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만에 파리서 열리는 올림픽, 전례 없던 축제의 서막(종합 2보)
성화 최종 점화자는 마리 호세 페렉-테디 리네르…성화대는 열기구
한국 48번째 등장…한국을 '북한'으로 소개, 올림픽기 거꾸로 게양 사고
[파리 서울=뉴시스]김주희 김진엽 기자 = '낭만과 예술의 도시' 파리에 성화가 타오르며 제33회 하계올림픽의 막이 올랐다.
2024 파리올림픽이 27일(한국시각) 프랑스 파리 트로카데로 광장에서 개회식을 갖고 17일 간의 열전에 돌입했다.
파리에서 하계올림픽이 열리는 건 2회 대회인 1900년, 8회 대회였던 1924년에 이어 세 번째다.
100년 만에 다시 파리에서 펼쳐지는 '지구촌의 축제'는 '완전히 개방된 대회(Games Wide Open)'라는 슬로건 아래 열린다. 코로나19 유행이 종식된 후 처음으로 개최되는 올림픽으로, 모두에게 활짝 열린 대회이자 모든 사람이 일원이 된다는 뜻이다.
1986년 근대 올림픽 시작 이래 처음으로 진행되는 야외 개회식으로 그 의미를 더했다. 스타디움을 벗어난 개회식은 관습처럼 여겨지던 진행 방식도 거부했다.
으레 이전까지의 개회식에서는 사전 공연 뒤 선수단이 입장하고, 다시 개회식 공연이 진행된 다음 성화 봉송 주자가 등장했다.
이번 개회식에서는 이러한 공식을 완전히 깨고, 선수단 입장 사이에 프랑스 문화를 아우르는 다양한 공연이 펼쳐졌다. 영상과 실제를 넘나드는 성화 봉송 이벤트도 동시 다발적으로 진행됐다.
올림픽 성화의 여정이 담긴 영상으로 개회식을 출발했다. 경기장에 들어선 봉송 주자가 센강에서 개회식이 열리는 것을 알고 당황한 사이 프랑스 축구 영웅 지네딘 지단이 등장한다. 성화를 넘겨 받은 지단은 파리 시내 곳곳을 누비다 지하철로 들어간다. 그리고 이곳에서 만난 아이들에게 성화를 건넸다.
영상 속에 있던 아이들이 오스테를리츠 다리 근처에 나타나면서 선수단의 입장도 시작됐다.
선수단은 85척의 다양한 크기와 디자인의 보트를 타고 파리 센강을 따라 수상 행진을 벌였다. 석양 대신 장대비가 쏟아졌지만 선수들은 웃음을 잃지 않고 밝은 인사를 건넸다.
파리의 식물원 근처 오스테를리츠 다리를 출발한 보트는 에펠탑 인근 트로카데로 광장까지 6㎞구간을 이동하며 주요 명소인 노트르담 대성당, 파리시청, 루부르 박물관, 오르세 박물관, 콩코르드 광장, 그랑팔레 등을 지났다.
강변에 설치된 관중석을 채운 10만명 외에 강변에서 선수들의 이동을 지켜보는 인파까지 몰려 30만명이 넘는 인원이 전례없는 개회식을 함께했다.
마치 파리를 여행하는 듯한 선수들의 등장은 예술과 문화의 중심지인 파리의 아름다움을 자연스럽게 뽐내게 했다.
올림픽 전통에 따라 근대올림픽 초대 대회 개최국 그리스가 첫 번째로 입장했다. 난민대표팀이 뒤를 이었다.
이어 프랑스 알파벳 순으로 각 나라 선수들이 입장했다.
한국의 프랑스어 표기는 'Corée'로 48번째로 등장했다. 남자 기수 우상혁(육상)과 여자 기수 김서영(수영)이 커다란 태극기를 흔들며 50여명의 선수단이 등장했다. 이때 장내 아나운서가 한국을 북한의 명칭인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로 소개하는 황당한 사고가 일어나기도 했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이후 8년 만에 하계올림픽에 참가하는 북한은 153번째로 입장했다.
