과 수영, 펜싱 등에서 메달 사냥에 나서는 우리 선수단은 금메달 5개 이상, 종합 순위 15위를 목표로 하고 있다. 올림피은 오는 8월 11일까지다. []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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