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세계 축구 양대 산맥 월드컵-유로 통합 득점왕의 영예 안았을까?[최규섭의 청축탁축(清蹴濁蹴)]
[OSEN=우충원 기자] 호랑이는 산중 왕이다. 높은 산과 깊은 골일수록 더욱 사나움을 떨친다. 오죽하면 “산이 깊어야 범이 있다”라는 속담이 있겠는가. 사자는 초원의 왕이다. 풀이 난 들판이 끝없이 펼쳐질수록, 사자는 한층 모질고 억세진다. 호랑이와 사자를 달리 ‘백수의 왕’이라 하겠는가. 곧, 자기에게 알맞은 조건을 갖춘 활동 마당이 있어야, 매섭고 날카로운 사냥 능력을 나타낸다.
인간 세계라 다를 리 없다. 일정한 바탕이나 조건이 갖추어져야, 그에 합당한 내용이 따르게 되기 마련이다. “숲이 깊어야 도깨비가 나온다”라는 속담도 그래서 생겼을 성싶다.
그런 특질이 잘 나타나는 분야가 스포츠다. 동물 세계에서나 있음 직한 약육강식과 적자생존의 생리가 그대로 들어맞는 판이 스포츠다. 아무리 걸출한 능력을 지닌 선수라도 이를 드러내고 뽐낼 수 있는 마당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이 있을지 쉽게 그려 볼 수 있다. 큰물에서 뛰놀아야 쉽게 눈에 띄고 뛰어난 능력과 가치를 높게 평가받는다.
철칙이나 다름없는 이 특성을 축구에 대입해 보자. 빼어난 골 솜씨를 뽐내는 골잡이는 호랑이와 사자에 비유할 만하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면, 그들이 천부적 득점력을 바탕으로 존재감을 나타낼 영역은 어디일까? 아마도 세계 축구의 양대 각축장인 FIFA[국제축구연맹] 월드컵과 UEFA[유럽축구연맹] 유로를 손꼽을 수 있을 듯하다. ‘세계 축구 대제전’으로 일컬어지는 월드컵과 ‘유럽 축구 대향연’으로 불리는 유로야말로 특출난 골잡이들이 걸맞은 평가를 받을 만한 마당이요 무대다.
이 맥락에서, IFFHS[국제축구역사통계연맹]가 발표한 한 통계에 눈길이 쏠린다. 지난 26일(현지 일자), IFFHS는 똑같이 4년 주기로 열리는 월드컵과 유로 통합 통산 득점 순위를 집계해 내놓았다. 10위까지 순위를 매겨 공개한 이번 통계에서, 과연 누가 영예의 통합 득점왕에 올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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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날두, 유로 득점왕 바탕으로 등극… 월드컵 득점왕 클로제, 아쉽게 2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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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득점에 관한 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9·포르투갈)가 호랑이요 사자였다. 유로에서 보인 압도적 차에 힘입어 월드컵과 유로를 엮은 통합 득점왕의 영예를 안았다. 월드컵 통산 득점 선두인 미로슬라프 클로제(46·독일)를 제치고 타이틀을 획득했다(표 참조).
호날두는 월드컵 8골과 유로 14골을 묶어 모두 22골을 터뜨렸다. 월드컵에선 22경기에 출장해 8골을, 유로에선 30경기에 나와 14골을 각각 뽑아냈다. 월드컵 득점은 공동 26위에 그칠 만큼 두드러진 활약을 펼치지 못했으나, 유로에서 떨친 맹위를 바탕으로 맨 윗자리에 앉았다. 유로 무대에서, 호날두는 최다 득점과 최다 출장 기록을 모두 지니고 있다.
그러면 뛰노는 물이 다르지만, 호날두를 같이 ‘신계의 사나이’로 불리는 리오넬 메시(37·아르헨티나)와 비교했을 때 어떤 결과가 도출될지 궁금해하는 호사가도 많을 듯싶다. 결론부터 말하면, 메시가 호날두보다 더 뛰어난 성적을 보였다. 그것도 다섯 걸음이나 앞섰다. 27-22골이다.
월드컵에서, 메시는 13골(26경기)을 터뜨렸다. 20세기 중반 프랑스의 전설적 골게터였던, 지난해 89세를 일기로 눈을 감은 쥐스트 퐁텐과 함께 4위에 자리하고 있다. 1958 스웨덴 월드컵 득점왕(13골)에 올랐던 퐁텐은 불과 6경기에서 13골(경기당 평균 2.17)을 뽑아내는 엄청난 파괴력으로 전 세계 축구팬을 놀라게했다. 유로에 비견되는 CONMEBOL[남미축구연맹] 코파 아메리카에서, 메시는 14골을 잡아냈다. 공동 5위에 해당하는 골 수다.
클로제는 세 걸음 차로 호날두에게 뒤졌다. 월드컵에서 16골(24경기)을, 유로에서 3골(13경기)을 각기 잡아냈다. 월드컵에선 당당히 1위에 올랐지만, 유로에선 공동 49위에 그쳤다. 결국 유로의 부진에, 발목을 잡혀 통합 득점왕의 영광을 호날두에게 양보해야(?) 했다.
1970 멕시코 월드컵 득점왕(10골)이었던 게르트 뮐러(78·독일)는 클로제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뮐러는 월드컵 14골(3위)과 유로 5골(공동 18위)을 엮어 2위에 올랐다.
한때 한국 국가대표팀을 지휘하며 난맥상을 드러냈던 위르겐 클린스만(59)이 4위에 자리했다. 월드컵 11골(공동 8위)과 유로 5골(공동 18위)을 합해 16골을 넣었다.
비운의 ‘무관’에 시달리는 해리 케인(30·잉글랜드)은 5위에 앉았다. 호날두와 함께 현역으로 활약하는 ‘유이’의 존재인 케인은 월드컵 8골(공동 26위)과 유로 7골(공동 3위)을 묶어 15골을 낚았다.
2년 후면 2026 북미 3개국 월드컵이 펼쳐진다. 그리고 또다시 2년이 흐르면 2028 영국 4개국·아일랜드 유로가 벌어진다. 양 대회가 끝나는 4년 후, 케인이 현재의 열세를 뒤집고 통합 득점왕에 오를 수 있을지가 관심의 대상이다. 호날두는 2024 유로를 끝으로 국가대표팀 은퇴를 천명한 바 있어, 골을 추가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 변수가 없다면, 케인의 역전 여부만 지켜보면 될 듯싶은 현시점이다.
전 베스트 일레븐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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