2032년 브리즈번 대회를 여는 호주가 203번째, 2028 로스앤젤레스 대회를 개최하는 미국이 204번째로 선보였다. 개최국 프랑스는 마지막 순번인 205번째로 모습을 드러냈다.
선수단 입장 사이사이에는 프랑스 문화, 예술을 담은 다양한 공연이 펼쳐졌다.
팝스타 레이디 가가가 프랑스 가수 지지 장메르의 '깃털로 만든 내 것'을 부르며 공연의 서막을 열었고, 역동적이고 흥겨운 춤인 캉캉으로 이어졌다.
계속해서 다양한 장르의 공연이 펼쳐졌다. 프랑스 혁명을 상징하는 공연에서는 뮤지컬 '레미제라블'과 함께 오페라 가수 마리나 비오티, 록밴드 고지라, 파리 관현악단이 호흡을 맞추기도 했다. 프랑스 인기 가수 아야 나카무라는 프랑스 학술원에서 등장해 공연을 선보였다.
애니메이션 캐릭터 '미니언즈'가 영상에 등장하기도 하고, 패션의 도시답게 패션쇼가 벌어지기도 했다.
3시간 여 진행된 선수단 입장이 마무리되고, 트로카데로 광장에서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축사에 나섰다.
바흐 위원장은 "마침내 우리는 이 위대한 순간을 맞이하게 됐다. 2024 파리 올림픽에 오신 여러분을 환영한다"며 "완전히 개방된 대회를 개최함으로써 우리의 어젠다 개혁에 힘을 실어줬다. 우리 모두는 함께 포용하고, 도시와 가깝고, 지속가능한 올림픽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파리 올림픽은 사상 최초로 같은 수의 남성과 여성 선수가 참가하는 양성 평등을 실현한 대회"라며 새로운 장을 연 파리 올림픽을 축하했다.
이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대회를 선언했다.
그러자 다시 개회식은 성화 봉송으로 이어졌다. 선수단이 입장하는 동안 성화를 들고 파리 이곳 저곳을 누볐던 가면을 쓴 인물이 무대에 등장해 다시 나타난 지단에게 성화를 돌려줬다.
이후 세계의 스포츠 스타들이 성화 봉송에 가담했다. 지단은 남자 테니스 라파엘 나달(스페인)에게 성화를 넘겼다. 나달은 세레나 윌리엄스(미국·테니스), 칼 루이스(미국·육상), 나디아 코마네치(루마니아·체조)와 함께 보트를 타고 이동했다.
이어 프랑스 스포츠 스타들에게 성화가 전달됐다. 아멜리 모레스모(테니스)가 받아든 성화는 토니 파커(농구), 미카엘 기구(핸드볼) 등을 거쳐 현전화는 최고령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샤를 코스테가 넘겨 받았다.
그리고 코스테는 최종 점화자인 마리 호세 페렉(육상)-테디 리네르(유도)에게 성화를 전달했다. 페렉과 리네르가 열기구 형태의 성화대에 불을 붙이자, 열기구가 하늘로 떠올랐다.
파리 하늘이 성화로 붉게 타오르는 동안 팝스타 셀린 디옹이 프랑스 국민 가수 에디트 피아프의 '사랑의 찬가'를 부르며 개회식의 대미를 장식했다.
다만 올림픽기가 거꾸로 게양되는 실수가 나오는 등 진행에 크고 작은 사고가 이어졌다.
처음으로 경기장이 아닌 개방된 공간에서 개회식을 여는 만큼 조직위원회는 안전 문제에 더욱 각별히 신경을 썼다. 각종 테러 위협 속에 개회식에 4만 명이 넘는 경찰과 1만 여명의 군인, 2만 여명의 사설 경비원을 투입하고, 센강 상공이 전면 폐쇄됐다.
이번 대회에서는 205개국 1만500명의 선수들이 참가한다. 32개 종목에서 329개의 금메달을 놓고 11일까지 경쟁한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 21개 종목에 선수 143명이 출전한다. 금메달 5개 이상, 종합 순위 15위권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전 대회까지 통산 96개의 금메달을 수확한 한국은 파리에서 100번째 금빛 낭보를 기다리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juhee@newsis.com, wlsduq123@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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