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분의 성화점화쇼 만큼 빛난 ‘디바’ 셀린 디옹의 피날레
프랑스 파리 튈르리 정원에 마련된 성화대에 마지막 불을 당긴 것은 육상과 유도의 살아있는 전설들이었다.
지네딘 지단으로 시작해 마지막 점화까지 무려 34분간 진행된 성화점화쇼는 그야말로 예측불허였다. 라파엘 나달(스페인)과 서리나 윌리엄스, 칼 루이스(이상 미국), 나디아 코마네치(루마니아), 토니 파커(벨기에) 등 각국의 스포츠스타들이 성화를 들고 마지막 성화대를 향해 행진에 나섰다.
파리의 랜드마크인 르부르 박물관과 콩코드 광장을 지나 튈르리 정원에 도착한 성화를 건네받은 것은 육상과 유도에서 각각 3개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마리 조제 페레크(1992년 400m 금·1996년 200m 및 400m 금)와 유도 금메달리스트 테디 리네르(2012년 금·2016년 금·2021년 금)였다.
두 사람이 특별한 성화대에 불을 붙이자 30m 높이의 열기구가 하늘 높이 떠올랐다. 파리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이 성화가 1783년 파리에서 처음 발명돼 튈르리 정원에 띄워진 열기구에 대한 헌정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성화를 실은 열기구가 파리의 밤 하늘에 떠오르는 순간 주목받은 것은 병마와 싸우고 있는 ‘디바’도 있었다. 캐나다 퀘백 출신 가수 셀린 디옹(56)은 성화에 마지막 불이 붙는 순간 에펠탑 위에서 프랑스를 대표하는 샹송인 ‘사랑의 찬가’를 불렀다.
불어를 쓰며 자랐고 여러 앨범을 불어로 낸 바 있어 프랑스에서도 인기가 높은 가수이지만 2022년 12월 희소 질환인 ‘전신 근육 강직인간증후군’(Stiff-Person Syndrome·SPS)을 앓는 사실을 공개한 뒤 무대에 오르지 않았다. SPS는 근육이 강직되고 통증이 수반되는 경련이 반복되는 신경 질환이다.
디옹은 이 병으로 인해 “걷기가 힘들고 성대를 예전과 같은 방식으로 활용해 노래를 부를 수 없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랬던 디옹이 이번 개회식을 앞두고 파리에서 목격돼 공연 가능성이 제기됐는데, 전성기를 떠올리게 만드는 노래로 개회식의 분위기를 절정으로 이끌었다. 디온이 공개적인 자리에서 노래를 부른 것은 1년 7개월 만의 일이다.
파리 |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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